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기로 은퇴를 앞둔 노년층의 재정상태에까지 그 여파가 미쳤다. 반면 금융 위기로 촉발된 주택 가격 하락이 은퇴 각광 지역의 주택가격도 끌어 내려 은퇴 주택 구입에 더 없이 좋은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전통적으로 은퇴 희망 지역으로 인기가 많은 지역이 플로리다, 가주, 네바다, 애리조나 등 흔히 ‘선벨트주’로 불리는 지역인데 이들 지역의 주택가격 하락폭이 타 지역에 비해 컸기 때문이다. US 월드리포트가 최근 전국 384개 대도시 지역의 주택가격과 소득 수준을 비교해 조사한 바에 따르면 은퇴 주택구입 적기로 판단되는 지역이 대부분 이들 캘리포니아 주에 집중됐다. US 월드리포트가 주택 구입 용이도의 척도로 사용되는 주택가격 대비 소득 비율을 비교해 선정한 은퇴 주택 구입에 유리한 도시 10곳을 소개한다.
라스베가스·피닉스 등 인기 실버타운
수년새 집값 수직하락 구입 최적기
벤드, 오리건
오리건 벤드 지역의 주택가격 대비 소득 비율은 지난해 4분기 1.7을 기록했다. 과거 15년 평균 비율인 2에도 미치지 못할 정도로 주택가격 하락폭이 컸음을 보여준다.
은퇴 주택뿐만 아니라 별장 용도 주택 구입지로도 인기가 많은 벤드는 99년과 2006년 사이에 2차 주택구입자들의 주택구입 수요가 몰려 주택가격 상승폭이 가파랐다. 주택가격 대비 소득 비율이 2006년 3분기 3.4까지 치솟을 정도로 주택가격이 크게 올랐다. 반면 금융위기 시작 후 주택시장이 침체기로 접어듬과 동시에 주택가격 하락의 직격탄을 맞기 시작했다. 2차 주택에 대한 수요가 뜸해지면서 바이어의 발길도 뚝 끊긴 것이다.
현재 가격 대비 소득 비율이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진 벤드 지역은 노년층의 은퇴지로 인기가 많다. 수려한 자연경관을 배경으로 하이킹, 낚시, 보트 타기, 스키 등 노년층이 은퇴 후 즐길 수 있는 각종 야외 활동이 다양하다.
또 인근 대학에서 노년층의 평생 교육을 위한 과정이 잘 마련된 것도 은퇴자들이 여생을 벤드에 보내려는 이유 중 하나다.
라스베가스, 네바다
라스베가스는 전국에서 주택가격 하락폭이 가장 큰 지역이라는 오명을 갖고 있는 도시다. 신규주택 공급이 수요를 무시한 채 과잉되고 각종 주택 투기꾼들이 설친 1999년과 2006년 사이 라스베이거스의 주택 가격은 무려 141%나 폭락했다.
그동안 라스베가스에서 은퇴를 꿈꿔왔던 이들에게는 더없이 좋은 은퇴 주택 구입 기회가 찾아온 것이다. 20009년 4분기 라스베가스의 주택가격 대비 소득 비율은 1.4로 15년 평균 비율인 1.9를 밑돌고 있다.
주택시장 활황기이던 2005년 4분기 이 비율은 3.2까지 치솟은 바 있다.
라스베가스 은퇴지로 각광받는 이유는 천혜의 기후조건이다. 1년내내 화창한 날씨를 즐길 수 있고 기후도 온화한 것이 노년층이 여생을 즐기기에 적합한 기후 조건을 제공한다.
또 각종 세율이 낮고 여가를 즐길 수 있는 골프장 시설이 즐비한 데다 세계 최고 수준을 자랑하는 음식과 각종 공연을 일년내내 즐길 수 있다는 것도 라스베이거스가 은퇴지로 인기를 받는 이유다.
피닉스, 애리조나
피닉스 지역의 최근 주택가격 대비 소득 비율은 1.5로 주택 구입에 비교적 적합한 지역으로 판단되고 있다.
피닉스 지역 역시 한때 주택가격이 가파르게 상승하며 이 비율이 3까지 상승한 바 있으나 최근 과거 15년 평균 비율인 1.7에도 미치지 못할 정도로 주택가격이 하락했다. 피닉스가 은퇴지로 유명한 이유 역시 온화한 기후 조건이다.
연중 온화한 기후를 즐길 수 있고 홍수나 한파 등 자연 재해가 드물다는 것도 노년층에게 안전한 거주 조건을 제공 한다. 애리조나 주립대 제이 버틀러 부동산학과 교수는 “피닉스 지역의 의료 보건 환경이 우수하고 곳곳에 샤핑 센터가 잘 갖춰진 것도 은퇴자들에게는 큰 혜택”이라고 말했다.
나파, 캘리포니아
‘와인 컨트리’ 나파의 주택시장 역시 급격한 상승과 하락을 거치며 롤러코스터 장을 연출했다. 99년과 2006년 사이 주택가격이 거의 2배나 오르면서 주택가격 대비 소득 비율이 3.9까지 치솟았으나 최근에는 이 비율이 1.7로 내려 앉으며 주택구입에 더 없이 좋은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데이터퀵의 존 왈시 회장은 “’삶의 질’이 우수하기로 유명한 나파의 현재 주택 가격은 2002년도 수준”이라며 “현재가 은퇴 주택구입의 적기로 여겨지고 있다”고 말했다.
