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침몰 사건으로 잔인한 달 (T.S. Eliot)이라는 사월이 훌쩍 가버렸다. 한국인들의 겉과 속이 적나나하게 드러난 달이기에 더욱 잔인한 달로 여겨진다. 처음부터 북한을 적극적으로 감싸고 도는 일부 국회의원들을 보며 나의 조국 대한민국이 여기저기 야생화 피듯 점차 붉게 물들어 가는 것처럼 보였다.
천안함 함장 최원일 중령은 대한민국 해군의 창시자인 손원일 제독과 같은 이름이라 숙명적으로 해군이어야 했던가보다. 침몰 당시 그의 행동을 보며, 나 자신이 사십대 때에는 어떻게 행동했던가를 돌아보는 기회도 되었다. 최 함장은 살아남은 장병들을 독려하며 어두움과 차디찬 물속에서 체온을 잃지않도록 서로 안고 움직이도록 했다.
나 자신이 함장이었다면, 무엇보다 먼저 장군 진급의 길이 막힌 것 같아 분통해 했을 것이다. 그러면서, “왜 하필이면 천안함이냐?”고 했을 것이다. 그 사이에 부하들의 생명은 아랑곳없이 자책하다 심장마비로익사했을 것이다. 섬머 타임이 없는 한국에서 밤 아홉시 22분은 캄캄하다. 자신이 함장이던 초계함은 침몰하고 물 속에서 허우적대는 57명의 부하들의 목숨을 위해 어둠 속에서 이리저리 헤엄쳐다녔을 그의 모습을 떠올려본다. 그 당시 상황에서 자신의 눈 앞엔 가족의 얼굴이 떠오를 겨를도 없었을테다. 차디찬 물속에서 파도와 싸우며 부하들을 독려했을 것이다. 그렇지 않았다면, 생존자들의 목숨마저도 위기에 처했을 것이다.
이번 침몰 사건으로 다시금 네비게이토 선교회 (The Navigators)의 창시자인 도손 트로트만 (Dawson Trotman)의 마지막 순간 이야기가 떠오른다. 1956년 6월 18일, 북부 뉴욕 주에서 있었던 한 기독교인 컨퍼런스 참석자들중 열사람이 인근의 슈룬 호수 (Schroon Lake)에서 스피드 보트를 타다가 갑자기 밀어닥친 파도에 두 사람이 물에 빠졌다. 어린 소녀를 물 위로 들어올려서 보트가 구조를 위해 다시 돌아오기를 기다리던 그는 소녀를 보트로 넘기며 지쳐서 서서히 물 속으로 갈아앉았다.
또 기억나는 이야기는 폴 갤리코 (Paul Gallico)의 소설을 영화화한 “포세이돈 호의 모험(The Poseidon Adventure)”이다. 연말을 맞아 포세이돈 호에 승선하여 쿠루즈를 즐기던 승객들은 쓰나미에 배가 뒤집히는 참사를 당한다. 마지막 몇명의 생존자를 구하기 위해 희생하는 같은 승객인 프랭크 스캇 목사 (진 핵크만 분, Gene Heckman)의 모습이다.
지도자는 자기 희생이 필요하지만 꼭 목숨을 던져야만하는 것은 아니다. 그 정도의 장병들이나마 살아온 것은 다행이다. 그들을 두고 손가락질하는 사람들을 보며, 정말 양식이 있는 사람인지 묻고싶다. 생존자는 죄책감에 남은 평생을 보낼 것이다. 이들에 대해 국가는 심리치료 대책을 세워야한다. 그냥 “참아라!”하며 어깨를 한두번 쳐주는 정도로는 될 일이 아니다. 자칫하면 평생 지고갈 죄책감이다. 이 우울증의 무거운 짐을 국가가 덜어줘야한다.
이 생존 장병들이 산화한 전우들을 조문했다. 거기서 일부 유가족들은 최 함장에게 달려들었다. 냉정하게 이성적으로 사리를 판단하지 못하고 쉽게 감정을 잃는다면, 이것이 바로 김정일이 노리는 내부 분열이다. 작은 일로 쉽게 국가를 뒤흔들 수 있기 때문이다. 값비싼 최신형 무기가 아니라 어뢰 한방으로 대한민국을 온통 쉽게 흔들었다.
군인은 고개를 숙이지 아니하고 거수 경례를 한다. 항상 경계 테세를 갖춰야한다.. 그런 그들이 전사한 전우들 앞에 고개를 숙였다. 그것도 해군 정복을 입고 군모를 쓰고서… 그 해군 정복을 일부 유가족들이 욕되게했다.
모든 생존자들은 경계 근무 강화를 위해서 더 이상 고개를 숙여서는 안된다. 마치 태권도 대회에서 언제 상대의 발길질이 다시 날아들지 모르기 때문이다. 천안함은 더욱 더 튼튼하게 재 건조 될것이며, 그 누구도 당신들을 탓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므로, 더 이상 희생된 전우들에 대한 죄책감을 가지지 말고, 이를 교훈 삼아 더욱 굳은 전투 태세를 갖추고 고개를 들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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