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포도와 포도주는 이 지역의 명품
건조한 땅 물 공급하는 ‘카레즈 수로’는
2천년전 옛 중국인들의 위대한 걸작
투르판하면 중국 무협소설이나 역사 소설, 그리고 영화에서 심심치 않게 나오는 우리에게는 무척 귀에 익은 도시로 우루무치에서는 약 200킬로미터 떨어져 있는 오아시스 동네이다.
이스라엘의 사해(Dead Sea) 다음으로 낮은 해저 155m인 타림 분지(Tarim Basin) 안에 자리 잡고 있으며 연중 강우량이 겨우 16mm 정도라니 거의 비가 오지 않는 셈이다. 그래서 안내인들 사이에는 그들이 투르판에 손님을 모시러 왔을 때 비가 온다면 당장 뛰어가서 로토(lotto)부터 사라 할 정도란다. 여름은 매우 더워 화씨 131도까지 올라간 적도 있었고, 반대로 겨울은 화씨 4도까지 내려간 적도 있었다고 한다.
‘움푹 들어간 땅’(The Lowest Land)이란 뜻을 가진 투르판은 실크로드의 북쪽으로 가는 행로인 천산북로에 있는 교역의 중심지이다. 이곳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분포를 보면 70%가 위구르(Uygur)이고, 20%가 한(Han)족이며, 나머지 10%는 후이(Hui), 몽골(Mongol), 카작(Kazak) 등이다.
투르판에는 비행장이 없기 때문에 이곳을 오기 위해서는 자동차나 기차를 이용해야 한다.
둔황에서 밤기차를 탄 우리는 아침 일찍 이 곳에 도착했다. 오는 길과 가는 길 사이의 폭이 아주 넓었는데, 이는 강풍에 차가 날려 마주 오는 차를 다치게 할 수 있어 이를 방지하기 위해 만들었다고 한다.
도대체 바람이 얼마나 세게 불면 자동차가 다 날아간다고 할까? 상상이 되지 않는다.
자동차 뒤꽁무니에 빨간 천을 달고 시내를 다니는 자동차를 이곳에서 쉽게 볼 수 있는데 이는 행운이 이 자동차와 함께 있으라는 표시라 하며 신강성에서만 볼 수 있다.
시내의 신작로의 가로수는 모두 포도 나무였고 이를 등나무처럼 올려놓아 아취를 만들어 포도나무 아래로 걸어 다닐 수 있게 만들었다. “포도가 주렁주렁 매달리는 7~8월에 이곳을 왔다면 얼마나 보기가 좋았을까?”라는 생각을 하니 갑자기 이 육사 선생의 ‘청포도’란 시가 생각이 나서 큰 소리로 읊어본다.
“내 고장 칠월은 청포도가 익어가는 시절, 이 마을 전설이 주저리주저리 열리고…”
이곳의 많은 사람들은 관광과 더불어 농업에 종사하고 있고, 여기서 재배되는 포도와 멜론은 당도가 높아 최상품으로 팔리고 있는데, 특히 이 포도로 만든 건포도와 포도주는 옛날부터 장안(지금의 시안)까지 판매될 정도로 인기 품목이었다고 한다.
교외에 사는 위구르인들의 집은 주로 흙담집이 많았고, 동네마다 언덕 위에는 벽에 수백개의 구멍이 있는 건포도 건조장이 군데군데 지어져 있었다. 이 건조장에 잘 익은 포도를 넣고 한 달 정도만 말리면 쫄깃쫄깃하고 맛있는 건포도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태양과 바람으로 말리는 그야말로 천연 건포도이다.
포도와 더불어 이곳에서 재배되는 목화 또한 유명하다. 그런데 이렇게 농사를 지으려면 물이 필요한데 비가 없는 이 곳에 어디서 물이 오는 걸까?
알아보니 카레즈(Karez Well)라 부르는 수로를 이용하여 물을 공급받는단다.
일명 ‘땅 속의 만리장성’이라는 이 수로는 한 나라(206BC-24AD) 때부터 시작되었다.
눈 덮인 높은 천산으로부터 아래로 내려오며 얼마 간격으로 땅 속 깊이 우물처럼 큰 구멍을 파고 그 구멍 밑바닥과 밑바닥을 연결하여 물이 산위에서 아래로 내려오도록 통로를 만든 것이다.
보통 우물의 깊이는 30~70미터이지만 산의 높이에 따라 90미터나 되는 우물도 있고, 높은 산에서 아래까지 내려오는 수로는 주로 3~8킬로미터 정도이지만 어떤 것은 20킬로미터나 된다고 한다.
눈 녹은 물이나 빗물이 땅속 깊이 스며들면서 자연적으로 수로를 통해 내려오는 동안 증발되지 않으므로 물의 손실을 막을 수 있는 것도 투르판이 번창한 배경이다.
이곳에는 1,100개의 카레즈 수로가 있으며, 지금도 이를 통해 물을 공급받아 마시고, 농사를 지으며 살고 있으니 2,000년 전 선조들의 덕을 톡톡히 보고 있는 셈이다.
그래서 ‘카레즈 수로’(Karez Irrigation)는 ‘만리장성’ ‘대운하’와 더불어 중국인들이 만든 위대한 걸작이라고 한다.
보통‘바자’(Bazzar)라고 하면 주로 옷이나 장식품 그리고 생필품을 파는데 비해 위구르인들의 바자는 음료수와 음식만 판다. 말하자면 일종의 포장마차들이 즐비하게 있어 친구들과 식사와 담소를 하며 저녁시간을 보내는데 얼마나 많은 사람들로 북적되는지 마치 투르판에 사는 사람들이 거의 다 나온 것 같았다.
그런데도 무슬림인들은 종교적인 이유로 술을 마시지 않기 때문인지 술을 먹고 시비를 거는 사람이나 술에 취해 고성방가 하는 사람들을 전혀 볼 수 없었다.
4월 초인데도 이곳이 얼마나 더운지 땀을 뻘뻘 흘리며 다녔다.
신강성에 있는 모든 호텔은 4월 말까지는 에어컨을 가동하지 않아 결국 시원한 물로 목욕을 하는 수밖에 방법이 없다.
바깥바람이라도 들어오게 하려고 창문을 여니 밖은 온통 포도밭이다. 열린 창으로 날파리가 휙-하고 기다렸다는 듯이 들어온다. 아뿔싸! 날파리들에 물리는 것보다는 더운 것 참는 것이 낫지 하고 곧 바로 창문을 닫았다.
“아이고 ! 오늘밤은 더워서 어쩔꼬?”
투르판에서 포도나무는 단순히 작물 재배용이 아니다. 더위를 식혀주는 가로수로도 이용돼 외지인들에게는 이색적인 모습을 선사한다.
비가 거의 오지 않는 투르판에서는 2000년 전부터 눈 녹은 물을 지하로 끌어들여 수로를 이용해 물을 공급하는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다. 땅 속으로 흐르는 카레즈 수로.
투프판의 주류를 이루는 위구르인들의 대부분은 무슬림이다. 중국 영토지만 전혀 얼굴 생김새가 다른 위구르 부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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