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5 열세 뒤집고 8회 5득점으로 역전극
적지서 기선제압 첫 승…레인저스에 6-5
소름끼칠 정도였다. 역시 뉴욕 양키스였다. 6회까지 5-0, 7회까지 5-1로 앞서며 여유있게 승리를 향해 순항하던 텍사스 레인저스는 ‘포스트시즌의 황제’ 양키스의 무서운 저력에 눈 깜짝할 새에 5-6 뒤집히는 뼈아픈 역전패를 당하고 어안이 벙벙한 채 그라운드에 주저앉았다. 어쩌면 회복이 쉽지 않을 충격적인 패배였다.
15일 텍사스 알링턴 볼팍에서 벌어진 아메리칸리그 챔피언십시리즈(ALCS) 1차전 경기에서 양키스는 1-5로 뒤지던 8회초 5안타와 포볼 2개를 묶어 단숨에 5점을 뽑고 레인저스에 극적인 6-5 역전승을 거뒀다. 양키스는 이 승리로 7전4선승 시리즈에서 기선을 제압하며 레인저스와의 역대 플레이오프 대결에서 10연승(1패) 가도를 질주했다. 이제 다 이겼다고 생각했던 승부에서 믿기 어려운 패배를 당한 레인저스가 이번 시리즈에서 회복할 수 있을지가 초미의 관심사가 됐다.
7회까지는 완전한 레인저스의 낙승 분위기였다. 포스트시즌 최고의 해결사로 부상한 에이스 클리프 리가 디비전시리즈 5차전에 등판함에 따라 이번 시리즈에선 3차전까지 나설 수 없는 레인저스는 그와 매우 흡사한 복사판 투수인 좌완 C. J. 윌슨을 1차전 선발로 내세웠고 윌슨은 7회 선두 로빈슨 카노에게 우월 솔로홈런을 얻어맞아 첫 실점을 할 때까지 양키스 타선을 거의 완벽하게 압도했다. 6회까지 양키스를 단 3안타로 영봉시켰고 7회 카노에게 솔로홈런을 맞긴 했으나 이후 추가 실점없이 이닝을 무사히 마쳐 완투승도 충분히 가능해 보였다.
레인저스 타선도 초반부터 적시타를 터뜨리며 순항 분위기를 뒷받침했다. 양키스 에이스 CC 사바티아를 상대로 1회말 선두 엘비스 앤드러스의 포볼, 2번 마이클 영의 안타로 만든 무사 1, 3루 찬스에서 3번 자시 해밀턴이 라이트펜스를 총알처럼 넘어가는 라인드라이브 스리런홈런을 뿜어내 단숨에 3-0 리드를 잡은 레인저스는 계속해서 제구력 난조를 보인 사바티아를 상대로 포볼 2개와 안타로 2사 만루 찬스를 잡았으나 사바티아의 폭투 때 홈을 파고들던 3루주자 넬슨 크루스가 간발의 차로 태그 아웃돼 초반 완전히 분위기를 굳힐 찬스를 놓쳤다. 하지만 레인저스는 4회말 2사 1, 2루에서 영이 우중간을 가르는 2타점 2루타를 터뜨려 리드를 5-0으로 벌렸고 윌슨의 빼어난 피칭을 감안하면 승부는 거의 결정된 듯 했다.
하지만 아무리 눌려있어도 양키스는 양키스였다. 마침내 8회초 선두 브렛 가드너가 평범한 1루땅볼을 친 뒤 맹렬한 대시에 이은 헤드 퍼스트 슬라이딩으로 내야안타를 만들어내며 물꼬를 트자 양키스의 저력을 매서운 연타로 폭발했고 레인저스는 걷잡을 수 없이 무너져 내렸다. 다음 타자 데릭 지터가 레프트필드 코너에 떨어지는 2루타로 가드너를 홈까지 불러들인 뒤 닉 스위셔와 마크 테세이라가 연속 포볼을 얻어내 무사 만루가 되면서 텍사스의 악몽은 현실이 됐다. 다음 타자 알렉스 로드리게스는 8회 3번째 투수 대런 오데이의 초구를 강타, 3루수 옆을 총알처럼 빠지는 적시타를 뿜어 2타점을 올렸고 이어 카노의 중전적시타로 5-5 동점이 되자 레인저스의 한때 5점차 리드는 아침안개처럼 사라지고 말았다. 양키스는 여기서 멈추지 않고 다음 타자 마커스 탬스가 좌전안타로 로드리게스를 홈에 불러들여 끝내 6-5로 경기를 뒤집었고 그것으로 사실상 승부는 끝이 났다.
레인저스는 8회말 선두 이안 킨슬러가 포볼로 걸어 나갔다가 피처 견제구에 걸려 횡사한 뒤 9회말 선두 미치 모얼랜드의 안타로 마지막 희망을 불태웠으나 양키스의 수호신 마리아노 리베라는 영과 해밀턴을 삼진과 3루땅볼로 잡고 철문을 내렸다. 양키스가 왜 포스트시즌의 제왕인지 실감하게 해준 경기였다.
<김동우 기자>
양키스의 클로저 마리아노 리베라(오른쪽)가 승리를 지켜낸 뒤 캐처 호헤 포사다와 악수를 나누고 있다. (AP)
레인저스 선발 C. J. 윌슨은 빼어난 호투에도 불구, 끝내 양키스를 끝까지 막지 못했다. (A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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