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즈, 7차례 우승한 대회서 나흘연속 오버파
커리어 최악 공동 78위…세계 1위는 지켜
메이핸 역전 우승
타이거 우즈가 7차례나 우승한 ‘호랑이 소굴’에서도 4라운드 합계 18오버파로 부진, 컷오프를 통과한 80명 선수 중 공동 78위란 커리어 최악의 성적을 냈다. 그러나 필 미켈슨이 홀컵까지 4피트를 남겨둔 9번홀에서 스리펏 실수를 저지른 후 ‘백9’에서 41타로 무너진 덕분에 세계 1위 랭킹은 지켰다.
성 추문이 터진 후 우승의 맥이 끊긴 우즈는 8일 오하이오주 애크런의 파이어스톤 컨트리클럽(파70·7,400야드)에서 벌어진 월드골프챔피언십(WCG) 브리지스톤 인비테이셔널 4라운드에서도 끝까지 7오버파 77타로 부진했다. 우즈는 올해 전까지 이 코스에서 공동 5위 아래로 내려갔던 적이 없다.
우즈는 경기 후 “솔직히 특별히 놀라운 결과는 아니지만 정말 긴 한 해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리고는 “인내심을 가지고 견뎌내다 보면 내 스윙을 되찾게 될 것으로 믿었지만 그 것만으로 될 일이 아니었다”고 덧붙였다.
우즈가 4라운드 연속 오버파를 친 것은 2003년 PGA 챔피언십 이후 처음이다. 또 메이저대회가 아닌 대회에서 나흘 내내 오버파로 헤맨 것은 아예 생애 처음이다. 우즈는 6차례 컷오프 통과에 실패한 적이 있지만 72개 홀을 마친 대회에서 이 보다 나쁜 성적을 냈던 적이 없다. 우즈는 1996년 프로 데뷔전이었던 그레이터 밀워키오픈에서 공동 60위, 그리고 1997년 54개 홀로 압축된 메모리얼 토너먼트에서 공동 67위를 기록한 적이 있지만 10년 이상 지난 일들이다.
우즈는 이번 대회에서 나흘 동안 평균 페어웨이 안착률이 39.3%에 그쳤고, 그린 적중률도 48.6%에 불과했다. 7차례나 우승한 코스에서 아마추어 수준 실력을 보여준 셈이다.
우즈는 이날 14번홀(파4)에서 4번째 샷만에 볼을 그린 가장자리에 올려 더블보기를 적어냈고, 15번홀(파3)에서는 티샷을 잘못 날려 갤러리를 맞히는 어이없는 광경을 연출하기도 했다. 또 16번홀(파5)에서는 그린을 눈앞에 두고 3번째 샷을 연못에 빠뜨려 다시 2타를 잃어 버렸다.
이런 우즈를 오는 10월 1~3일 웨일즈에서 열리는 라이더컵에 내보내야 하는지 의문이다. 우즈는 이에 대해 “이 대로는 나가고 싶지 않다. 18오버파를 치는 상태라면 팀에 도움이 되지 못 한다”고 인정했다. 하지만 “아직 시간이 남았고, 그 동안 고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희망을 버리지 않았다.
이날 우즈와 함께 라운딩을 한 앤소니 김은 라이더컵 대표팀에 우즈가 포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어떻게 우즈를 뽑지 않을 수 있냐”며 “라이더컵과 같은 매치플레이에서는 실수를 이겨낼 수 있는 정신력과 승부욕이 강한 선수가 필요하다”며 “내가 라이더컵 대표팀에 뽑힌다면 팀메이트로 우즈를 환영한다”고 말했다.
앤소니 김은 지난 5월 엄지손가락 수술을 받은 이후 처음으로 출전한 대회에서 합계 16오버파 296타를 기록, 공동 76위를 기록했다. 그러나 3라운드에서는 69타의 선전을 펼치기도 했다.
한편 브리지스톤 인비테이셔널 우승컵은 헌터 메이핸(28·미국)이 차지했다. 메이핸은 이날 파이널 라운드에서 보기 없이 버디 6개를 골라내 합계 12언더파 268타로 역전 우승을 연출했다.
메이핸은 지난 2월 피닉스오픈에 이어 시즌 두 번째 우승이자 통산 3승째를 올리면서 상금 140만달러와 라이더컵 출전권을 받았다.
선두에 3타 뒤진 채 4라운드를 시작한 메이핸은 전반에만 버디 5개를 잡아내며 전날 공동 선두였던 라이언 파머(합계 10언더파 270타로 준우승)와 숀 오헤어를 가볍게 추월했다.
한편 최경주는 4라운드에서 2타를 줄여 합계 3오버파 283타를 기록, 이날 타수를 줄이지 못한 양용은과 함께 공동 46위에 그쳤다. 4위 만 했어도 세계 1위의 한을 풀 수 있었던 미켈슨도 이 그룹에 속해 대회를 마쳤다.
<이규태 기자>
타이거 우즈가 7번홀 티샷을 친 후 실망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AP)
타이거 우즈와 앤소니 김의 스코어보드가 볼만하다. 앤소니 김의 부진은 엄지수술 후 첫 출전이라는 이유가 있다. (A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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