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퀴 3개 리컴번트로
워싱턴주-샌디에고
1,400여마일 대장정
지난 23일 무사 귀환
“랜스 암스트롱이요? 전혀 부럽지 않다오”
70대 한인 노인이 바퀴가 3개 달린 ‘리컴번트’(recumbent) 자전거로 미 서부 해안선 1,400여마일을 한달반 동안 여행해 화제가 되고 있다.
화제의 주인공은 웨스트민스터 거주 한인 박인석(76·영어명 제임스)씨로 자전거 파트너 빌 프리드(68)와 함께 워싱턴주 애나코테즈에서 샌디에고까지 이르는 장장 1,400여마일 미 서부 해안선을 자전거로 달렸다.
이들은 지난 6월29~30일 웨스트민스터시에서 샌디에고 코스를 먼저 정복한 후 지난 7월9일 워싱턴주 애나코테즈에서 대장정을 시작, 결국 한달반 만인 지난 23일 예정된 코스를 다 돌고 웨스트민스터 집으로 돌아왔다.
도착과 함께 자전거 동호인들과 무사귀환 축하파티를 연 박씨는 “큰 도전이었다”며 “대장정을 마치고 나니 일생에서 가장 값진 도전이었다 라는 생각이 든다. 기쁘고 평생에 잊지 못할 것 같다”고 말했다.
박씨는 또 “아름다운 서부 해안선과 광경들을 보며 자동차 여행으로는 느끼지 못하는 자연의 아름다움을 피부로 직접 느꼈다”며 “또한 중간에서 만난 많은 유럽인들, 자전거 고장으로 알래스카에서 아르헨티나 코스 도전을 잠시 중단한 대구에서 온 젊은이와의 만남도 잊지 못할 추억이다”고 말했다.
박씨는 안전을 위해 자전거 타는 시간을 하루 50마일, 오전 9시~일몰시간으로 제한했다. 샌프란시스코 인근 약 100마일 난코스 구간도 피했다. 스마트폰, 아이패드 등을 이용해 현재 위치 파악 및 정보를 수집하는 등 테크놀러지를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어려움도 있었다. 지나가는 자동차와의 신경전(?)도 벌였다. 워싱턴~오리건주를 잇는 4마일 길이의 왕복 2차선 ‘메글러 브리지’를 지날 때에는 마지막 1마일 코스가 가파른 오르막길이라 뒤에서 쫓아오는 차량들의 매서운 ‘눈치’도 감수해야 했고 각 지역 도로공사 때도 주위의 눈치를 받아야만 했다.
박씨는 또 지난 10일 피스모비치에 도착할 무렵 부인 박인희(67)씨가 담석수술을 받아야 한다는 연락을 받고 여행을 중단하고 피스모비치에 살고 있는 딸과 함께 급히 집으로 돌아오기도 했다. 그는 부인이 수술을 받은 후 다시 열차로 피스모비치로 가서 여행을 재개했다.
서울대 공대 재학 중 1959년 도미, UCLA 전기공학과를 졸업한 후 30여년간 미국 기업에서 엔지니어로 일하다 은퇴한 박씨는 “장수를 위해 시작한 운동이 아니다”라며 “인생을 깨끗하게 살고 보람차게 살고 싶다는 생각에 시작한 운동이었다. 우리 노인들도 도전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을 뿐”이라고 말했다.
한편 박씨는 지난 2005년 리컴번트 자전거를 본격적으로 타기 시작, 자전거 모임에서 만난 프리드와 일주일 3번 평균 40~50마일을 달리며 실력을 쌓아 왔다.
■리컴번트 자전거
‘리컴번트’(recumbent) 자전거는 낮은 자세로 등을 기대고 타는 자전거로 노인 및 척추, 허리가 좋지 않은 사람들의 일반 레저용으로 인기가 높다.
일반적으로 2륜, 3륜이 있으며 3륜의 경우 두 개의 바퀴가 앞에 달려 있고 핸들은 운전자 양 옆에 달려 있다. 3륜의 경우 흔히 ‘트라이시클’(tricycle)이라 불리며 이를 타는 사람도 ‘트라이커’(triker)라고 부른다.
자전거 페달 밟는 방향은 기존의 수직방향이 아닌 수평방향이며, 등 뒤에 편하게 앉아 다리 운동만하면 움직이도록 디자인됐다. 가격은 일반 자전거와 비슷하다. 박씨의 리컴번트 자전거는 3륜으로 호주산 ‘그린스피드’사 제품. 시가 4,000여달러짜리이다.
<이종휘 기자>
미 서부해안 1,400여마일을 리컴번트 자전거로 완주한 박인석(앞줄 왼쪽)씨와 빌 프리드(오른쪽)가 23일 남가주 도착 후 가족 및 지인들로부터 환영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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