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이 갑자기 아프면 어떻게
풀러튼에 거주하는 김모씨(38)는 한밤 중 천식발작으로 호흡곤란을 일으킨 5세 아들을 데리고 근처 병원 응급실을 달려갔다가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다. 아이를 키우다보면 갑자기 병원으로 달려가야 할 일이 종종 생긴다. 특히 밤에 아픈 아이가 있을 때 어찌할 바를 모르는 부모들도 많다.
하지만 응급실에 가도 기다리는 시간이 더 많다. 왜 아이들은 밤에 더 아픈 것일까? 어린이 질환 중에는 밤에 증상이 더 심해지는 경우가 많다. 밤에 심해지는 어린이 증상들을 살펴보고 응급실에 달려가기 전 집에서 최대한 적절하게 해볼 수 있는 응급대처법을 알아본다.
어린이들은 조금만 열이 나도 밤에 더 증상이 심해지기 쉽다. 그러나 적절하게 대처하면 증상이 호전되는 경우가 많다.
#앨러지/천식
아침저녁으로 일교차가 심해지는 요즘 앨러지성 질환을 앓고 있는 어린이 환자들은 더 괴롭다. 특히 밤이 되면 증상이 더 심해진다. 체내 코티솔(cortisol) 레벨이 밤이 되면 떨어지고 앨러지 증상을 유발하는 히스타민 수치는 증가하기 때문이다. 코티솔은 급성 스트레스에 반응해 콩팥의 부신피질에서 분비되는 호르몬이다. 코티솔은 천식 예방역할을 하기도 한다.
또한 집 먼지, 식물의 꽃가루, 화학물질, 애완동물 털 등 앨러지를 일으키는 앨러겐(allergens)이 집안에 퍼져 증상이 심해지기도 한다. 집안 먼지 진드기는 계절에 상관없이 생기는 앨러지의 주원인. 앨러지를 일으키는 요인을 음식 형태로 먹거나 코로 흡입하면 몸에서는 이물질에 대한 항체를 만들게 되고, 항체가 이물질과 결합해 히스타민이란 유기물질을 생성하는데, 이 히스타민 때문에 앨러지 반응이 나타난다.
앨러지·천식
항히스타민제·기관지 확장제 복용
급성 폐쇄성 후두염
욕실 증기·찬공기 쐬면 호전
발열
해열제 주고 미지근한 물로 목욕
앨러지 비염 증상은 맑은 콧물, 코막힘, 코 가려움증, 재채기, 가래, 눈 가려움증, 잦은 눈물, 눈 충혈, 피부 가려움증, 발진, 두드러기, 기관지 천식, 만성 기침 등이 나타날 수 있다.
천식은 폐 속 기관지가 아주 예민해진 상태로 기관지 점막이 붓거나 염증이 생겨 기관지가 좁아지고 숨이 차 그르렁 하는 숨소리가 들리면서 심하게 기침을 하는 질환을 말한다. 또 기침을 자주 하고, 가슴이 답답한 증상, 목에 가래가 걸려 있는 듯한 증상이 나타난다. 이는 기관지의 앨러지 반응으로 발생하는 앨러지 질환이다. 천식 발작은 호흡곤란이 생기며, 가슴에 통증이나 압박감이 있고 얼굴이 창백해지며 식은땀이 흐르고 맥박이 빨라지며, 기침과 재채기가 심해지는 증상이 나타난다.
-어떻게 대처해야 하나: 밤에 증상이 심하면 의사에게 처방받은 항히스타민제나 기관지 확장제를 사용한다. 평소 소아과 주치의에게 정확한 진단과 치료를 받는다.
평소에도 앨러지 반응이 너무 심하거나 천식 발작이 자주 발생하면 의사와 상담해 면역주사를 맞히는 것도 고려해 볼 만하다. 면역 주사는 앨러겐 요소를 아주 미량을 투여해 인체 면역성을 길러주는 요법이다.
한편 만성적으로 천식을 앓고 있는 경우는 의사의 가이드에 따라 기관지 확장제를 구비하고 있어야 한다.
또한 마른기침과 쌕쌕거리는 소리 등 천식 증상이 2주 이상 가거나 기관지 확장제나 의사에게 처방받은 약물이 증상 개선에 도움이 되지 않으면 다시 정확한 진단을 받도록 한다.
