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이로토닉’ 자격증 딴 이연경 퍼포밍 아츠 원장
4년전 이연경이라는 무용가를 처음 만났을 때, 그녀는 그저 타운에서 무용학원을 하는 여러 무용인 중 하나로 보였다. 그 때 “필라테스가 무용보다 훨씬 좋은 운동”이라고 열심히 설명하는 그녀를 보면서 현대무용으로 학사, 석사, 박사학위까지 받은 정통 무용가치고는 조금 이상하다는 생각도 했다. 그런데 불과 4년이 지난 지금 이연경(45) 퍼포밍 아츠 스튜디오 원장은 한인타운에서, 아니 주류사회에서도 가장 실력있는 필라테스 강사의 한 사람으로 인정받고 있다. 그리고 그때 일주일에 2시간이었던 필라테스 클래스가 지금은 40시간으로 늘어났으니, 불과 4년의 노력으로는 약진이 눈부시다. 그렇게 LA 한인타운에서 필라테스라는 운동을 대중화시킨 이연경 원장이 이번엔 또 ‘자이로토닉’이라는 새로운 운동을 들고 왔다.
한인사회 ‘필라테스’ 대중화 이끌어
병원 재활치료 새 운동 클래스 오픈
지난 5월부터 전문기관에서 3개월 집중훈련을 받고 강사자격증을 딴 이 원장은 “자이로토닉은 무용과 운동을 결합시킨 가장 이상적인 척추재활 프로그램”이라며 “너무 좋은 운동이라 한사람이라도 더 가르치고 싶다”고 새로운 의욕을 불태우고 있다. 모르는 운동이 있으면 반드시 배워야하는 욕심쟁이, 한번 배우면 반드시 정통으로 배워서 정통으로 가르쳐야 하는 완벽주의자, 곳곳에서 열리는 세미나와 연장교육까지 악착같이 쫓아다니며 새 동작까지 다 익혀야 직성이 풀리는 지독한 노력파, 앙증맞은 인형처럼 작은 체구 속에 엄청난 의지와 열정을 가진 이연경 원장에게 현대인의 필수운동 필라테스와 자이로토닉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필라테스와 자이로토닉은 둘다 척추 건강을 위한 재활운동입니다. 근육과 관절을 늘이고 자세가 좋아지도록 만드는 운동이라는 점에서는 같은 컨셉이지만, 필라테스는 직선적이고 정확한 동작을 요구하는 반면 자이로토닉은 움직임의 흐름과 리듬감을 강조한다는 점이 다르죠. 또 필라테스는 머리끝부터 엉치뼈까지의 상체운동에 치중돼있는데 자이로토닉은 머리끝부터 발끝까지의 전신운동이라는 점도 다릅니다. 필라테스가 클래식 발레라면 자이로토닉은 현대무용이라 할까요. 훨씬 자유롭거든요”
현대무용을 전공한 이 원장으로서는 그런 점에서 자이로토닉에 큰 매력을 느꼈을지도 모르겠다. 그녀가 자이로토닉 기계에 앉아 운동하는 모습을 보면 마치 무용수가 춤을 추듯 팔과 어깨와 머리의 움직임이 유려한 선을 그리며 부드럽게 이어진다.
필라테스와 자이로토닉이 공통점은 호흡이 함께 들어가 정신이 맑아진다는 점, 현대인에 맞게 근래 개발된 운동이라는 점, 그리고 둘다 기계를 사용한 운동과 매트에서 하는 운동으로 나뉘어지는데, 자이로토닉은 기계와 매트 외에도 ‘스툴’(stool)이라고 부르는 작은 의자에서 하는 운동까지 세 종류로 개발돼있다는 점 등이다.
필라테스(Pilates)는 1920년 제1차 세계대전 중 영국의 포로수용소 병원에서 근무중이던 독일인 요제프 필라테스가 포로들의 운동부족과 재활치료를 위해 침대와 매트리스 등 간단한 기구만으로 할 수 있도록 고안한 근육 강화운동으로 현재 요가만큼이나 대중화돼있다. 그에게서 직접 배운 1세대 매스터들이 약 5명 정도 생존해있고, 지난 90년 동안 계속 개발돼 여러 종류로 분화됐는데 이 원장이 하는 류는 폴스타(Polestar) 계열 즉 척추재활에 목적을 둔 필라테스다.
“무용을 많이 하니까 아무래도 재활 쪽에 관심을 갖게 됐어요. 무용수들은 하도 춤을 많이 춰서 다들 몸이 아프지요. 우스개소리 같지만 비오는 날이면 모두 사우나에서 만난답니다. 잦은 부상으로 여기 저기 쑤셔서 춤을 출 수가 없거든요”
다섯 살 때부터 발레를 시작한 이연경은 무용 뿐 아니라 피겨스케이팅까지 하면서 경북 대표선수로 동계체전에도 나갔을 만큼 탁월한 재능을 보여왔다. 중학교 때 발레에서 현대무용으로 바꾼 그녀는 부산대 예술대 무용과를 1회로 졸업하고, 용인대학에서 석사과정, 영남대학에서 박사과정을 모두 현대무용으로 마쳤다.
