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 1일 할리웃 보울 데뷔 공연’ 테너 이용훈
8월1일 구스타보 두다멜 지휘로 할리웃 보울의 ‘카르멘’ 콘서트 무대에 주인공으로 서는 테너 이용훈(37)은 좀 특별한 사람이다. 그는 2007년부터 세계 오페라 무대에서 뜨기 시작해 갑자기 유명해지면서 2015년까지 공연 스케줄이 꽉 차있는 정상급 성악가인데, “오페라 가수는 두 번째 일이고 나의 첫 번째 사명은 선교”라고 간증하는 노래보다 더 열심히 하고 있다. 인터넷에서 그에 관한 기사를 검색해보면 음악이 아니라 선교 이야기를 쓴 기사들만 잔뜩 올라온다. 독실한 크리스천들이 자신의 전문분야에서도 신앙을 표현하는 일은 드물지 않지만, 그처럼 세계 정상에 오른 테너 가수가 “나는 하나님의 도구일 뿐, 입을 열면 주님이 노래하신다”고까지 말하는 사람은 본 일이 없어서 좀 어리둥절하기도 하다. 앞으로 5년간의 오페라 공연이 풀 예약돼있는 바쁜 스케줄 중에도 ‘시간의 십일조를 위해’ 매년 8월부터 9월초까지는 일반 공연을 접고 선교여행에 나선다는 이용훈. LA에 온 그를 28일 인터뷰 했다.
두다멜 지휘 ‘카르멘’ 주연 돈 호세 역
-LA 공연은 처음인가
▲2006년 로렌 L. 재커리 전국대회에서 우승했을 때 처음 왔고, 그 이후에도 두 차례 크리스마스 콘서트에 출연했으니 이번이 네 번째다.
-두다멜과 할리웃 보울에서 공연하는 기대감은
▲두다멜이라는 지휘자나, 할리웃 보울이라는 장소보다는 한인들이 많은 LA에서 공연하게 돼 너무 기쁘다. 나는 주로 유럽과 미국에서 활동하기 때문에 한국인이 이렇게 많은 곳에서 공연한 적이 없다. 뉴욕도 한인이 많다고는 하지만 LA만큼은 아니다.
-한국에서는 공연한 적이 없나
▲기회가 없었다. 오퍼는 들어오지만 이미 2015년까지 스케줄이 차있어서 어려울 것이다.
-LA 오페라와의 공연 스케줄은 없나
▲안타깝게도 없다. 미국에서는 시카고와 뉴욕, 샌프란시스코에서 공연이 예정돼있고 나머지는 유럽 공연들이다. 라 스칼라, 코벤트가든, 베를린, 파리, 비엔나 등등. 그런데 LA에는 한인들이 많이 있으니까 나중에라도 오퍼가 오면 받아들이고 싶다.
-이번 ‘카르멘’ 콘서트에서 노래하는 주인공 돈 호세는 어떤 역인가
▲아주 매력있는, 내가 무척 사랑하는 역이다. 돈 호세는 1막에서 4막까지 점점 캐릭터가 진화하면서 다양한 색깔을 보여준다. 각 막마다 그의 성격과 처한 상황이 발전해가고, 그것이 음악의 흐름에 따라 표현되기 때문에 내가 갖고 있는 것을 다 보여줄 수 있는 익사이팅 한 역이다. 내가 정말 사랑하는 캐릭터고, 그만큼 관객의 반응도 좋다.
