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리조나 주의 새 이민단속법은 주지사가 서명한지 2주가 넘었으나 파문과 찬반논란은 좀체 수그러들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소수계를 인종적으로 분류하는 인종차별적 악법이라는 항의시위가 계속되면서 애리조나 주 관광과 경제거래를 단절하자는 보이콧 등 입법 역풍은 전국 곳곳에서 확산되고 있다. 그러나 당사자인 애리조나 주민들의 정서는 좀 다르다. 물론 주민들 역시 찬성과 반대로 나뉘고 있지만 찬성 쪽이 훨씬 많다. “우린 인종주의자가 아니다”라고 항의하며 우린 불안하지 않은 평화로운 일상을 원할 뿐이라고 호소하는 주민들 중에는 라틴계 합법이민들도 적지 않다.
이민단속법 역풍 전국적 확산에 주민들 곤혹
“우린 인종주의자 아니다, 안전한 일상 원할 뿐”
크리스티 볼멕크는 초강경 이민단속법을 통과시킨 애리조나를 인종차별주의라고 부르는 미 전국의 사람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 “당신들은 우리가 어떤 일을 겪었는지 모르잖아요”
불법이민들을 계속 밀입국시키는 범죄자들에 관한 보도가 끊이지 않았다. 지난 주 금요일엔 사막지대를 순찰 중이던 쉐리프 경찰이 마약밀매꾼들과의 총격전에서 부상을 당했다. 볼멕크는 너무 겁이 나 아예 주의 남부지역은 갈 생각도 안한다고 말한다. “난 인종주의자가 아닙니다. 우리, 애리조나 주민의 대다수도 인종주의자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라고 말한 이 57세 부동산 에이전트는 “난 단지 내가 사는 주에서 안전하게 느끼고 싶을 뿐”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달 공화당 주지사 잰 브루어가 서명한 애리조나의 이민단속법은 신분증명서류를 지참하지 않는 자체를 주 범죄로 규정하며 경찰이 의무적으로 단속대상자의 체류신분 합법여부를 확인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 같은 규정이 전국적 항의 시위와 보이콧을 확산키면서 애리조나를 독일 나치정부에 비유하는 신랄한 만평들을 전국 미디어에 등장시키고 있는 것이다.
챈들러는 피닉스 남쪽의 안락한 교외지역이다. 새로 분양된 주택들, 골프코스, 쇼핑센터 그리고 수많은 팜트리들이 늘어선 산뜻한 곳으로 범죄율도 낮다. 정치가들이 새 이민법에 대한 주민들의 전폭지지를 강조할 때 가리키는 곳 중 하나로 실제로 유권자의 70% 이상이 새 이민법을 지지하는 지역이다. 주민들은 자신들이 불법이민들에 대해 불만스러운 이유가 범죄 때문만은 아니라고 말한다.
제시카 론카드(30)는 개발업자들이 다운타운에 새로 지은 콘도미니엄들을 분양하려고 노력중이라고 전한다. “그런데 거리 코너 코너마다 하루 50명씩의 일용직 노동자들이 서있습니다. 콘도미니엄이 어떻게 팔리겠습니까?”
남편 닉 론카드(30)도 거든다. 새 법이 “약간 과격하긴 하지만” 당국이 합법이민자인 라티노들을 괴롭히지 않고도 홈디포 앞에 서있는 일용직 노동자들에 대해 조치를 취할 권한을 주지 않겠느냐는 것. “난 인종분류를 원하는 건 아니다”라고 말한 닉은 잠시 생각하더니 “아마 원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뭔가 조처가 필요하니까요”라고 고쳐 말했다.
쓰레기 수거트럭 운전자이며 미 시민권자인 데이빗 파디야도 그 점에는 동의한다. 경찰이 자신같은 라틴계 시민들도 집중 단속할까 싶어 두렵기도 하고 언제나 여권을 들고 다니는 것도 번거로울 것이다. “그러나 뭔가 조처가 있어야 합니다. 사람들이 국경을 마음대로 넘나들게 할 수는 없으니까요”
애리조나는 1990년대 말 캘리포니아의 국경단속이 대폭 강화된 이후 가장 ‘인기 높은’밀입국지점이 되어 왔다. 밀입국 급증에도 불구하고 범죄율은 꾸준히 감소했지만 일자리를 찾아 노동자들이 넘어오는 밀입국 길은 마약 밀매자들이 애용하는 범죄 루트이기도 하다. 때문에 주 당국의 통계는 범죄율 감소를 보여주지만 반대로 주민들의 범죄율 증가 체감지수는 계속 올라가고 있다.
국경지대에서 성장한 스테파니 드 라 오사(36)는 낯선 언어를 사용하는 낯선 사람들이 자기 집 마당을 마구 가로질러 뛰어가는 것을 지켜보며 두려웠던 기억을 쉽게 지우지 못한다. 라틴계 남성과 결혼한 그녀는 애리조나를 인종주의라고 비난하는 것은 잘못이라고 항의한다. “그들은 새 법을 인종 이슈로 부각시키려고 하지만 정상적인 법을 준수하는 보통 시민들에겐 그렇지 않습니다”
이 법에 대한 찬반여부와 관계없이 애리조나 주민들은 미 전국을 향해 한 목소리로 강조한다 : 애리조나를 증오하지 마십시요!
이 법을 반대하는 교사 맬콤 하트넬은 “정말 애리조나에겐 슬픈 일입니다. 이곳은 카우보이들을 연상케 하는 정말 좋은 곳이거든요”라고 고개를 흔든다. 그의 사위는 필리핀계로 불법이민을 색출하려는 경찰에 의해 자주 당하는 검문을 견디며 살고 있다.
라틴계 이민자들을 상대로 장사를 하는 이탈리아계 이민 게르기 미힐리(59)는 이민인구 증가가 지역 경제와 안전에 도움이 되어왔다고 주장한다. 그도 새 법에 반대한다. 경제적 역풍이 가장 큰 이유다. 여기서 새 호텔 사업을 시작하려던 시카고의 친구가 투자계획을 접었다면서 그 친구가 이렇게 묻더라고 전했다. “도대체 애리조나 왜 그래?”
챈들러시 한 거리에 모여 있는 라틴계 일용직 노동자들. 새 단속법이 시행되면 경찰은 이들에게 다가가 신분증명 서류를 요구하고 만약 제시하지 못할 경우, 이들을 고용하려던 사람들까지 체포하게 된다. (AP)
지난 5일 피닉스에서 경찰들이 새 이민단속법 찬반 시위대가 충돌하지 않도록 중간에 막아서 있다. (A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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