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에이전트라고 하면 사람들은 둘 중의 하나로 생각한다. 바이어는 내게 집을 소개하고 사도록 도와주는 직업, 셀러는 내 집을 팔아주는 사람이라고 한다. 아니다. 사게도 하면서 팔아도 주는 동시 역할이다. 바이어 편에서 싸게 잘 사주어야 하는데 셀러를 위해서는 비싸게 팔아주어야 하는 모순, 창과 방패, 셀러와 바이어가 모두 그 안에 있다.
나는 인간의 탁월한 능력과 그 시스템을 찬양하고 감탄하며 긍정적으로 믿는다. 특히 세계의 맏형을 자처하는 미국의 정치와 경제, 사회의 체제가 다른 나라에 비하여 상당히 합리적이고 우월하며 그다지 똑똑하지 않는 보통 사람 편에서도 잘 형성되어 있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얼핏 보기에는 모순인 부동산 에이전트의 역할과 그 시스템도 당연히 합리적이며 필요한 얼개일 것이라고 믿는다.
그러나 지금이 바로 집을 살 때라고 바이어를 설득하다가 다음 약속인 셀러와는 또 가격을 내리고 조건을 맞추어 빨리 팔아야 한다고 열변을 토하고 나면 내 자신도 좀 이상하기는 하다. 현재의 부동산 시장에서 빨리 사라는 것인지 팔아야 한다는 것인지 헷갈린다. 손님들은 오죽하랴?
2000년 부동산이 활황세를 타기 시작할 때 빨리 팔아야 한다고 셀러들을 설득하였는데 팔고 나서 가격이 많이 올랐다. 당시 바이어들에게는 더 오르기 전에 빨리 사야 한다고 해서 많이 팔았는데 결국 2005년이 지나며 불경기에 수입은 줄고 부동산 가격이 떨어지며 은행에 넘기는 손님들이 속출하였다. 에이전트라고 예외는 아니었다. 동네 집들이 어떻게 팔리는지는 알아도 보다 거시적인 판단이 부족한 점이 아쉽다. 그래도 여전히 에이전트는 눈물겹도록 권하고 설득한다. 진심으로 바이어는 지금 당장 사야하고 셀러는 지금 당장 팔아야 한다. 그래서 손님들은 지금 집을 산다. 셀러는 가격을 내리고 바이어 가격에 맞춰 집을 판다. 에이전트의 설득이 더 진실할수록 손님들은 현실을 잘 받아들이고 해결책을 찾아 상황을 정리하고 앞으로 나아간다.
많이 듣는 손님의 핀잔이 있다. “도대체 당신은 누구 편이야?”이다. 무능력한 에이전트라는 자괴감을 들게 한다. 아니다. 원하는 가격에 해결해 주지 못하고 가격을 더 올려서 사자, 더 내려서 팔자고만 한다고 야단치는 손님의 반응이 무섭다면 그래서 손님을 설득하지 못한다면 그것이 바로 무능력한 에이전트이다.
부동산을 사고파는 것은 대부분 목돈이 움직이지만 인간이 생활하는데 필수적인 지출은 아닐 수 있다. 방 한 칸이나마 내 몸 뉘일 수 있다면 하고 마음을 비운다면 말이다. 부동산은 필수라기보다는 꿈이요, 판타지이다. 미국에 와서 또 한국에서도 재산과 성공, 그리고 얼마나 부지런히 살아왔느냐의 실제 증거이면서 사랑하는 가족들과 행복한 시간을 보내는 곳이다. 잠시나마 현혹케 하는 에이전트가 없다면 사고파는 게 훨씬 힘들다.
사야 하는 이유와 형편이 되면서도 생각만 하는 바이어를 에이전트는 결심하게 만든다. 팔기는 팔아야 하는데, 행동에 옮기지 못하는 셀러가 많다. 일단 리스팅 가격을 높게 잡는다. 그 가격에 팔면 얼마가 남고 어떻게 해야지 생각만 많다.
시세보다 비싼 가격에 바이어는 냉담하고, 가격이 그 것밖에 되지 않는다니 셀러는 너무 싫다. 핑계를 정당화한다. 가격을 내리면 집에 하자가 있는 것처럼 보이거나 또 더 내릴 것이라고, 혹은 더 싸구려로 보일 것이라고 급기야 내 가격에 팔릴 때까지 기다리겠다. 일이나 더 열심히 하라고 말하지만 그러나 고통스럽다. 경제적인 압박은 가중되고 매일 집을 치우고 대기상태로 사는 것도 하루 이틀이다. 힘들지만 그러나 이 소중한 재산 덩어리가 내 원하는 가격에 팔리지 않는 현실을 인정하고 싶지 않다. 그 눈을 뜨게 하고 받아들이는 게 하는 것도 에이전트의 역할이다.
사람들이 원하는 것을 찾아주고 조언하고 현실적으로 가능하게 도와주는 에이전트의 역할에 모순은 없다. 싸게 사고 ,비싸게 팔고는 경제의 흐름이다. 나랏님도 잡지 못하는 거대한 물줄기이다. 에이전트의 능력 밖이다. 나를 믿고 좋아하는 손님들이 돈을 더 주고라도 집을 사서 온 가족이 즐거워하고 또 싸게라도 팔아서 행복해 하는 모습을 보는 것이 보람이다.
서니 김/리맥스 부동산
(818)317-8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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