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잡한 도심 한가운데 작지만 아담하고 맑은 냇물이 정겹게 흘러가며 600년 도읍지 서울의 역사를 조곤조곤 이야기해주는 곳, 그 어느 나라 사람들보다 열심히 또 치열하게 살아가는 서울시민들이 오가며 잠깐 삶의 여유를 찾고 휴식을 취하는 곳!
하지만 최근 한국에는 청계천과 관련해 논란이 많다. 현 정부의 4대강 사업과 비교되기도 하고 유지비용이 문제되기도 한다. 그동안 복원비용으로 쓰인 돈이 약 3,900억 원이고 또 매년 들어가는 유지비용이 복원 이듬해인 2006년에 67억 2007년 72억 그리고 2008년에 77억 원으로 늘어났다고 한다. 이를 하루로 계산하면 대충 2,000만원이라는 액수가 나온다. 게다가 시간이 지나면서 청계천 바닥에 끼는 녹조를 청소하는데 예상치 않았던 비용이 들자 민주당 한 국회의원은 청계천이 “하수구가 된 것”이라면서 “청계천이 국민세금 잡아먹는 돈계천이요, 사람 잡는 살계천”이라고 언급했다.
60-70년대는 자장면 곱빼기가 최고였던 배고픈 시절이었다. 당시 세계경제에서 차지하는 한국의 경제규모는 미미했고 한국의 100억불 수출은 1977년에야 달성되었다. 지금은 상황이 많이 바뀌었다. ‘세계무역보고서 2010’에 따르면, 2009년 한국의 수출규모가 사상 처음 영국을 제치고 세계 9위에 올랐다. 또 2010년 상반기에는 이탈리아 벨기에를 밀어내고 중국 미국 독일 일본 네덜란드 프랑스 다음으로 세계 7위 수출대국이 되었다. 이제 우리도 질적인 삶과 미(美) 등을 추구할 수준에 올랐다. 유럽은 그렇다 치더라도 가까운 동경에만 가봐도 다양한 형태의 예술적인 건축물을 많이 볼 수 있다. 국가차원에서 세계적인 건축가를 양성하면서 아름다운 건축물에 관심이 많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서울은 어떨까! 서울 도심의 건물들은 이렇다 할 특징도 없지만 앞으로 몰려올 중국인 관광객을 유치해야한다고 야단이다. 실로 한강 건너편에서, 빼곡히 들어선 잠실 재건축 아파트를 보면 아직도 갈 길이 멀구나하는 생각이 든다.
본래 서울은 세계 어느 도시보다 그 자체로 아름다운 도시 구비조건을 잘 갖추고 있다. 주변에 북한산 인왕산 그리고 남산 등 빼어난 산이 도시를 호위하고 있고 또 도심 중앙을 휘감으며 한강이 유유히 흐르고 있고... 아마 세계 어디를 가봐도 서울같이 매력적인 도시를 찾아보기란 그리 쉽지 않을 것이다. 몇 년 전 동경외대를 방문할 기회가 있었다. 동경 도심의 거리와 건물들은 아주 깨끗하고 훌륭했지만 도시 자체가 지니고 있는 매력은 서울보다 그리 크지 않다는 느낌이었다. 이목을 끄는 멋진 건물도 많았지만 너무 빼곡히 들어서 있어 며칠을 넘기지 못하고 갑갑함에 그곳을 빠져 나오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서유럽은 물론, 한국보다 가난한 동유럽 국가들도 건축물을 세울 때 전통과 미를 생각한다. 체코 프라하에는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건축물 TOP 10’에 속하는 ‘춤추는 건물(Dancing Building)’이 있다. 이것은 네덜란드 회사의 건물로 춤추는 남녀의 모습을 건축미로 형상화한 것이다. 작은 건물 하나가 세계적인 관광명소가 되었다. 또 루마니아의 ‘구(舊) 정보국 건물’도 우리의 상상을 뛰어넘는다. 1989년 루마니아 혁명 때 건물 윗부분이 부서졌는데 몇 년 전 남아 있는 건물 외관을 그대로 보존하면서 건물 내부에 초현대식 건물을 다시 쌓아 올렸다. 즉 건물 아래 부분의 중세풍은 그대로 보존한 채 윗부분을 현대풍의 멋진 건물로 만들어 중세와 현대, 과거와 미래가 공존하는 건물로 다시 탄생시킨 것이다.
최근 서울시가 청계천 복원 후 성과를 부풀리기에만 급급하다는 의혹이 제기되었다. 상황이 이러하자 발 빠르게 청계천을 폄하하여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세력도 있다. 물론 국민의 세금으로 충당하는 청계천 유지비용은 결코 적은 돈이 아니다. 유지보수비용을 줄일 수 있는 방안이 있다면 적극 찾아봐야 하고 또 녹조로 인해 물고기가 죽어간다면 하루 빨리 대책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청계천은 더 이상 정치적인 시각이 아니라 서울 시민들의 질적인 삶 그리고 도시 미학적인 관점에서 바라봐야 할 것이다.
현재 청계천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대부분의 사람들도, 청계천이 도심하천으로서 지니고 있는 “도심의 오아시스”와도 같은 효용가치를 높게 평가하고 있다. 만약 청계천이 미완의 복원이라면 향후 청계천이 세계적인 명소로 완전히 자리 잡을 수 있게 지금이라도 궁극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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