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셜시큐리티가 지난 주말로 75주년을 맞았다. 만약 소셜시큐리티 제도가 없었다면? 미국의 노인 노동인구가 지금보다 훨씬 많았을 것이다. 실제로 1930년엔 65세 이상 남성의 60%가 일을 하고 있었다. 현재 9.7%인 노인 빈곤층도 45%에 달했을 것이다. 지난해 소셜시큐리티 연금을 받은 사람은 5,300만명, 6,720억달러가 지급되었다. 미국인 6명 중 1명이 혜택을 받은 셈이다.
75년간 가장 인기 있고, 가장 성공적인 미 정부 프로그램으로 꼽혀온 소셜시큐리티의 금년 생일은 그러나 별로 ‘해피’하지 못하다.
무엇보다 소셜시큐리티 미래의 전망이 전혀 밝지가 않다. 8월초 발표된 보고서는 소셜시큐리티 신탁기금의 재정위기를 전하고 있다. 20여년 만에 처음으로 올해부터 적자를 기록할 것이며 대책 없이 방치하면 2037년엔 신탁기금이 고갈될 것이라는 경고다. 여론의 불안도 나타났다. 10명 중 6명이 “내가 은퇴할 무렵이면 소셜연금 혜택을 못받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답했으며 젊은 성인층에선 수혜를 확신한다는 대답이 22%에 불과했다.
불안감을 감지한 공화 일각에선 소셜시큐리티 민영화 제안이 다시 대두되었고 이를 놓칠세라 표밭으로 달려간 민주당은 노인층 유권자를 대상으로 우리가 소셜시큐리티 수호신이 되겠다면서 2010년 선거판에 또 하나 뜨거운 쟁점을 불붙이려 애쓰고 있다.
소셜시큐리티는 태생부터도 그리 순조롭지는 않았다. 1935년 8월14일 루즈벨트 대통령의 서명으로 입법화되기까지 공화당과 업계의 거센 반대에 시달렸다. ‘미국의 소련화 음모’ ‘근로자 속이는 사기’‘사회주의’…극우파도 아닌 공화당 주류와 업계가 아우성을 쳤었다.
그러나 여론의 지지는 절대적이었다. 대공황 당시 노년층의 절반 이상은 빈곤에 허덕이고 있었다. 더 이상 일자리를 찾을 수 없었고 자녀에게 기대기도 힘들었으며 운 좋은 일부가 가졌던 저축이나 연금도 시장의 붕괴로 눈앞에서 사라졌다. 최소한의 생계수입을 제공하며 노후를 보장해준다는 루즈벨트의 정치적 약속, 소셜시큐리티를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첫 체크가 발급된 것은 1940년 1월31일, 사회보장세로 급여에서 1%의 세금이 공제되기 시작한지 3년만이었다. 22달러54센트짜리 넘버 00-000-001의 소셜시큐리티 체크가 버몬트주에 거주하는 은퇴한 법률비서 아이다 메이 풀러에게 전달되었다. 당시 예상했던 은퇴후 평균 수혜기간은 14년이었다.
그러나 풀러가 연금을 받은 것은 1975년 100세로 사망할 때까지 무려 35년, 총 2만2,888달러92센트를 받은 풀러가 은퇴전 납부했던 페이롤 택스는 24달러 75센트였다.
도입당시 일부 분야 백인남성 근로자만을 대상으로 했던 소셜시큐리티는 그후 수십년 보완·수정을 거듭하며 모든 직종, 전체 근로자와 장애인, 그 가족들에게까지 확대되면서 수천수백만 미국인들의 ‘생명선’으로 정착해왔다.
세태가 변하면서 소셜시큐리티 제도에도 문제점이 노출되기 시작했다. 수입보다 지출이 많아지면서다. 혜택이 확대되었다기보다는 인구의 변화 때문이다. 소셜시큐리티는 현재의 노동인구가 은퇴자의 노후를 부양하는 세대 간의 약속을 근거로 설립된 제도다. 그런데 평균수명 증가로 은퇴인구는 늘어나고 출산율 감소로 노동인구가 줄어들면서 세수입은 적어지니 점점 적자로 돌아서는 것은 당연하다.
모든 문제가 그렇듯이 원인이 규명되면 해결은 쉬워진다. 소셜시큐리티가 직면한 문제는 간단하게 고칠 수 있다는 것이 많은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세금을 인상하고 혜택을 줄이면 된다. 간단하지 않은 것은 그 다음단계다. 누구의 혜택을 줄이고 누구의 세금을 올릴 것인가. 여기서부터 정치가 개입되고 정치가 개입되면 모든 것은 힘들고 복잡하게 얽혀들기 마련이다.
소셜시큐리티의 재정은 1983년에도 위기를 맞았지만 ‘혜택삭감과 세금인상’이라는 연방의회의 최당적 대책으로 파산직전 해결되었었다. 워싱턴의 양극화가 지금보다 훨씬 덜했던 시절이었다.
소셜시큐리티에 대한 지지는 여전히 절대적이다. 정치권에서도 “건드리면 죽는다”는 ‘제3의 레일’로 불린다. 가장 충실한 유권자인 노인들에게 신성불가침의 영역인 소셜시큐리티를 섣불리 건드렸다간 정치생명이 위험해진다.
지난 주말부터 이번 주 내내 플로리다, 오하이오, 네바다…전국 곳곳의 노인표밭에서 소셜시큐리티가 화두로 던져졌다. 부채질하는 민주당에 비해 공화당은 불끄기에 바쁘지만 별로 뜨겁지는 않은듯하다. 실현가능성 낮은 ‘민영화’보다 유권자들이 더 우려하는 ‘혜택 삭감’에 대해선 아직 민주당도 확실한 약속을 못하는 입장이기 때문이다.
오바마가 지명한 적자해소 특별위원회는 소셜시큐리티 보호대책도 건의할 것이다. 중간선거가 끝난 후인 12월초 건의서가 나오면 실제 대책을 결정하는 것은 내년 새 의회의 몫이다. 민주당은 혜택삭감 불가를 주장하고 공화당은 세금인상 반대를 고수한다. 민주당은 부유층의 세금인상을 원하고 공화당은 은퇴연령 높이기와 민영화를 타진한다.
내년 이맘때부터 매년, 그리고 우리아이들의 아이들까지도 “해피 버스데이, 소셜시큐리티”를 편안하게 축하하려면 금년 선거에서 우린 어느 당에 한 표를 던져야 할 것인가. 진지하게 고민해야할 과제가 하나 더 주어졌다.
박 록/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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