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의 역사가 시작되면서부터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지구상에는 수없이 많은 전쟁이 있었다. 전쟁의 이유야 다양했겠지만 전쟁이 끝나면 곧바로 패전국에 부과될 전쟁배상금 문제와 ‘땅따먹기’식의 평화조약이 꼭 뒤따른다. 세계의 역사를 “땅따먹기 역사”로 규정할 수 있을 만큼 그동안 지구상에는 많은 전쟁이 있었고 또 그에 따른 국경선의 재조정이 있었다. 세계의 역사가 이렇다 보니 그동안 영토병합 및 분할과정에서 야기된 국가 간의 분쟁의 불씨는 아직도 세계 곳곳에 남아있다.
우리나라는, 그래도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여 있어 유럽 국가들에 비해 그렇게 많이 전쟁에 휩쓸리지 않았다고 볼 수 있다. 국경선이 오밀조밀 붙어있는 유럽 국가들은 항상 영토분쟁의 불씨를 안고 있었으며 특히 동유럽의 경우는 더 복잡하다고 볼 수 있다.
역사적 측면에서 볼 때, 대개 강대국이었던 서유럽 국가들이 영토를 빼앗는 능동적인 입장에 있었다면, 약소국이었던 동유럽 국가들은 수세기 동안 합스부르크, 터키, 러시아 제국 등과 같은 강대국들로부터 침략당하는 즉 영토를 빼앗기는 수동적인 입장에 있었다. 따라서 동유럽의 영토문제는 서유럽보다 더 복잡하다. 특히 90년대 민주화를 이룩하면서 동유럽에서는 영토문제에다 민족문제까지 더해져 지역 내의 민족갈등은 한층 더 고조되었다. 대표적인 예가 구(舊)유고슬라비아와 체코슬로바키아이다. 1991년 유고내전을 기점으로 분열되기 시작한 유고슬라비아는 현재 세르비아, 크로아티아, 슬로베니아 등 총 7개 국가로 나눠졌고 체코슬로바키아도 1993년 체코와 슬로바키아로 분열되었다. 더군다나 루마니아는,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로 알려진 우리나라처럼, 같은 민족의 몰도바(Moldova)공화국과 분열된 또 하나의 분단국가이다. 90년대 중반 루마니아는 현재 러시아 연방 15개 공화국 중 하나인 몰도바공화국과 통일을 꾀하였으나 러시아의 반대로 무산되었다.
체코, 폴란드, 불가리아 등 거의 모든 동유럽 국가들이 현재의 영토와 관련해 분쟁의 불씨를 안고 있다. 이들 국가는 민주화를 이룩하면서 자국의 옛 영토회복에 많은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따라서 서유럽 국가들은, 동유럽 국가들의 불안이 곧 서유럽의 불안, 더 나아가 전 세계의 불안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많았기 때문에 유럽연합(EU), 나토(NATO) 등 국제기구에 가입시키려 하였다. 이를 통해 자연스럽게 영토 및 민족문제를 해결하고 또 전 유럽의 안정을 꾀하려는 것이었다.
제1차 세계대전의 발원지가 유고슬라비아의 사라예보였고 또 제2차 세계대전도 유럽에서 시작된 것을 볼 때, 서유럽으로서는 유럽과 세계의 평화를 위해 동유럽 내의 갈등에 관심을 가지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한 예로, 90년대 중반 루마니아, 헝가리 두 나라는 루마니아 트란실바니아(Transilvania) 지방에 거주하는 헝가리계 소수민족문제와 국경선 문제 등으로 인해 심각한 외교 분쟁으로 치달을 수도 있었다. 결국 EU는, 만약 ‘루헝’ 두 나라가 트란실바니아 지방과 관련하여 현 상태를 인정하는 쌍무협정을 체결하지 않을 경우 향후 EU가입을 불허하겠다고 경고함으로써 일단락되었다. 즉 서유럽은 EU가입을 조건으로 헝가리의 영토분쟁 의도를 잠재운 것이다.
최근 동유럽 내의 영토분쟁이 네덜란드 헤이그(Hague)에 있는 국제연합(UN) 산하 국제사법재판소(ICJ)까지 가는 일이 있었다. 다름 아닌 루마니아와 우크라이나 사이에 위치하고 있는 “뱀섬(Snake Island)”이 그것이다.
원래 루마니아 영토였던 뱀섬(Snake Island)은 1948년 루마니아가 소련에 의해 강제로 공산화됨으로써 강점(强占)되었고 또한 1991년 소련연방이 해체된 이후에는 우크라이나에 편입되었다. 독도보다 조금 작은 면적의 뱀섬은 1980년대 초, 섬 주변에 상당량의 원유와 천연가스가 매장된 사실이 밝혀지면서 그 경제적 가치가 높아졌고 그 후 90년대에 들어서면서 뱀섬을 둘러싼 두 나라간의 영토분쟁은 심화되었다.
그동안 NATO는 동유럽 국가들에게 나토가입조건으로 인접하는 모든 국가들과 불가침조약 체결을 요구했다. 따라서 1997년 루마니아는 우크라이나와 상호불가침조약을 체결해야 했다. 하지만 이 조약에는, 향후 2년 동안 양국이 뱀섬 주위의 해상 국경선 문제와 관련하여 합의점을 찾지 못할 경우, 쌍방 누구나 이 문제를 국제사법재판소에 제소할 수 있다는 내용도 포함되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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