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피격사건 이후 그 어느 때보다 남북간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북한은 지난 8.2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금년도 아리랑 공연이 평양 5.1경기장에서 양형섭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부위원장과 내각 간부들, 평양 내 근로자들이 참가한 가운데 개막됐다고 보도했다.
아리랑 공연은 지난 2002년 이미 저 세상 사람인 김일성의 90회 생일을 기념하기 위해 제작되어 올해로 6회째를 맞고 있으며, 오는 10월 15일까지 공연될 예정이라고 한다. 그동안 6만 5,000명 내외의 외국인들이 아리랑 공연을 관람했고 이를 통해 북한은 연간 1천만 불 내외의 외화를 벌어들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금년에는 공연내용중 “중북 친선”을 강조하는 장면을 새롭게 추가하고 중국어 표기를 병행하는 등 최대 고객인 중국 관광객들의 관심을 유도하기 위해 혈안이 되어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본인은 평양국립교향악단 시절의 경험과 북한을 탈출한 사람들의 증언을 기초로 이 공연의 막 뒤에서 자행되고 있는 청소년과 아동들에 대한 인권유린 실태와 집단동원의 가혹성에 대하여 전세계의 양심인들에게 알리고 싶어 이 글을 쓴다.
상식적으로만 생각해봐도 10만여명이 등장하는 대규모 공연에서 한치의 오차도 없는 카드섹션과 한 몸처럼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는 집단체조 동작을 준비하기 위해서 얼마나 많은 시간을 연습에 할애했을지는 상상이 가리라고 본다.
아리랑 공연에 동원된 청소년과 어린이들은 통상 새벽 4시부터 다음날 아침 1시~ 2시까지 하루 20여 시간의 맹훈련을 하루도 빠짐없이 반복적으로 진행한다. 사탕과 빵 한 조각으로 끼니를 때우고 저녁은 굶기가 예사이며, 물로 배를 채우며 진행하는 일도 다반사이다. 게다가 공연동작을 잘 하지 못한 아이들은 주먹이나 몽둥이로 구타당하기 일쑤이며, 연습도중에 화장실도 못 가게 하여 소변을 참다가 방광염이나 배뇨장애에 걸리기도 한다. 심지어는 앉은 자리에서 그냥 소변을 아이들도 있다.
또한 생리를 하거나 과체중인 여학생을 공연 중 남학생이 들어 올리는 동작이 곤란하다는 이유로 피임약을 강제로 복용시키거나 식사량을 제한하는 등 반인륜적 행위를 아무 거리낌없이 자행하기도 한다.
최근에는 찌는 듯한 더위에다 무리한 연습으로 코피를 흘리는 일이 다반사이며, 하루에도 수십 명씩 졸도환자가 발생하기도 한다고 한다.
아울러, 무리한 동작을 끝없이 반복 연습하는 과정에서 뼈가 튀어나오거나 인대가 늘어나는 사고가 비일비재하나, 이들도 공연에 빠질 수 없어 간단한 응급처지만 하고 연습을 계속하고 있는 실정이다. 10만 명의 학생들이 6개월 동안 연습하고 2개월 동안 본공연을 하는 관계로 행사에 동원된 학생들은 정상적인 수업을 받을 수 없고 졸업반 학생들은 졸업도 연기되는 현실이다. 최근에는 밤늦게 귀가하다가 실종되는 학생도 늘어나는 추세라고 한다.
평양 출신의 한 탈북자는 “아리랑공연의 카드섹션 부문에 참여했던 학생이 공연 연습 도중 맹장이 파열됐지만 그 자리에서 적절한 응급조치를 받지 못해 목숨을 잃은 적이 있다”며 “이와 관련하여 북한 당국이 취한 조치는 죽은 학생에게 ‘김일성청년영예상’을 준 것뿐”이라고 개탄했는데 그 부모의 심정이 어떠했을지 상상이 되고도 남으리라 본다.
이런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북한은 강제로 동원된 공연 참가자들에게 초기에는 일부에 한해 TV나 재봉틀, 모포 등을 나누어주기도 하였으나 최근에는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강화 및 심각한 경제난 등으로 인해 ‘공연 참가증’이라는 종이 한 장만 달랑 나눠주고 있는 실정이다. 이와 관련하여 일본의 산케이 신문도 지난 8.4 북한이 작년 아리랑 공연에 동원된 주민들에게 출연료로 사탕 2봉지만을 지급했다고 북한소식통을 인용하여 보도한바 있다.
북한의 현실을 너무나 잘 알고 있는 우리 탈북자들 입장에서는 북한 어린이들의 피와 땀으로 얼룩진 아리랑 공연에 80유로∼300유로에 달하는 고액 입장료를 내고 관람하면서 김정일의 배를 채워주는 사람들을 이해할 수 없다. 북한당국은 돈벌이에 눈이 어두워 평양시민과 어린이들을 10여 년간이나 정당한 보상도 없이 아리랑 공연에 동원시키고 있으며 거기서 얻은 외화는 주민생활에 쓰이는 것이 아니라 전부 김정일 일가의 호화 사치행각이나 핵무기, 미사일 등 대량살상무기를 개발하기 위한 자금으로 사용되고 있다.
북한당국은 청소년의 인권을 짓밟으면서 독재자의 돈주머니를 불리게 하는 이런 파렴치한 공연을 지체 없이 그만두고 학생들을 학교로 돌려보내야 한다. 또한 세계의 모든 양심인들, 세계의 모든 아버지 어머니들은 예술창작을 빙자해서 행해지고 있는 북한 당국의 ‘현대판 노예공연’을 보면서 박수를 보내기보다는 북한이 이를 즉각 중단하도록 촉구해 주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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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철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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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간부인 아버지와 대학교수인 어머니 사이에서 평양에서 출생, 8세 때부터 북한 상위 1%만 입학 가능한 평양음악무용대학에서 수학한 김철웅(32)씨는 러시아 유학중 접한 클래식재즈 곡을 평양 공연시 연주했다는 이유로 보위부 조사를 받은 후 자유로운 음악활동을 위해 2001년 탈북했다. 2008년 10월 북한인권 문제를 세계에 알리고 해결책을 모색하고자 워싱턴 국무부 청사ㆍ뉴욕 맨하튼 음대 등에서 연주회를 개최했으며 2010년 7월에는 탈북어린이를 위한 ‘디딤돌 대안학교’ 건립기금 마련을 위해 자선콘서트도 개최했다. 현재 백제예술대학교 음악과 외래교수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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