-돈 호세만큼 좋아하는 역이 또 있다면
▲돈 카를로도 좋은 역이다. 토스카도 좋고, 투란도트, 카발레리아 루스티카나… 베르디의 것을 너무 좋아한다. 베르디 오페라는 거의 모든 작품을 한 것 같다. 푸치니도 많이 했고…
-비평가들은 이용훈의 음색과 공연을 어떻게들 평가하나
▲어느 비평가가 “용훈에게는 사람을 감동시키는 힘이 있다”고 쓴 적이 있는데 그것은 내가 아니라 성령님이다. 사람이 사람을 감동시키는 것은 한두 번이지, 가는 곳마다 감동하게 하는 것은 성령이 하시는 일이다. 나는 찬양선교사이며 오페라 가수는 도구일 뿐이다. 크리스천으로서 나의 꿈은 내 노래를 통해 하나님을 나타내고 하나님이 증거되는 것이다. 내 안의 예수님을 드러내는 삶을 살기 원한다. 연주자는 자기가 돋보이는 삶을 추구해야하는데, 그랬을 때 항상 아름답지 못한 모습이었다. 그러지 않으려고 늘 기도하고 무릎 꿇는다.
-세계무대에서 유명해진 것이 최근인데 어떻게 그렇게 빨리 정상에 올랐나
▲2007년부터다. 내가 속한 매니지먼트사(Zemsky/Green Arts Management)는 이 세계에서 가장 큰 회사로, 이 분야에서 35년간 최고의 음악가들을 대표해온 사장이 이런 말을 했다. ‘동양인은 물론이고 서양인 모두를 포함해 이용훈처럼 짧은 기간에 정상에 오른 음악가는 전무후무하다. 용훈에게는 뭔가가 있다. 모든 음악가가 다 나의 컨트롤 안에 있는데 너만은 내 컨트롤을 벗어나 있다’ 그러나 그렇게 되기까지 그 유대인 매니저와 많이 싸웠다. 나는 일년중 8월과 9월초에는 공연을 안 하고 선교를 가야하는데 그걸 이해 못하니 크게 부딪쳤던 것이다. 그런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명한 오페라 극장들이 먼저 나를 콜하는 놀라운 일이 계속 일어나자 지금은 그들도 내가 하는 선교를 이해하고 서포트 해준다.
-선교는 어디로 가는가
▲작년까지는 남미 오지, 도미니카 공화국, 페루, 멕시코 등지를 찾아다니며 몸으로 선교했지만 올해부터 나만의 달란트인 노래를 통한 찬양선교로 방향을 바꿨다. 올 여름엔 시카고와 캐나다에서 찬양 전도집회를 가질 예정이다. LA에서도 복음을 전하고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이 있기를 기대하고 있다.
3년만에 ‘세계 정상’ 우뚝
◆테너 이용훈은
서울대 음대와 뉴욕 매니스 음대를 풀 스칼라십으로 졸업한 후 2004년부터 유명한 국제 성악콩쿠르를 휩쓸면서 전세계 오페라극장에서 주역가수로 활약하고 있다.
2007년과 2008년에 ‘돈 카를로’와 ‘토스카’, ‘카르멘’의 주역으로 독일, 스페인, 남미 칠레, 이태리, 아테네, 영국 오페라 무대에 차례로 데뷔하며 유럽을 휩쓴 그는 작년 6월 네덜란드 오페라가 올린 현대판 ‘카르멘’에서 돈 호세 역을 맡아 각광받은 후 이번 할리웃 보울 무대와 오는 10월 시카고 리릭 오페라의 카르멘에서 다시 돈 호세 역을 맡게 된다.
다음 시즌 뉴욕 메트가 공연할 ‘돈 카를로’에서 주역을 노래할 예정이고, 내년 상반기에만 테아트로 알라 스칼라의 ‘카발레리아 루스티카나’, 드레스덴 셈페르오퍼의 ‘토스카’, 콜로뉴 오페라의 ‘일 트로바토레’, 로마 오페라의 ‘레냐노 전투’에서 모두 주역을 맡게 되며 계속해서 비엔나 오페라, 도이치 오퍼 베를린에서의 공연이 줄줄이 예정돼있다.
<정숙희 기자>
신학을 하려다 친구의 권유로 성악가의 길을 걷게 됐다는 테너 이용훈. 복음을 위해 연주를 하게됐고 또 그것으로 인해 연주하고 있다는 것을 꼭 기사에 밝혀달라고 부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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