계절적으로 천식이나 앨러지 증상이 더 심해지는 경우가 있으므로 미리 의사와 상담해 예방법을 마련하도록 한다. 또한 밤에 잘 때에는 먼지나 꽃가루 등 앨러겐 예방을 위해 아이 방 창문은 꼭 닫아놓고 잔다. 침구는 뜨거운 물에 세탁하도록 하며, 뜨거운 바람으로 건조시킨다. 또한 베개와 침구류는 앨러지 방지 커버(allergy proof covers)로 처리된 천으로 싸서 먼지 진드기가 침구에서 빠져나오는 것을 막도록 한다.
또한 진공청소기는 HEPA 필터가 있는 것을 사용하며 역시 HEPA 필터가 있는 공기정화기를 사용한다.
#급성 폐쇄성 후두염(Croup, 크룹)
바이러스 감염에 의한 질환으로 흡사 개가 짖는 것 같은 심한 기침소리와 목이 칼칼하고 침을 삼킬 때 이물감이 느껴지거나 목소리가 변하는 증상이 나타난다. 또 감기에 걸렸을 때 더욱 증상이 심해진다. 성대를 붓게 하며 기침소리가 매우 요란하며, 숨을 가쁘게 쉬거나 호흡은 빨라진다.
밤에 증상이 더 심하다. 잠자리에 누운 자세는 호흡기 혈액순환을 변하게 하며, 침실의 마른 밤공기가 증상을 더욱 악화시키는 요인이 된다.
천식 여부를 검진 받고 있는 어린이.
체온 100.4도 넘으면 병원으로
■아이 갑자기 아프면
-어떻게 해야 하나: 아이부프로펜(ibuprofen)을 먹여 증상을 완화시킨다. 하지만 12개월 이하는 아이부프로펜을 먹여도 좋다는 의사의 지시가 있을 때 사용한다.
또한 욕실에 뜨거운 물을 틀어놓아 증기를 채운 뒤 기저귀나 속옷은 벗기고 얇게 입혀 욕실에 15분 정도 함께 있어 안정을 취한다. 그리고 나서 따뜻하게 이불이나 담요로 몸을 감싸주고 습하고 찬 공기를 쐬게 한다. 겨울에는 바깥에 10~15분 정도 있다가 들어오거나 여름에는 냉동실을 열거나 에어컨 바람을 약 5분 정도 쐬게 한다. 기침이나 호흡 증상이 10~15분 내 개선되지 않으면 담당 소아과 의사에게 연락하거나 응급실에 간다.
욕실 증기는 호흡기와 성대를 이완시켜 주는 역할을 해 주며 찬 밤공기는 붓기를 가라 앉혀 주는 효과가 있다. 가습기는 더운 바람이 아닌 찬 공기가 나오는 것을 선택한다. 재발하기 쉽기 때문에 항상 적절한 습도와 온도 조절로 집안 환경을 관리해야 한다.
#귀앓이
중이염이나 외이도염(일명 수영자 귀, swimmer’s ear)이 생겨 밤에 누웠을 때 귀에 생긴 분비액이 염증 부위를 압박해 더 통증이 심해질 수 있다.
12개월 이상 어린이는 통증 완화를 위해 아이부프로펜을 먹이거나 아세트아미노펜(acetaminophen)을 먹인다. 또 통증 완화를 위해 따뜻한 스팀수건을 귀에 대어주는 것도 한 방법. 의사를 만나면 항생제 처방이나 액체상태의 귀약을 처방 받게 된다.
#발열
밤에는 체온이 자연적으로 상승한다. 열이 나면 잠자리에 들 때 더 열이 심해진다. 아이가 열이 나는 경우 대부분은 호흡기 감염, 요로 감염, 중이염 등 바이러스나 세균으로 인한 감염 때문이다.
생후 6개월 미만은 항문에 체온계를 대어 재보는 것이 정확하다. 열을 재 보아 화씨 100.4 ℉보다 높으면 3개월 미만 영아는 즉시 응급실로 간다.
발열과 함께 구토나 설사, 목이 뻣뻣한 증상, 발진, 열로 인한 혼수상태 등은 나이에 관계 없이 즉시 응급실로 간다.
