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 오페라 새 프로덕션 공연
창단 25주년 기념 축하공연 ‘일 포스티노’(Il Postino)와 ‘피가로의 결혼’(Marriage of Figaro)을 성공적으로 마친 LA 오페라(총감독 플라시도 도밍고)는 이번 시즌 세 번째 프로덕션인 ‘로엔그린’(Lohengrin)과 네 번째 프로덕션 ‘리골레토’(Rigoletto)를 11월20일부터 12월18일까지 번갈아 총 13회 공연한다. 바그너와 베르디의 가장 인기 있는 오페라로 꼽히는 두 작품은 과거에도 LA 오페라에서 공연된 적이 있으나 이번에는 모두 새로운 프로덕션으로 선보일 예정이어서 오페라 팬들의 기대가 크다.
로엔그린 역의 벤 헤프너.
엘자 역의 소일레 이소코스키.
‘로엔그린’ 1차대전 배경으로 재탄생
‘리골레토’ 마크 라모스 연출작 올려
■로엔그린(Lohengrin by Richard Wagner)
‘링 사이클’로 LA 음악팬들에게 익숙해진 바그너의 3막 오페라로, 1850년 바이마르 궁정극장에서 친구이며 후원자였던 프란츠 리스트의 지휘로 초연돼 대성공을 거둔 작품이다.
중세 북유럽에 퍼져 있던 백조의 기사 로엔그린의 전설을 소재로 당시 실재 인물인 독일의 하인리히 왕을 등장시켜 교묘하게 엮은 오페라로, 선과 악의 대결과 신과 인간의 관계를 통해 은연중 독일민족의 우수성을 부각시킨 작품이라고 평해진다. 유대인 혐오자였던 바그너의 음악을 히틀러가 좋아해서 나치 집회가 열릴 때마다 로엔그린 전주곡과 탄호이저 전주곡, 발퀴레 행진곡 등을 연주했던 사실은 널리 알려진 일이다.
‘로엔그린’은 바그너의 것 중에서 세계적으로 가장 널리 알려진 오페라인데 내용과 음악 전편에서 신비한 분위기가 느껴지는 작품이다. 억울한 모함으로 곤경에 빠진 엘자 공주를 구하러 나타난 백조의 기사가 악의 상징인 텔라문트 백작 부부를 물리치고 공주와 결혼하지만 호기심과 의심의 수렁에 빠진 공주가 맹세를 어기자 백조의 기사 로엔그린은 사라진다는 내용이다. 엘자가 결혼식을 위해 성당으로 행진할 때 나오는 혼례의 합창은 지금도 세계 어느 곳에서나 결혼식에서 신부 입장 연주곡으로 사용되고 있다.
LA 오페라는 2001년 이 작품을 키로프 오페라 프로덕션으로 공연한 바 있는데 이번에는 리디아 스타이어(Lydia Steier)가 제1차 세계대전 배경으로 해석해서 만든 새 연출무대에서 공연한다. 캐나다 출신 테너 벤 헤프너(Ben Hepnner)가 로엔그린 역을 맡을 예정으로, 과거 자신이 로엔그린 역으로 격찬 받았던 플라시도 도밍고 총감독은 헤프너에 대해 “우리 시대 최고의 헬덴테노르(Heldentenor: 바그너 가극의 영웅 역할에 어울리는 화려한 양감을 지닌 테너 가수를 말함)가 LA 오페라 무대에 데뷔하게 돼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
지휘는 제임스 콘론(James Conlon), 엘자 공주 역은 핀란드 출신의 리릭 소프라노 소일레 이소코스키(Soile Isokoski)가 맡는다. 공연시간은 2회 인터미션 포함 4시간10분이다.
총 6회 공연으로 오프닝은 11월20일 오후 6시30분에 있고 12월1일, 4일, 9일 오후 6시30분 저녁공연과 11월28일과 12월12일에 오후 2시 낮공연이 있다.
■리골레토(Rigoletto by Giuseppe Verdi)
베르디의 17번째 작품 오페라 ‘리골레토’(1851년)는 ‘일 트로바토레’ ‘라 트라비아타’와 더불어 그의 작품세계에서 예술적 절정을 이룬 작품이며, 음악팬들의 가장 많은 사랑을 받아온 작품이다. 원작은 1849년 빅토르 위고가 쓴 어둡고 격렬한 희곡 ‘방탕한 왕’으로, 16세기 이탈리아 만토바를 배경으로 바람둥이 공작과 꼽추 어릿광대 리골레토, 그리고 리골레토의 숨겨둔 딸 질다의 어긋난 운명을 비극적으로 그린 3막 오페라이다.
만토바 공작이 부르는 ‘여자의 마음’을 비롯해 질다가 애절하게 노래하는 ‘그리운 그대의 이름’, 리골레토의 절규가 호소하는 ‘악마여 귀신이여’ 등 유명 아리아가 많아 일반 관객들에게도 친숙한 작품. 비교적 베르디의 초기작에 속하지만 당시 이탈리아 오페라계에서 볼 땐 상당히 혁신적인 요소가 많았던 작품으로 꼽히는데 뚜쟁이 노릇을 하는 못 생긴 꼽추가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것은 그때까지의 관습을 깨는 것이었으며 음악적으로도 새로운 화성과 관현악법을 사용해서 기분과 분위기의 전달에서 절묘한 효과를 거두고 있다고 평가된다.
LA 오페라는 1993년과 2000년에 이 오페라를 공연한 적이 있는데 이번 시즌 무대에 오르는 프로덕션은 샌프란시스코 오페라에서 공연했던 마크 라모스(Mark Lamos) 연출작이다. 이탈리아 형이상학파 화가 조르조 데 치리코의 빛과 그림자가 강렬한 작품에서 영감을 얻은, 불안하고 버려진 도시를 배경으로 하여 만든 작품이다.
그루지야 출신 바리톤 조지 가니제(George Gagnidze)가 리골레토 역을 맡고 이탈리안 테너 지안루카 테라노바(Gianluca Terranova)가 만토바 공작을, 언제나 아름답고 노래 잘하는 소프라노 새라 코번(Sarah Coburn)이 질다를 노래한다. 지휘는 제임스 콘론.
총 7회 공연의 오프닝은 11월27일 오후 7시30분에 있으며 12월2일, 8일, 11일, 15일은 오후 7시30분 저녁공연, 12월5일과 18일은 오후 2시 낮공연이 있다.
두 공연 모두 티켓은 20~270달러. (213)972-8001 www.laopera.com
공연장소 Dorothy Chandler Pavilion 135 N. Grand Ave. LA, CA 90012
<정숙희 기자>
베르디의 오페라 ‘리골레토’의 한 장면. 이번 공연은 샌프란시스코 오페라가 공연했던 마크 라모스 프로덕션이다.
리디어 스타이어 프로덕션의 ‘로엔그린’은 중세 신화를 전쟁과 불안에 시달리는 현대에 맞춰 재해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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