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LACMA 9월2일까지 ‘순전한 미’ 개최
캘리포니아를 대표하는 현대 미술작가를 한 사람 꼽으라면 존 발데사리(79)가 바로 그라는 데 이견을 달 사람이 없을 것이다. 현존하는 가장 영향력 있는 아티스트인 발데사리는 캘리포니아에서 태어나고, 자라고, 공부하고, 가르치고, 작업해 왔으며 지금도 샌타모니카에서 왕성하게 활동하는 가장 캘리포니아적인 개념미술의 거장이다.
60년 예술 인생을 통틀어 미국과 유럽에서 개인전 200여회, 그룹전 900여회를 가진 존 발데사리의 회고전이 LA카운티 미술관(LACMA)에서 6월27일부터 9월12일까지 열린다. ‘존 발데사리: 순전한 미’(John Baldessari: Pure Beauty)라는 제목의 이 대형 회고전은 1990년 모카(MOCA)에서의 회고전 이후 20년만에 열리는 것으로, 런던의 테이트 모던 현대미술관과 공동 기획했다. 지난해 10월~1월 테이트 모던 전시를 거쳐 2~4월 스페인 바르셀로나 현대미술관에 전시된 후 LACMA로 왔다. 이 전시가 끝나면 뉴욕 메트로폴리탄으로 옮겨가 10월부터 내년 1월까지 쇼가 계속된다.
텍스트·이미지 회화의 ‘개념미술’ 거장
아티스트 북·비디오 작품 등 150점 전시
캘리포니아에서 살아온 사람이라면 존 발데사리의 작품 이미지들을 어디서도 부딪쳤을 확률이 높다. 최근까지 사용된 라크마 로고(연필과 손가락으로 팜트리의 구도를 재는 이미지)도 그의 작품이고, 2006년 라크마에서 열린 르네 마그리트 전시장을 독특한 설치작업으로 꾸며 화제를 모은 사람도 발데사리다.
1960년대 문자 텍스트와 이미지 회화로 개념미술(conceptual art)을 열었던 그는 당시만 해도 변방이었던 캘리포니아에서 언어와 시각성, 특히 대중매체의 이미지가 주는 사회적 문화적 영향을 민감하게 표현한 작품으로 화단에 도전장을 던졌다.
그림, 사진, 텍스트, 포스터, 책, 비디오 등 다양한 소재를 사용해 팜트리와 영화의 이미지가 건조하게 어우러진 캘리포니아의 풍경을 누구보다 기발하고 실험적이며 도전적으로 표현했으며, 비디오를 작품에 사용하기 시작한 선구자 중 한 사람이다.
그의 작품을 초기로부터 현재까지 총체적으로 볼 수 있는 이번 회고전에서는 60년대 초기의 회화로부터 66~ 68년의 이정표적 텍스트와 이미지 작품들, 80년대의 영화사진을 이용한 복합사진 작업, 90년대 형태가 제멋대로인 액자를 사용한 도발적인 작업, 그리고 비디오와 아티스트 북에 이르는 작품 150여점을 볼 수 있다. 또한 이번 전시를 위해 특별히 제작한 거대한 사진과 조각 인스톨레이션 ‘뇌-구름’(Brain-Cloud)이 전시장 마지막 방 전체를 채우고 있어 눈길을 끈다.
그는 1970년 ‘화장 프로젝트’(Cremation Project)라는 유명한 의식을 거행한 적이 있다. 이것은 회화가 더 이상 현대예술의 도구로서 적절하지 않다고 느낀 그가 1953년부터 66년 사이에 자신이 제작하고 소유한 모든 페인팅 작품을 불에 태워 화장시키는 프로젝트로, 개념미술로의 전환을 선언한 의식이었다. 이때 그가 소유하지 않아 화장에서 살아남은 몇 작품(‘God Nose’ ‘Falling Cloud’)들이 지금 라크마 첫 전시실에 걸려 있다. 1970년부터 칼아츠(CalArts)에서 가르치기 시작해 2007년 UCLA 교수로 은퇴할 때까지 근 40년간 젊은 예술학도들을 가르쳤던 그는 교수로서의 커리어도 성공한 사람이다. 그는 자신의 클래스를 ‘포스트 스튜디오 아트’(post studio art)라 명명하고 학생들에게 스튜디오를 떠나 머리로 하는 개념예술을 할 것을 강조해 화단의 화제를 모았다.
데이빗 살르, 맷 멀리칸, 바바라 블룸, 잭 골드스타인, 제임스 웰링 등 80년대 그가 칼아츠에서 가르친 학생들이 뉴욕 화단을 주름잡자 ‘칼아츠 침공’(CalArts Invasion)이란 말이 공공연하게 회자됐을 만큼 실험적이고 혁신적인 수업을 진행했으며, 현재 미국 컨템포러리 아트에서 이름을 걸고 있는 사람들은 모두 그의 제자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대단한 영향력을 끼쳤다. 특히 도발적인 언어와 사진작업으로 유명한 바바라 크루거와 신디 셔먼도 그에게서 큰 영향을 받았다고 인정했다.
존 발데사리는 2009년 베니스 비엔날레에서 세계 현대미술계에 거대한 업적을 남긴 이에게 주는 ‘평생 업적 부문 황금사자상’을 받았다. 회고전(Retrospective)은 한 예술가가 수십년 동안 작업하며 위대한 작품을 창조해가는 과정과 예술세계를 처음부터 단계적으로 볼 수 있어서 꼭 가보는 것이 좋다. 특히 이 전시는 캘리포니아에 살고 있는 사람으로서 우리를 둘러싼 환경이 아티스트의 눈에는 어떻게 비치고 있는지 들여다볼 수 있는 좋은 전시다. 여유 있게 시간을 내서 천천히 설명 하나하나를 다 읽어보며 근접 감상하면 이보다 재미있는 놀이도 없다. 여러 사람이 우 몰려가서 후다닥 둘러보면 아무 것도 보지 못하고 나오는 것이 현대미술이기 때문이다.
입장료는 8~12달러(오후 5시 이후에는 자기가 원하는 만큼만 내도 된다). 수요일은 휴관이며 매달 두 번째 화요일은 무료관람일이다.
LACMA 5905 Wilshire Blvd. LA, CA 90036, (323)857-6000
홈페이지 www.lacma.org
<정숙희 기자>
23일 열린 전시회 미디어 오프닝에서 존 발데사리가 작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왼쪽은 마이클 고반 라크마 관장, 오른쪽은 레슬리 존스 라크마 큐레이터와 제시카 모건 테이트 모던 큐레이터(맨 오른쪽).
존 발데사리의 ‘키싱 시리즈: 시몬 팜트리’(Kissing Series: Simone Palm Trees, 1975).
존 발데사리의 작품 ‘발뒤꿈치’(Heel, 19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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