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사이마라(Masai Mara) 국립공원
일행 24명을 3대에 분승시켜 태운 전용 사파리 차량 행렬이 아프리카 최대 동물 서식지 마사이마라로 향한다. 공항에서 얻은 안내 책자에 케냐에는 이 밖에 사파리 관광으로 유명한 암보셀리(AMBOSSELI NATIONAL PARK)말고도 수많은 사파리 국립공원이 있다.그 옆 인접국가인 탄자니아(TANZANIA)에도 세랑게티(SERENGETI)국립공원과 옹고롱고로 분지 (NGORONGORO)가 유명한 사파리관광지역이기도 하다. 이곳의 도로 연변풍경은 황량한 황토 먼지를 일으키며 달리는 화물차외에 일반인들이 타고 다니는 버스라곤 보기 어렵다.
주민들은 모두 기다란 막대기 하나씩을 가지고 한길을 따라 걸어서 다닌다. 짐작컨대 그 긴 막대는 길을 가다 맹수를 만나면 쫒을 호신용 스틱이 지금까지 관습적으로 지니고 다니지 않나 싶다. 지금의 한국은 시골구석 구석까지 마을버스가 들어간다. 그렇지만 얼마 전 까지도 한국의 시골 사람들도 이렇게 걸어서, 걸어서 읍내까지 다녔었다. 걷는 것이 일상화 된 그들이니 매년 보스턴 마라톤에서 케냐에서 우승자가 나오는 것이 한갓갗 우연은 아닌가보다. 손 기정선수의 자서전에도 그는 보통학교 어린 시절 책 보따리를 등에 메고 산길을 달린 일화와 일맥 통하는 일이다. 그리고 육중한 화물자동차가 지날 때 마다 푸석푸석 메마른 땅은 황색먼지를 일으킨다.
황톳길을 달리다 보니 한 하운 시인의 <황토길>이라는 시집에서 <전라도 길>이 생뚱맞게 떠오른다, 나병을 앓다가 한 많은 삶을 살며 천형(天刑)의 병고를 구슬프게 읊은 그의 시(詩)는 애조 띤 가락으로 많은 사람의 심금을 울렸는데, 이 시가 하필이면 아프리카 대륙의 황톳길에서 떠오를까?
‘가도 가도 붉은 황토길 / 숨 막히는 더위뿐이더라. /낯선 친구 만나면 /우리는 문둥이끼리 반갑다. /천안 삼거리를 지나도 /쑤세미 같은 해는 서산에 남는데 가도 가도 붉은 황토길 /숨막히는 더위 속으로 쩔름거리며 /가는 길.‘ -후략-
오래전 이집트를 여행할 때 보던 수도 카이로 시내 건물들은 비가 오지 않아 황토 흙먼지로 덮여 모든 건물들이 우중충하고 음산한 인상을 주는 도시였다. 카이로에서 북쪽 지중해에 면한 항구도시 알렉산드리아Alexandria)로 달리다보면 고속도로변이 온통 황토 땅인 것이 기억나는데 아프리카는 대륙의 최남단 희망봉(CAPE OF GOOD HOPE)까지도 죄다 누런 황토 땅 인가 보다. 긴 막대를 든 나이 어린 소년들이 양이나 자기보다 덩치 큰 소떼를 몰고 간다. 가물어서 황토 흙먼지가 풀석 이는 옥수수 밭 언저리를 서성대며 서있는 목동들이 달리는 도로 연변에 참참이 나타난다. 같은 황톳길 이지만, 소록도로 내려가며 한 하운이 읊었던 <전라도길>의 <황토길>과 이 아프리카의 황량하고 메마른 벌판에서 목동들이 소나 양을 모는 황톳길은 시공(時空)이 다른 것을,,, 부질없는 생각이 머리를 스친다.
처음 한 동안 포장도로를 달리다 비포장도로로 접어드니 산악자전거로 경주하는 것 같은 질주이다. Pot Hall 정도가 아니라 깊은 웅덩이처럼 파인 길을 4륜구동의 사파리용 자동차는 탱크처럼 달린다. 이런 길로 자동차가 가다니... 목적지까지 무사히 갈까 불안하기만하다. DAVID LIVINGSTONE LODGE .철제 아치에 새겨진 이름은 이틀을 묵고 갈 사파리 마사이마라 평원 한 가운데 자리 잡은 호텔이다. 수 십 개의 방갈로가 산재하여있다. 호텔직원이 웰
컴 드링크로 시원한 과일 주스와 찬 물 수건을 들고 투숙객을 환영한다. 땀과 먼지로 범벅된 얼굴과 목을 찬 물 수건으로 대충 닦고 나니 기분부터 한결 상쾌하다.방 배정을 받아 . 샛강을 끼고 도는 한적한 방가로 방을 찾아 가니 창문이 모두 열려있다. 트렁크를 옮겨주는 포터에게 창문이 이렇게 열려 있으면 모기 때문에 어찌 잠을 자겠냐고 하니 천장에 매달린 모기장이 있으니 염려 말라고 한다. 서양영화에서 가끔 본 천정에다 꼭지를 매어 달고 침대로 늘어뜨린 모기장이다.
