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중 UC샌디에고에 들어설 설치작가 서도호의 프로젝트 ‘떨어진 별’(Fallen Star)을 축하하기 위한 한인작가 3인전이 12월4일부터 30일까지 샌디에고의 CJ 갤러리(대표 김창송)에서 열린다. UCSD의 캠퍼스 설치예술 프로그램 ‘스튜어트 컬렉션’(Stuart Collection)과 CJ 갤러리가 공동 주최하는 이 전시회는 ‘한국으로부터: 3명의 개척자 세대’(Here From Korea: 3 Pioneering Generations, 1957~2010)란 제목으로 지난 수십 년간 미 주류화단에서 활약해온 서도호, 안영일, 원미랑의 작품들을 선보인다. 세 사람은 각각 1950년대와 70년대, 그리고 80년대에 서울대 미술대학을 졸업한 작가들로, 모두 일찌감치 미국으로 건너와 당시로서는 아무도 걷지 않은 길을 걸어온 선구적 작가들이다. 서도호는 뉴욕에서, 안영일은 LA에서, 원미랑은 샌프란시스코에서 터전을 잡고 작업해왔으며, 한인사회보다는 국제 미술계에서 인지도가 높은 아티스트들이다.
서도호의 UC샌디에고 ‘떨어진 별’ 프로젝트 기념
CJ갤러리 내달 서도호·안영일·원미랑 작품 전시
전시작품은 서도호의 드로잉 9점, 안영일의 유화 12점, 원미랑의 설치작품 12점 등으로, 판매수익의 일부는 ‘떨어진 별’ 프로젝트의 예산으로 사용된다. 스튜어트 컬렉션의 매리 비비 디렉터는 “총 100만달러의 예산이 거의 다 모금됐고, 건축 관련 허가들도 모두 완료됐다”고 전하고 “내년 2월 중 설치건축이 시작돼 여름께 완성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비비 디렉터는 또 “서도호가 이 프로젝트를 위해 3점의 드로잉을 기증했다”며 “너무도 관대한 그의 기부와 대학 선배들인 두 작가의 협조에 힘입어 프로젝트가 성공적으로 진행될 것으로 확신한다”고 감사를 표했다.
김창송 CJ 갤러리 대표는 “UC샌디에고에 한국 학생들이 2,700명이나 되는데 100만달러 예산의 대부분은 미국인들에게서 나왔다”고 한인사회의 무관심을 아쉬워하면서 “마지막 모금을 위한 이번 전시회는 유명 작가들의 작품도 만나볼 수 있고 프로젝트를 후원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강조했다.
서도호는 세계 현대미술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한인 작가의 한 사람으로 서울대 동양화과와 이 대학원을 졸업하고 미국에 온 후 로드아일랜드 스쿨 오브 디자인에서 BFA, 예일대 미술대학 조소과 석사학위를 받았다. 1998년 카파미술상 수상, 2001년 베니스 비엔날레 한국관 전시작가로 선정돼 국제무대에 알려지기 시작했으며 뉴욕 현대미술관, 런던 서펜타인 갤러리, 아트선재센터, 시애틀미술관, 휘트니미술관 등 세계 유수 갤러리에서 개인전을 가졌다. 2006년 LACMA가 작품 ‘문’(Gate)을 매입했으며(작년 말부터 올해 초까지 한국 미술실에 전시됐다) 휴스턴미술관, 뉴욕 현대미술관, 휘트니미술관, 구겐하임미술관에도 작품이 소장돼있다. 이번 전시에는 신작 ‘아버지와 딸’(Father and Daughter)과 ‘꽃’(Flower), ‘도어맷: 웰컴 백’(Doormat: Welcome Back) 등을 소개한다. 안영일은 한인으로는 최초로 해외 유수 갤러리의 초대로 개인전을 가진 화가일 것이다. 네살 때부터 붓을 잡았고, 여섯 살 때 일본에서 첫 전시회를 가졌으며, 중학교 때 국전에서 최연소 작가로 특선했던 그는 서울 미대 4학년이던 1957년 뉴욕 월드 하우스 갤러리의 초대로 미국에서 첫 개인전을 가졌고 59년 시카고 헐 하우스 갤러리에서, 62년 핀란드 헬싱키에서 잇달아 초대전을 가졌던 천재화가였다. 1966년 미국으로 이주하면서 베벌리힐스의 재커리 웰러 갤러리의 전속작가가 되어 20년간 왕성하게 활동해 왔다. 2002년 미주 한인작가로는 최초로 미연방 국무부가 선정하는 ‘미술대사’로 위촉돼 2005년까지 오스트리아 비엔나 소재 미 대사관저에 작품이 전시되기도 했는데 이번 전시에는 바로 그 작품(‘스페이스 #1’)을 비롯해 그의 유명한 ‘물’ 시리즈와 신작들도 소개한다.
원미랑은 서울 미대와 대학원을 졸업하고 1970년 프랑스 정부 국비장학생으로 도불, 고등장식미술학교(Ecole nationale superieure des Arts Decoratif)에서 디플로마와 준 석사과정을, 소르본느에서 미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첫 개인전은 73년 파리 뱅산느 꽃공원에서의 설치미술전이었으며 76년 미국으로 이주, 샌프란시스코 현대미술관과 퍼시픽 헤리티지 뮤지엄 등지에서 17회의 개인전을 비롯 수많은 그룹전에 참여했다. 2008년 경기여고 100주년 기념전으로 성곡미술관에서 30여년 만에 한국서 작품을 선보이기 시작, 2009년 인천 이민사박물관의 ‘디아스포라의 귀향’ 전시에 초대됐다. 철망을 불로 태워 그리는 스크린 작업으로 자연의 순환과 태양의 에너지, 순간의 무한성을 표현하는 그는 이번 전시에서 12점의 ‘불꽃’ 시리즈를 소개한다. 전시회 오프닝 리셉션은 12월4일 오후 5~8시.
CJ Gallery 343 Fourth Ave. San Diego, CA 92101,(619) 595-0048
<정숙희 기자>
서도호의 드로잉 ‘아버지와 딸’.
안영일의 ‘스페이스 #1’.
원미랑의 ‘불꽃’ 시리즈.
‘떨어진 별’
UCSD에 설치될 서도호의 ‘떨어진 별’ 모형. 거의 실제 크기의 집이 7층 엔지니어링 스쿨 본관의 꼭대기 모서리에 비스듬히 들어박히는 작품이다. 집을 떠나 대학이라는 거대한 기관에서 공부하며 살게 된 학생들에게 ‘집’을 느끼게 해주는 설치건축물로, 가정주택처럼 꾸며진 집 안으로 들어가 내부 공간을 사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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