해열제인 아세트아미노펜을 먹이고 30분 정도 기다렸다가 다시 체온을 재본다. 30분 있다가도 열이 심하면 아이부프로펜을 번갈아 먹이기도 한다. 아세트아미노펜은 4시간마다, 아이부프로펜은 6~8시간마다 먹일 수 있다.
하지만 비처방전(오버-더-카운터용) 약물이라도 꼭 의사와 상담하거나 밤이라 병원에 갈 수 없으면 주치의에게 전화로 약 복용에 대해 물어본다. 또한 2세 미만은 비처방전 약물이라도 먹이면 안 된다.
열을 내리기 위한 방법으로 차가운 얼음물이 아니라 미지근한 물에 가볍게 목욕을 시키는 것도 열을 떨어지게 하는 방법이다. 또 집안 온도를 서늘하게 유지하고, 옷은 가볍게 입힌다. 또한 탈수예방을 위해 잠자리 들기 전 모유수유를 하거나 우유나 물을 먹인다.
#피부 가려움증
덩굴옻나무, 벌레 물린 경우, 아토피, 심지어는 햇볕에 탄 경우에는 밤에 잠자리에 누우면 가려움증이 더 심해진다. 밤에는 히스타민 레벨이 올라가기 때문이다. 아이의 침실은 찬 공기로 습도와 온도를 조절해 주고, 잠자리에 들기 전 가볍게 목욕을 시키고, 로션을 발라준다.
벌레 물린 곳이나 옻나무에 의한 앨러지 발진 등은 항히스타민제가 도움이 될 수 있다.
특히 아이가 가려움증이 심한 부위를 심하게 긁지 않도록 주의한다.
#코막힘
코막힘 증세는 아이들을 잠 못 이루게 만드는 증상 중 하나다. 코 식염수나 스프레이(Saline nose drops)를 사용해 코 점막을 촉촉하게 해주고 분비물이 잘 떨어지게 한다.
코 흡입기(Bulb syringe)를 이용해 코 분비물을 배출시켜서 호흡을 용이하게 해 준다. 하지만 2세 이하는 오버-더-카운터용으로 나온 약물이라도 코 충혈 완화제(decongestant)를 사용하면 안 된다.
앨러지성 코막힘이 아니라면 항히스타민제도 사용해서는 결코 안 된다.
#토할 때
아이가 토했을 때는 그린색이나 피가 섞여 있지는 않았었는지 살핀다. 그런 경우는 바로 의사를 찾아간다. 토했을 때 복부통증을 동반했다면 역시 병원에 즉시 가야 한다.
토한 뒤에는 차가운 수건으로 얼굴을 닦아주고 다시 잠들 수 있게 해준다. 재차 토할 거 같으면 옆에 그릇을 놓아둔다.
잠을 못 자고 계속 깨어 있고 토하지는 않았지만 잠을 계속 못 자고 있으면 김빠진 콜라나 진저에일을 한 모금 마시게 한다. 또 집에 배나 복숭아 통조림이 있으면 통조림 국물을 15분마다 한 숟가락 정도 민간요법으로 먹게 한다.
#이럴 때는 응급실로
-열이 너무 높을 때, 제대로 아이가 움직이지 않으며, 호흡곤란을 보이며, 보기에 이상한 발진이 보이거나 심한 발작을 나타내면 즉시 911을 부른다.
-생후 4개월 이하 영아는 의심스런 증상이 나타나면 시간에 관계없이 병원을 찾는다.
-원인 모르는 구토와 함께 심한 두통을 호소할 때.
-토사물이 분수처럼 쏟아지는 경우.
마른기침을 오래 한다든지, 피부에 심상치 않은 발진이 열과 함께 동반된다든지, 기관지 확장제를 써도 기침 증상개선에 도움이 되지 않으면 의사에게 정확한 진단과 치료를 받도록 한다.
해열제·항히스타민제·체온계 등 꼭 챙겨라
#어린이 응급 상비약
-해열제: 어린이용 아이부프로펜, 아세트아미노펜.
-의사 처방에 따른 어린이용 항히스타민제 코티솔 크림.
-코 식염수나 스프레이.
-코 분비물 제거를 위한 펌프 흡입기(nasal aspirator).
-처방된 귀 약.
-체온계.
-찬공기가 나오는 가습기.
<정이온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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