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블레스 오블리주(Noblesse oblige)
프랑스어로 ‘귀족의 의무’를 의미하는 ‘노블레스 오블리주’는 사회의 지배층이 명예, 신분 등에 걸맞게 사회에 대한 책임과 도덕적 의무를 병행해야 한다는 뜻이다. 이 말을 국가적인 차원으로 확대해석하면, 선진국은 국력이나 경제력에 걸맞게 국제사회에서 책임과 의무를 다해야 한다는 의미로도 이해할 수 있다.
최근 국제사회에서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행하는 한국정부의 행보를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지난 9월 8일 한국정부는 이란 제재와 관련해 금융, 무역, 운송과 여행, 에너지 등 4개 분야에 걸친 포괄적 내용의 유엔 안보리 결의 1929호 이행조치를 공식 발표했다. 이로써 사전에 허가 없이 이루어지는 이란과의 모든 금융거래는 금지되었고 특히 이란 멜라트(Mellat) 은행 서울지점이 2개월 영업정지를 받았다. 이란이, 미국과 유럽연합(EU)은 물론이고 호주 캐나다 일본 한국과 같은 국가들로부터 추가제재를 받게 된 것은 핵 프로그램 중단이라는 국제사회의 요구를 거부하고 있기 때문이다.
경제적 손실이 불가피한 한국의 이란 제재는 대내외적으로 커다란 관심사였다. 정부도 제재 수위를 놓고 고심했다. 이란 제재에 동참하라는 미국의 요구를 수용하면서도 그로 인해 야기되는 경제적 손실을 최소화해야 했기 때문이다. 이란은 한국의 15번째 교역국이다. 이란에 수출하는 한국기업체 수가 2,000개가 넘고 또 작년 기준 한국과 이란 간의 연간 교역액도 수출 39억9천만불을 포함해 100억불에 이른다고 한다. 이번 조치로 수출전선에 빨간불이 켜질게 뻔하고 이란으로부터의 원유수입도 차질을 빚을 가능성이 많다.
이처럼 앞으로 이란 제제로 인한 한국의 경제적 손실은 당연할 듯하다. 그렇지만 다른 측면에서 보면, 한국이 경제적인 손실을 감수하면서까지 여타 선진국처럼 국제사회에서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도 한국의 고심을 잘 알고 있는 듯, 지난 9월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과 가이트너 미 재무장관은 공동성명에서 “한국과 이란 간의 중요한 무역관계를 감안할 때 이번 결정이 한국으로서 손실을 감수한 것이라는 점을 알고 있으며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언급했고, 조 리버맨 상원의원도 “정치적으로나 경제적으로나 한국정부가 결정하기 쉽지 않았던 문제임을 잘 알고 있다”면서 글로벌 리더에 걸맞게 “국제적 책임을 피하지 않은 한국의 리더십을 미 의회는 기억할 것”이라 피력했다.
지난 11월 12일 폐막된 서울 G20정상회의에서도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하려는 우리 정부의 의지를 찾아볼 수 있다. 당초 환율전쟁터가 될 것으로 예견되었던 서울회의는 시작부터 미국 중국을 위시하여 여러 국가들의 이익이 첨예하게 대립된 터라 의장국인 한국은 어려운 회의를 주재해야 했다. 서울회의의 최대 이슈였던 환율문제는 구체적인 성과 없이 내년 프랑스 정상회의 때까지 합의하는 것으로 잠정적인 결론을 내렸지만 글로벌 금융안전망 강화, 개발도상국의 경제성장 지원 등과 같은 여러 가지 구체적인 합의안 도출은 평가할 만했다. 특히 이번 서울회의에서는 그동안 “선진국 중심의 논의(의제설정)를 신흥국 관심사로 전환했으며, 한국을 비롯한 신흥국들이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는 문제들을 의제로 다룸으로써 한국이 비(非) G8 최초의 G20의장국으로서 선진국과 신흥국 간의 가교역할”을 톡톡히 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명박 대통령도 G20 정상회의 폐막 직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개발도상국에 대한 원조는 물론 앞으로 한국 개발정책의 ‘성공과 실패의 경험’까지 전수할 것이라고 밝혔으며 또 지난 11월 14일 요코하마 APEC 정상회의 직후, 귀국 도중 비행기 내에서 가진 연설에서도 서울 G20정상회의의 성공적인 개최를 국민의 협조와 성원 덕분이라고 강조하면서, G20에서 진심을 가지고 개발도상국의 개발문제를 논의하자 아프리카 정상들이 눈물을 글썽이며 감동했다는 일화도 소개했다.
이번 서울 G20회의를 지켜본 신흥국들은 분명 한국이 보여준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주목할 것이다. 회의기간 동안 신흥국들의 입장에서 선진국과 신흥국을 잇는 가교역할을 성실히 이행함으로써, 이들 국가들에게 있어서 한국은 ‘신흥국의 이해를 대변하는 국가’라는 좋은 이미지로 비춰질 것이다. 물론 이러한 긍정적인 이미지가 완전히 정착되기까지에는 많은 시간이 필요하겠지만 앞으로 우리 정부가 이를 지속적으로 실천한다면 언젠가는 한국의 국익과 직결되는 커다란 화답(和答)으로 돌아올 것이다.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