그녀가 필라테스를 처음 알게된 건 2002년께, 한국의 무용인들 사이에서 필라테스 붐이 일던 시기였다. 그 자신은 처음에 별 매력을 못 느꼈으나 무용가의 재활과 자기치유에 좋다고 해서 배우기 시작했다고 한다.
“하루 열시간씩 춤을 추다보니 허리도 안 좋고 다리도 절둑거렸어요. 게다가 평소 작은 키가 좀 불만이었는데 필라테스는 몸을 길게 늘이는 운동이라 해서 흥미를 느꼈죠. 그런데 호흡과 함께 자꾸 하다 보니 내적 수용감각체가 좋아지는 것을 느끼게 됐어요. 무용은 밖으로 움직이는 동작에만 신경을 쓰는데, 처음으로 내적 감각을 느끼게 됐지요”
그때부터 필라테스 클래스를 쫓아다니기 시작한 그녀는 2005년 미국에 오자마자 열일 제쳐두고 필라테스를 배우러 돌아다녔다. 론 플레처, 캐시 그랜트, 브렌트 앤더슨, 엘리자베스 라크만, 엘리 허만 등 이 분야에서 최고로 알려진 선생들을 따라다니며 세미나와 클래스를 듣는 일에 시간과 돈을 투자했고, 2006년 4월 ‘웰빙 필라테스’라는 클래스 이름으로 더 잘 알려진 ‘퍼포밍 아츠 스튜디오’를 3가와 호바트에 오픈했다. 한인 타운 최초였고 당시엔 사람들이 필라테스라는 단어조차 잘 모르던 때였다.
“처음에는 한명도 데리고 하고, 두명도 데리고 하고, 별로 재미없어하는 아줌마들을 설득해가면서 그저 내가 좋아서 열강했지요. 그렇게 배운 사람들이 지금은 자기 인생에서 필라테스 만난 것이 가장 좋은 일이었다고 말하는 것을 들을 때, 오십견으로 찾아온 사람이 팔을 번쩍번쩍 드는 모습을 볼 때, 말할 수 없는 보람을 느낍니다”
처음에 발레, 에어로빅, 다이어트 댄스 등 댄스 클래스 위주였던 퍼포밍 아츠 스튜디오는 지금 재즈댄스 하나만 남고 모두 필라테스 클래스가 되었다.
그러면 자이로토닉은 또 어떤 운동인가. 1980년 루마니아의 무용수이자 체조선수였던 줄리우 로바스(Juliu Horvath)가 무용, 체조, 수영, 요가 등의 동작을 응용해 개발한 척추재활 운동으로, 기계를 사용하는 자이로토닉(Gyrotonic)과 매트와 의자에서 하는 자이로키네시스(Gyrokinesis) 두 종류로 나뉜다. 척추의 움직임을 7개 방향(앞·뒤·좌·우·좌우나선·전체원)으로 곡선을 그리며 사용함으로써 근육과 유연성을 강화시키는 운동인데 아직은 대중화되지 않았다. 강사 자격증을 주는 곳이 전세계에 독일과 마이애미 두 곳밖에 없고, 가볍게 가르칠 수 없는 운동이기 때문에 한인 중에 자격증을 가진 사람은 매우 드물다고 한다. 한국에서도 아직 운동 프로그램보다는 병원에서 재활치료 프로그램으로 사용하고 있는 정도.
이 원장은 개인 레슨과 프리 트레이닝, 파운데이션 트레이닝을 모두 마치고 7월말 1년 기한의 자격증을 받았다. 1년에 한번 반드시 연장교육을 받아야 자격증이 유효하고 기계도 아무나 살 수 없다는데 그는 벌써 스튜디오에 기계와 의자 10개를 들여놓고 매일 연습과 강의 준비에 매진하고 있다. 올 연말까지는 필라테스 회원들에게 자이로키네시스 무료 강습을 실시한 후 내년 1월부터 정식 클래스를 시작할 계획.
“몇 년전 통계에서 보니 협회에 등록된 자이로토닉 학원이 126개밖에 안 될 정도로 미국에도 전문가가 많지 않아요. 지금은 거기에 우리 퍼포밍 아츠 스튜디오의 이름도 올라있지요. 많은 미국학원들이 대개 요가나 댄스를 겸한 영세한 곳이어서 우리 스튜디오만큼 기계를 모두 갖춰놓은 필라테스와 자이로토닉 전문학원도 드물답니다”라고 자랑하는 ‘재활운동 전도사’ 이연경. 그녀가 필이 꽂혔으니, 이제 또 한인타운에서 자이로토닉이 유행하게 될 날도 얼마 안 남은 것 같다.
<정숙희 기자>
‘예술무용’을 했지만 ‘생활무용’으로 눈을 돌려 한인들에게 새로운 운동을 계속 보급하고 있는 이연경 원장. 필라테스와 자이로토닉 전문가로 인정받고 있다.<왕휘진 기자>
’스툴’에 앉아 자이로키네시스 동작을 보여주는 이연경 원장.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