▶ 영원한 라이벌 김연아-아사다
▶ 3월 세계선수권 맞대결 성사
간판스타들이 개점휴업 상태에 들어가거나 지독한 부진에 빠지는 바람에 맥없는 시즌을 보내던 세계 여자 피겨스케이팅이 시즌 막판에 활기를 되찾을 전망이다. 밴쿠버 금메달리스트 김연아와 토리노 세계선수권 우승자 아사다 마오가 내년 3월 일본 도쿄에서 벌어지는 세계선수권대회에서 1년 만에 다시 맞대결을 펼치게 됐기 때문이다.
동갑내기 라이벌인 김연아와 아사다가 1년 만에 다시 맞대결을 펼치게 돼 침체됐던 은반에 활기가 돌고 있다.
밴쿠버 올림픽에서 김연아에 이어 은메달을 차지한 뒤 지난 3월 토리노 세계선수권에선 김연아를 제치고 우승했으나 올 시즌 들어 지독한 슬럼프에 빠지며 아예 그랑프리 파이널 출전권을 얻는데도 실패했던 아사다 마오는 26일(현지시간) 일본 나가노에서 끝난 일본피겨선수권대회에서 준우승을 차지하면서 극적으로 내년 3월 도쿄에서 벌어지는 2011 세계선수권대회 출전권을 따냈다. 이로써 아사다는 올 시즌 모든 그랑프리 시리즈에 불참한 채 오직 세계선수권에만 초점을 맞추고 준비를 해 왔던 김연아와 시즌 마지막 대회에서 운명의 한판승부를 겨루게 됐다.
지난 수년간 세계 여자피겨스케이팅의 얼굴이었던 이들 두 라이벌의 맞대결 성사는 ‘김빠진 맥주’보다 더 시들했던 올 세계 여자피겨스케이팅 시즌에 오랜 가뭄 끝 단비 같은 뉴스다. 밴쿠버의 여왕 김연아와 올림픽과 세계선수권에서 모두 동메달을 따낸 조애니 로셰트(캐나다)가 나란히 그랑프리 시리즈 불참을 선언한데다 은메달리스트 아사다까지 극심한 부진에 빠지면서, 올 시즌 피겨스케이팅은 아무도 팬들의 시선을 끌만한 경기력을 보여주지 못했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 2008년부터 세계무대를 양분해 온 김연아와 아사다가 빠져나간 공백은 너무나 컸다. 아무도 이들의 공백을 메우지 못하면서 전체적으로 기량이 하향 평준화돼 긴장감이나 기대감이 완전히 실종됐다. 두 명이나 200점을 훌쩍 넘기는 최고의 연기가 펼쳐졌던 동계올림픽의 감동을 아직 간직한 팬들로서는 실망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이런 와중에 지난 3월 토리노 세계선수권대회 이후 1년 만에 다시 김연아와 아사다의 맞대결이 성사된 것은 팬들에게 큰 기대가 아닐 수 없다. 주니어 시절부터 동갑내기 라이벌로 뜨거운 경쟁관계를 이어온 김연아와 아사다는 2006년 시니어 무대에 데뷔한 이후 매년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양보 없는 라이벌 대결을 펼치며 빙판을 뜨겁게 달궈 왔다. 2008년에는 아사다가 우승을 차지하고 고관절 부상으로 고생하던 김연아가 ‘진통제 투혼’을 펼치며 동메달을 따냈고 2009년에는 김연아가 여자 싱글 역대 최고점(207.71점)으로 우승해 ‘여왕’의 등극을 알린 반면 아사다는 4위에 그쳤다. 김연아는 여세를 몰아 2009~10 시즌에 그랑프리 파이널에 이어 밴쿠버 동계올림픽까지 석권하면서 확실한 우위를 잡았으나 동계올림픽 한 달 뒤 벌어진 토리노 세계선수권대회에선 긴장이 풀린 탓에 실수를 범하면서 절치부심한 아사다에게 세계챔피언 타이틀을 내주고 말았다.
밴쿠버 동계올림픽에서 사상 최고점수로 금메달을 따낸 김연아가 눈물을 흘릴 때 아사다(왼쪽)는 고개를 숙였다.
동계올림픽 한 달 뒤에 벌어진 토리노 세계선수권에선 긴장이 풀린 김연아가 숏프로그램에서 실수로 금메달을 아사다에 내줬다.
이후 김연아는 올 시즌 대회에 나가지 않는 ‘개점휴업’ 상태로 내년 3월 세계선수권 대회를 준비해왔고 아사다는 정상적으로 대회에 나섰으나 라이벌 부재로 오히려 의욕을 잃은 듯 최악의 부진에 빠져들어 두 번의 그랑프리 시리즈에서 8위와 5위에 그쳐 그랑프리 파이널 진출에도 실패했고 세계선수권 출전조차 의문시됐다. 하지만 그녀는 일본선수권대회에서 비록 5연패 도전은 좌절됐으나 2위를 차지하며 일본 대표팀에 선발돼 세계 타이틀 방어 기회를 살려냈고 이와 함께 1년만의 라이벌전도 실현시켰다. 더구나 이번 세계선수권은 영원한 두 라이벌이 각각 올림픽 챔피언(김연아)과 세계챔피언(아사다)으로 맞서는 첫 만남이고 또 어쩌면 이들간의 마지막 대결이 될 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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