전기는 자가 발전기를 사용하기 때문에 밤 10시면 전기가 나가고 급한 일이 있으면 침대 테이불에 놓인 손전등을 사용한다. 전기가 끈기기 전에 모든 일을 마쳐야 한다. 오랜만에 모기장 안에서 잠을 자보게 되나보다. 짐을 부리고 점심식사 후 오후 사파리 일정에 나선다. 방가로의 방 열쇠는 작은 나무방망이에 달려 있고 끝에는 쇠붙이가 붙어 있다. 방을 찾아 가다가 야수를 만나면 퇴치하라는 호신 무기라고 하여 모두들 웃었다.랏지의 식당 앞에 샛강이 흐르고 코앞에 굽이진 흙탕물 속에 수 십 마리의 하마 떼가 우굴거리며 몰려 더위를 식히고 있다. 그들의 고함소리는 뱃고동 소리처럼 들린다. BIG FIVE라 하여
케냐의 화폐에는 사자, 코끼리, 코뿔소, 표범, 버팔로가 화폐의 단위 별로 들어있다.
셀 수없이 많은 임펠라가 한가히 풀을 뜯고 있다. 수풀 속 나무그늘 아래에는 숫사자가 늘어지게 잠을 자고 있다. 아마도 포식을 하고 오수를 즐기는 시간인가 보다. 사파리 차량을 바로 옆에 대고 사진을 찍는 인기척에 꼼짝도 않는다. 방금이라도 벌떡 일어나 포효하며 달려들 것만 같다. 인간처럼 하루 삼식((三食)을 하지 않는 육식동물은 배가 부르면 먹잇감이 지나도 사냥을
하지 않으니 콧찜을 주어 그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는 이상 그렇게 무서워 할 일도 아닌가 보다. 선비처럼 유유자적 노니는 십여 마리의 기린들이 지나가는가 하면 군데군데 수십 마리씩 무리 진 얼룩말 떼가 풀을 뜯고, 버팔로는 백 여 마리씩 무리지어 초원 지천에서 볼 수 있다.
사파리 차량끼리는 운전수가 위키토키로 서로 연락하여 어느 곳에서 무슨 동물이 있다고 알면 주위에 있던 차들이 길도 없는 초원을 달려 몰려든다, 드디어 한 곳에 이르니 치타 한 마리가 귀여운 얼룩말을 잡아 즐거운 식사를 하고 있다. 뒤에는 독수리 떼가 몰려와 침을 삼키며 포식자가 자리뜨기만 기다리고 있다. 대 여섯 대의 차량이 에워싸고 사진을 찍고 법석대도 그는 먹는 데만 열중이다. 먹기 쉬운 내장부터 먼저 꺼내먹고 살코기로 포식한 후 자리를 뜨니 주위에 기다리던 독수리 떼들의 잔치가 벌어진다. 수 십 마리가 우글우글 몰려들어 십여 분간 쪼아 먹고 난 자리에는 앙상한 뼈만 남은 잔해가 들어난다. 야생의 야수가 힘 약한 초식동물을 먹어대는 문자그대로의 약육강식의 현장을 짧은 시간에 공부하였다. TV에서 흔히 보던 동물의 왕국 사냥장면은 전문 촬영진이 며칠이고 오랜 시간을 진치고 기려야 그 한 장면을 찍는 행운을 잡는단다. 아프리카 대륙에는 사자를 비롯한 온갖 맹수가 많지만 호랑이는 없다고 한다.
야생동물 구경을 제대로 하려면 그들이 활동을 시작하는 이른 새벽 5시경부터 나가야 많은 동물들의 활동을 불 수 있다는데 게으른 가이드만 믿고 아침잠을 늘어지게 잔 후 늦은 아침을 먹고 나가니 백수의왕 사자님은 벌써 한가히 오수를 즐기고 있다. 어차피 여행이란 학술탐사가 아닌 이상 장님 코끼리 만지는 식 일터이니 어느 한쪽만을 보고서도 만족하여야지 한정된 여건으로 백 퍼센트 만족 할 수는 없다. 그래야 또 미련이 남는 것 아닐까.
표범이 식사를 하는 동안 차례를 기다리고 있는 독수리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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