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슈크림’은 불어로서 ‘크림이 들어있는 케이크’
▶ 그러나 영어에서는 ‘구두약’이라는 뜻
’액기스’라는 말이 재미 있다. 우리는 ‘액기스’라는 말을 ‘농축액’이라는 말로 쓰는데 영어에는 없는 말이다. 이 말은 영어의 extract라는 말에서 온 말이다. 짜내서 얻은 액체라는 뜻이 있다. 그러니까 juice같은 것도 일종의 extract이다. 이 extract라는 말을 일본 사람들은 그대로 발음을 못한다. 일본 글로 표기를 하면 “에끼스도락구도오”가 된다. 너무 기니 ‘액기스’라고 줄이고, 뜻도 ‘농축액’이라는 뜻으로 쓰게 된 것을 우리가 일본말에서 빌려 온 것이다. 한국에 ‘인삼 액기스’라는 제품이 있는데, 인삼의 즙을 농축한 것이다. 우리는 난로를 stove라고 하는데 미국 사람들은 요리하는 range를 stove라고 한다. 난로는 heater라고 한다. 잘 틀리는 용법이다.
상표가 보통 명사로써 자리잡는 경우도 많다. Kleenex, skin bracer, aspirin, vaceline, windbreaker, Jacuzzi, Xerox, Coffee Mate, Q-tip, Pyrex등 많다. 영어에서도 그대로 쓰는 말이다. 그런데 Burbury coat는 예외이다. 우리는 raincoat, top coat, trench coat 등을 Burbury라고 하는데, 이 역시 상표명으로서 다른 나라 사람들은 못 알아 듣는 영어이다. Concise도 마찬가지다. Concise라는 말에는 사전이라는 의미가 전혀 없다. ‘간략한’이라는 뜻이다. 일본의 유명한 출판사인 ‘산세이도’ 라는 데서 낸 ‘소 영어사전’의 이름이 Sanseido’s Concise English-Japanese Dictionary였는데 거기서 따낸 말이다. 이런 말은 틀리는 용법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너무 뿌리가 깊어 시정을 못하고 그대로 쓰고 있는 외래어라고 할 수 있다.
Trunk라는 말도 사실은 틀리는 용법으로 쓰고 있다. Trunk라면 초대형 가방을 뜻한다. 휴대용 소형 가방은 Briefcase라고 하고, 옷을 넣는 여행용 가방은 Suitcase라고 한다. 비행기를 탈 때에 기내에 갖고 들어갈 수 있는 가방은 Carry-in Luggage라던가 Carry-in bag이라고 한다. 미국에 맨 처음에 왔을 때 이야기다. 한국에서 언제나 즐기던 ‘슈크림’이 먹고 싶어서 친구와 같이 제과점을 찾아 들어가서 ‘슈크림’을 찾았더니, 점원이 무척 놀란 표정으로 "슈크림은 구두방에 가야 있는데 어떻게 제과점으로 오셨습니까?" 라고 대답을 해서 창피를 당한 일이 있다. ‘슈크림’이라는 말은 영어로는 ‘구두약’이라는 뜻이므로 당연히 나올만한 답이었다. 얼른 그 자리를 나와서 다른 제과점에 가서 show window에서 비슷한 것을 찾아서 그 이름을 물어 보았더니 ‘Eclair’라고 하길래 그 후로는 별 문제 없이 Eclair를 즐길 수가 있었다. 알고 보니 ‘슈크림’이라는 말은 불어(French)였다. Eclair라는 말과 비슷한 말이 있다. Cream Puff라고 하는데 크림의 성분이 약간 다르지만 동의어로 쓰는 사람도 많다.
우리 한국말에 섞여있는 외래어 중에는 영어를 어원으로 하는 외래어가 압도적으로 많다. 그러나 제3국어를 어원으로 하는 말도 제법 섞여 있다. 제3국어라면 일본을 포함하여 프랑서라던가, 네덜란드, 스페인, 포르투갈 등 유럽 여러 나라를 두고 이야기 한다. 영어와 혼동되는 말들도 간간히 섞여 있기 때문에 잘 가려서 사용을 하여야 한다.
우리는 지금 미국에 살고 있기 때문에 영어는 엄격한 의미에서 우리에게는 외국어가 아니다. 우리가 살고 있는 고장의 말이기 때문에 ‘외국어’가 아니고 ‘현지어’라고 하여야 맞는 말일 것이다. ‘제2국어’가 되는 셈이다. 그리고 한국어는 우리에게는 ‘모국어’가 된다. 영어로는 Mother Tongue이라고 한다. 미국에서 태어난 우리 2세들에게는 영어가 모국어가 되고 한국어는 ‘조상들의 언어’가 된다. 영어로는 Language of Ancestry라고 한다.
가끔 이러한 외래어를 되새겨 본다는 것은 참으로 유익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우선 그러한 말들이 우리 말에 섞이게 된 유래라던가 역사적인 배경을 알아본다는 그 자체가 재미있는 일이고, 둘째로는 그러한 말의 뜻을 정확히 알게 됨으로 해서 그러한 말을 좀더 묘미 있고 유효 적절하게 사용할 수 있게 되고 영어와의 혼동을 피할 수 있으며, 셋째로는 그러한 말에 관심을 갖게 됨으로써 그러한 말을 우리말로 적절하게 고쳐보려는 의욕을 갖게 하기 때문이다. 외래어의 도입은 외국과 접촉이 있기 때문에 생기는 일이다. 때문에 외래어를 좀더 깊이 있게 새겨 보려면 당시의 국제정세를 어느 정도 염두에 두는 것이 좋다.
1차대전이 끝나던 1919년까지는 지금의 영어모양으로 프랑서어가 국제어로 사용되고 있었다. 국제무대에서는 물론 제1외국어로써 여러 나라 문화 속에 깊이 침투되어 있었다. 1차대전을 전후해서 미국의 국력이 갑자기 신장되고 1차대전을 마무리하는데 미국과 영국이 주도적인 역할을 하면서 영어가 국제어로서 각광을 받게 되었다. 우리 한국에서도 중학교 때부터 영어를 제1외국어로 가리치게 된 것도 이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영어 낱말이 우리 말속에 외래어로써 많이 섞이게 된 것이다. 시대적인 산물이라고도 할 수 있다. 유럽의 여러 나라말이 우리에게 들어오게 된 것은 유럽 여러 나라가 16세기의 “大航海時代”에 들어서면서 서로 앞을 다투어 세계를 누비게 되었기 때문이다. <다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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