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52책의 호구조사책을 백방으로 찾아봤는데 그 과정에서 한국의 국경문제 연구가 梁泰鎭 선생이 1992년에 편집한 『「1902年」間島邊界戶籍案』이라는 자료를 발견하게 되었다. 이 자료는 1902년에 구한말정부의 宮內府에서 만든 것으로 보이는데 서간도 지역의 1,420 가족의 호구부가 여기에 들어 있었다. 구한말의 호구부는 호주의 고조할아버지까지 4대 조상을 기록하고 외가집은 외할아버지를 기록하는 특성을 가지고 있는데 그 때문에 가문의 뿌리를 확인하는데는 아주 유효하다. 나는 이 자료를 보고나서 정말이지 감탄하게 되었다. 서간도이면 현재의 중국 길림성 통화지구 일대인데 거기에 오래 전부터 살고있는 조선족들이라면 이 자료를 활용하면 자기들의 가족사를 많이 확인할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梁泰鎭선생은 이 자료를 편집하면서 이 자료가 어디에서 출처했는지 밝히지 않았고 자료에 대하여 상세한 설명을 달지 않았었다. 그리고 이 자료는 서간도 지역의 호구자료이기에 북간도에 살고 있던 나의 가문과는 직접 연관이 없었다. 그래도 잘하면 이런 호구자료를 더 발굴해낼 수 있다는 희망을 가지게 됐다.
나는 작년 5월에 한국 서울대학교 규장각도서관에 가서 함경도와 간도 지역의 향토사, 호구관계 자료를 찾아봤다. 간도지역에 대해서는「간도」라는 키워드를 입력하여 찾았는데 어쩐지 새로운 자료들이 거의 떠오르지 않았다. 그리하여 마침 함경도 지역을 같이 조사하던 김에 키워드를「회령」이라고 입력해봤다. 그랬더니 회
령에 관계되는 자료목록중에 ≪會寧郡對岸古間島田結摠數成冊≫이라는 자료가 눈에 들어왔다. 내가 여지껏 찾아본 간도에 관한 자료중 이런 이름의 자료를 보기는 처음이었다. 이 자료는 1901년에 회령군에서 작성한 것으로 1책23장으로 구성되었고, 필사본이었다. 그래서 함경도의 다른 군들에서도 비슷한 자료를 만들었을 수 있었다고 생각되어 간도와 두만강을 사이 두고있는「무산」「종성」「온성」「경원」을 키워드로 입력해보왔더니 거기에도 1901년에 함경도 무산군, 종성군, 온성군, 경원군에서 두만강 대안의 간도에 대하여 토지와 호구조사를 한 자료들이 여러개 발견되었다. 즉 여기에 그 자료이름들을 들면 다음과 같다. ≪茂山郡各社對岸間島 居民戶數墾土結數成冊≫ ≪咸鏡北道鐘城郡對岸古間島田今春入種民名成冊≫ ≪穩城 郡越便島居民地方遠近田野墾闢直檢繕冊≫≪慶源郡越便居韓民戶摠人口及田結地方檢査成冊≫ 그리고 더 나가서「변계」라는 키워드로 입력해봤더니 ≪咸北邊界成冊≫≪邊界戶籍案≫≪邊界戶籍成冊①≫≪邊界戶籍成冊②≫등자료들이 떠 올랐고, 그런 과정에서 ≪간도에 관한 종성군향청공문서≫라는 자료도 발견하였다. 이 몇가지 자료도 190
2년에서 1903년 사이에 작성된 것이었다. 그 때 찾은 자료가 종류로 모두 10종이고 규장각도서관에서 원본자료를 복사하여 모으니 한 박스가 꽉 찰 정도가 되었다.
이 10종의 자료중 ≪邊界戶籍案≫은 1992년에 梁 泰鎭선생이 자료집으로 발간한 적이 있는데 나머지 9종의 자료는 내가 여지껏 어디에서 본적이 없었고, 이 자료들이 활자로 발간되었거나 학계에서 활용됐다는 얘기를 듣지 못했다. 그리하여 이 자료들을 작년8월에 중국 연길에서 개최된 중국조선민족사학회 제2회학술대회에서 공개했는데 조선족 사학자가운데서 반응이 좋았고, 나도 자기가 여지껏 공개안 된 자료를 발굴했다는 실감이 들었다.
자기의 가족사를 찾아보려고 단순하게 시작했던 일이 조선민족의 함경도 지역으로의 이주사, 간도, 만주로의 이주사를 새로 공부하게 되고, 이 지역의 역사에 관한 자료를 발굴하게 되고, 족보의 가치를 재발견하게 되었다. 어쩌면 가족사를 찾아보자는 노력에 의하여 조상들의 陰德을 입은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때도 있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아직도 구한말의 北墾島視察使 李 範允이 1902년에 北間島 지역에서 기록한 호구조사책 52책의 행방을 찾지 못하고 있다. 이 호구책이 발견된다면 나의 가족사 찾는데도 물론 도움이 되겠지만 오래전부터 연변에서 살던 조선족들이면 자기 가족사를 찾아보는데는 결정적인 도움이 될 수 있다. 이 호구책은
이미 소실됐을 가능성이 크나 혹시나 한국의 어느 도서관, 정부의 문서관에서 발견되지않은 채 잠자고 있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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