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25전쟁 60주년 기념사진전‘경계에서’
타이밍을 이렇게 맞추려 해도 힘들 것이다.
LA한국문화원(원장 김재원)이 오는 3일 개막하는 6.25전쟁 60주년 기념사진전 ‘경계에서’(On the Line)는 때마침 터진 연평도 사건으로 인해 그 어떤 쇼보다 생생하고 실감나며 의미있는 전시회로 다가온다.
주명덕 등 대표 사진작가 10명
DMZ 등 누비며 분단의 아픔 담아
LA한국문화원서 내달 3일 개막
‘경계에서’는 대한민국 국방부가 최초로 기획한 사진전으로, 한국을 대표하는 10명의 사진작가(주명덕, 강운구, 구본창, 최광호, 이갑철, 오형근, 고명근, 난다, 원성원, 백승우)들이 전쟁이 남긴 흔적을 예술가들의 시각으로 재해석한 작품전이다.
우연히도 사진작가들이 이 기획전을 준비하기 위해 강원도 철책선 주변을 온종일 배회했던 날은 천안함 사건이 일어났던 지난 3월26일이었다고 한다. 그 날 이후 작가들은 국방부의 지원 아래 자신이 원하는 장소와 시간과 대상을 선택하여 개별적으로 작업을 진행했고, 민간인 통제구역, 군부대, DMZ 전망대, 전쟁기념관, 기갑부대 훈련장, 휴전선 철조망, 임진각과 가칠봉을 찾아다니며 수없이 셔터를 눌러대 각기 다른 10개의 스토리를 만들어냈다.
30대에서 70대에 이르는 세대를 아우르는 작가들은 한국의 현대사의 가장 중요한 사건인 6.25 전쟁이 만들어낸 과거와 현재, 아픔과 아름다움, 분단과 통일, 고립과 화합, 욕망과 금단, 한반도와 세계의 경계에 주목하였고, 그 결과 전통적인 흑백사진에서부터 최근의 디지털 합성사진에 이르기까지 개성 넘치는 시각과 다양한 표현방법을 보여주는 작품들을 창조해냈다. 이번 전시에는 77점이 걸린다.
신수진 전시감독은 “한국이 세계 유일의 분단국이며 정전 이후 이만몇백 번째 날을 지내고 있다는 사실은 우리의 일상에서 가라앉혀진 현실이다. 하지만 그것은 아무리 깊이 가라앉아 있다 하더라도, 우리 자신에겐 맑은 물속을 투명하게 들여다보는 것과 같은 현실이어야만 할 것이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전쟁이라는 현실이 내게 어떤 의미이고 나는 무엇을 상대로 싸우고 있으며 평화롭게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지를 알려줄 심리적 지도이다. 경계는, 우리의 눈과 마음이 닿는 곳, 어디에나 있다”고 전시 의미를 설명하고 있다.
작가 10인의 작업은 다음과 같다.
▲주명덕(1940년생): 6.25때 가장 치열한 전적지였던 대구 다부동 전투의 참전용사를 추적하여 촬영한 인물사진과 다부동 전적지의 현재 자연풍경을 촬영한 사진을 함께 제시한다.
▲강운구(1941): 해뜨는 동해에서 해지는 서해까지, 248킬로미터에 이르는 휴전선 철책선 주변 풍경과 사람들을 다큐멘터리 적 시각으로 시공간을 계산한 연작들로 보여준다.
▲구본창(1953): 전쟁 유물이 되어 박물관에 소장된 참전용사들의 사적 물품과 무기들을 특유의 명상적 시선으로 바라본다.
▲최광호(1956): 6.25의 전적지 풍경과 역사적 인물이나 국가에 관련된 우표를 중첩시켜서 보여줌으로써 과거와 현재를 잇는 역사적 해석을 시도한다.
▲이갑철(1959): 끝나지 않은 전쟁이 현재 어떠한 모습과 기운으로 살아있는지를 기갑부대 훈련장면이나 천안함 희생자 영결식 등의 소재로 제시한다.
▲오형근(1963): 군부대 내 일반 사병들의 초상을 통해 집단 속에서 삶의 근원적인 문제와 갈등에 부딪치는 인간의 본질적 외로움을 조명한다.
▲고명근(1964): 언젠가는 사라질지도 모를 국경 철조망을 주변 풍경과 중첩시키는 입체 조형물을 제시한다.
▲난다(1969): 임진각, 대성동 선전마을, 각지에 세워진 전적비, 지금은 전쟁기념관 등 구경거리가 돼버린 전쟁의 파편을 모아 방관자가 된 우리들의 모습을 풍자적으로 조명한다.
▲원성원(1972): 철원 일대 민통선 지역의 치열했던 전투와 오늘날까지 이어지는 남북 대치의 상황을 오랜 전설과 역사의 데자뷰로 중첩시킨다.
▲백승우(1973): 예비군 훈련, 보수단체 집회 등 현재의 한국인들이 전쟁을 대비하기 위해 행하고 있는 활동이 지닌 사회적 의미를 재조명한다.
전시는 23일까지 계속되며 개막식은 3일 오후 6시30분에 열린다. 문화원은 개막식에 한국전 참전용사들을 초청할 예정이다. 5505 Wilshire Blvd. LA, CA 90036, (323)936-3014(전시담당 최희선)
<정숙희 기자>
난다의 ‘전쟁과 평화’.
이갑철의 ‘연평해전’. 연평도 사건으로 인해 특별한 느낌으로 다가오는 작품이다.
구본창의 ‘전투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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