파옛빌, 아칸소
아칸소주가 은퇴층에게 인기가 많은 이유는 노년 교육환경이 우수하다는 것이다. 60세 이상의 주민이면 누구나 공공 교육기관에서 제공하는 수업을 무료로 들을 수 있어 비교적 젊은 은퇴 인구가 파옛빌을 은퇴지로 손꼽고 있다. 파옛빌의 현재 주택가격 대비 소득 비율은 1.2로 매우 낮아 주택 구입에 좋은 기회로 여겨지고 있다.
파옛빌의 주택가격은 99년과 2006년 사이 약 40% 상승했으나 2009년까지 주택시장 침체기를 거치면 다시 약 21% 정도 하락한 상태다. 파옛빌은 재산세가 낮아 노년층의 세금 부담을 덜어주는 데다 천연 자연경관이 수려해 은퇴자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파옛빌 상공회의소의 스티브 클라크 회장은 “최근 파옛빌을 은퇴지로 결정하는 주민들은 대개 25세에서 30세 사이에 첫 직장을 시작한 비교적 젊은 은퇴자들”이라고 설명했다.
푼타고다, 플로리다
플로리다의 한적한 바닷가 도시인 푼타 고다의 주택 가격은 최근 2006년 대비 절반 수준으로 떨어져 은퇴자들의 발길이 이어질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이곳의 주택가격 대비 소득비율은 지난해 말 약 1.4로 주택구입에 부담이 없는 수준으로 주택가격이 하락했다. 플로리다의 남서부 해안가에 위치한 푼타 고다는 전통적으로 낚시와 보트 타기로 잘 알려진 은퇴도시로 낚시를 즐긴다면 이곳을 은퇴지로 고려해 볼 만 하다.
벌링턴, 버몬트
버몬트주의 소규모 도시 벌링턴은 한적한 소도시의 정취를 마음껏 느낄 수 있어 은퇴자들의 인기를 받고 있다. 벌링턴은 겨울철이 긴 것이 노년층에게는 한가지 흠이지만 역사와 전통을 간직한 매력적인 건물이 많고 각종 갤러리와 고급 레스토랑, 각종 공연 등은 은퇴자들이 여생을 즐겁게 즐길 수 있는 볼거리와 먹거리를 제공한다. 벌링턴의 주택가격 대비 소득 비율은 2005년 4분기 약 2.3까지 상승했으나 최근 1.7로 떨어져 주택구입 적기로 여겨지고 있다.
지역 부동산 중개인 이브스 브래들리는 “벌링턴 지역에는 노인 인구가 참여할 수 있는 각종 봉사 활동 프로그램이 잘 갖춰져 있어 노년층이 여생을 보람차게 보낼 수 있다”고 말했다.
포트 마이어스, 플로리다
포트 마이어스의 최근 주택가격 대비 소득비율은 1로 조사 대상 도시 중 가장 낮다. 포트 마이어스 역시 부동산 투기꾼들의 영향으로 1999년과 2005년 사이 주택가격이 180%나 급등한 바 있다. 하지만 최근 주택 가격의 거품이 꺼지면서 주택 구입에 더 없이 좋은 시기가 찾아 왔다고 할 수 있다. 포트 마이어스는 도시생활에서는 느낄 수 없는 ‘슬로우 페이스’ (Slow-Paced)라이프 스타일이 가능한 곳으로 은퇴자들에게 인기를 받는 지역이다.
샌타페, 뉴 멕시코
샌타페 지역의 주택가격은 최근 2년새 약 24% 하락했다.
현재 주택가격 대비 소득 비율은 약 1.8로 과거 15년 평균치인 2.5보다 낮아 주택 구입 적기로 여겨진다. 샌타 페 지역의 잘 정비된 의료 시설은 노년층이 은퇴생활을 더욱 건강하게 즐길 수 있도록 돕고 있어 은퇴자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청록색의 하늘빛이 잘 알려진 샌타페는 여름철 하이킹과 겨울철 스키 등의 스포츠 활동으도로 유명하다.
샌타크루즈, 가주
샌프란시스코 남부 바닷가에 위치한 샌타크루즈의 현재 주택가격 대비 소득 비율은 2.8로 기타 은퇴 유망 도시에 비해 다소 높다.
하지만 이 지역의 주택가격은 2007년 이후 약 57% 하락해 약 8년 전 수준으로 돌아간 상태다. 샌타크루즈는 아름다운 자연 경관과 온화한 기후, 베고니아와 삼나무 정원, 환상적인 해변 경관 등으로 전통적으로 은퇴자들의 ‘꿈의 도시’로 불리는 곳이다.
<준 최 객원기자>
오리건주 벤드의 주택가 모습. 벤드는 US월드리포트지가 선정한 은퇴 주택 구입 유망지 1위로 선정됐다. 주택가격 대비 소득 비율 1.7을 기록하고 있는 벤드는 수려한 자연 경관과 은퇴 후 즐길 수 있는 야외활동이 다양한 것이 특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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