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달을 맞아, 두고 온 고국 땅 저 편에서 ‘5월은 어린이 달 어린이 세상 !’ 이란 노래 소리와 함께 어린이들의 함성이 태평양의 파도결을 타고 그리고 바닷바람에 실려 이 곳 미국 하늘까지 들려 오는 것 같다. 그런데 이 함성에 겹쳐 불협화음(不協和音)처럼 들려 오는 또 다른 소리! 그 소리는 어린이의 신음 소리 같은 숨결이다. 울음을 삼키는 듯 한 흐느낌이다. 이 같은 소리가 이 할애비의 가슴을 아프게 한다. 그리고는 그 신음 소리와 흐느낌이 씨실이 되고 날실이 되어 한 편의 동화가 되어 내 머리 속 배틀에 짜여져 간다.
‘아지랑이가 봄동산에 비단 너울 같이 나울져 깔리는 늦은 봄, 아기 토끼는 엄마 토끼를 찾아 산마루터기를 넘어 갔습니다. 그 산마루터기는 지난 가을, 도토리 따러 간다고 집을 나간 엄마 토끼가 넘어 간 그 고갯마루였습니다. 그런데 고갯마루를 넘어 간 아기 토끼는 여름이 지나고 가을이 가까워 올 때까지 돌아 오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그 해 가을도 깊어, 산산에 단풍잎이 짙게 물들기 시작할 무렵, 엄마 토끼가 돌아 왔습니다. 하지만 아기 토끼는 없었습니다. 가을이 가고 차가운 겨울도 지났지만, 아기토끼는 끝내 돌아 오지 않았습니다. 아기 토끼를 기다리며 나날을 보내던 엄마 토끼는 그 이듬해 봄, 아기 토끼를 찾아 다시 그 고갯마루를 넘어 갔습니다. 아기 토끼와 엄마 토끼가 그 산마루 마을에서 살아진 지 한 해가 지나도 그들은 돌아 오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이 산마루 마을의 토끼들이 살아진 토끼들이 살았던 토끼 굴로 찾아 가 보았을때, 죽은 이의 혼(魂)이 할미꽃으로 피어 난다는 전설처럼 그 토끼 굴앞에 할미꽃 두 송이가 나란히 피어 있습니다. 토끼들은 그 두 송이 꽃이 지난해 살아진 아기 토끼와 엄마 토끼가 서로를 찾아 헤메다가 냇물에 휠쓸려 갔거나, 아니면 가파른 낭떨어지에서 떨어져 간 그 두 마리 토끼의 넋일 것이라고 생각하면서 그들 토끼들을 위해 할미꽃 옆에 무덤 두 개를 만들어 주었습니다. 그 때, 저 멀리 서쪽 하늘에 아기 토끼와 엄마 토끼가 손길을 마주잡고 하늘 멀리 날라 가고 있었습니다.
이 한 편의 짧은 동화는 내가 2004년 늦 가을에 발간(發刊)한 주평 아동극전집 10권에 이어, 내 시력과 체력이 원고지를 메울수 있을 때 까지, 일년에 한 두편의 신작동극(新作童劇)을 집필하기로 마음 먹은 이 후, 발표한 장편동극 대관령 마을의 순이(월간문학),등대섬 아이들(월간문학), 유체벌레의 꿈(월간문학), 그리고 내가 초등학교 시절, 5년 동안 살았던 거제도(巨濟島) 관포 마을에 전해 내려 오는 전설을 둘러 싼 섬마을 아이들의 동심(童心)을 그린 장편동극 재덕이와 고추 잠자리(아동문예)에 이어, 다섯 번 째 작품으로 집필 중인, 부모들의 이혼으로 인해 상처 받은 어린이들의 실상과 미혼모의 품에서 떨어져 낯선 이국 땅으로 혹은 생모 아닌 양부모의 품으로 입양 되어 가는 어린이 그리고 넉넉 하지 못 한 가정 형편으로 어린 마음이 크게 상처 받고 사는 불우한 어린이들의 실태(實態)를 동물의 세계로 바꾸어 쓰고 있는 동극 ‘외로운 토끼’의 줄거리를 동화 형식 으로 적어 본 것이다.
밝은 햇살 뒷 편에는 짙은 그림자가 깔리듯이, 우리의 주변에는 축복 받은 환경에서 살아 가고 있는 어린이가 있는가 하면, 그 와는 반대로 어두운 그림자에 가리어 사는 어린이들이 많은 것을 흔하게 본다. 이러한 현상은 유독 5월 어린이 달에 대조적으로 부각됨을 우리는 해마다 지켜보아 왔다.
학교 수업이 끝난 5월의 첫 주, 영욱은 학교 앞에서 기다리고 있던 찬호네 차가, 같은 반 아이 찬호를 태우고 그들의 별장이 있는 바닷가로 주말휴가를 떠나는 찬호네 차가 멀어져 가는 뒷모습을 언제 까지나 바라 보고 있었다. 영욱은 늙으신 할머니와 단 둘만이 살고 있는 언덕받이 판잣집으로 걸어 올라 가면서, 호젓한 골목길 담벼락에 기대 서서 울음을 터트리고 있었다. 어쩌다 소년가장이 되어 버린 영욱이 눈에 고인 눈물 속에 환상과도 같은 그림이 얼룩져 갔다. 아버지와 어머니와 함께 살고 있었을때, 손길을 마주 잡고 대공원으로 나들이 갔던 한때의 그림이 말이다. 어쩌면 영욱은 한 마리 ‘외로운 토끼’ 일는지도 모른다.
찬호와 영욱, 이 두 아이의 현실적인 생활 면에서의 대조는 지금의 우리 사회의 현실인 한 단면(斷面) 임이 분명하다. 우리는 이러한 사회적인 현상을 빈부의 격차라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올 해가 가고 내년 5월, 그리고 그 이듬 해 5월이 오기 전에, 골 깊은 이 할애비의 주름살이 물살처럼 풀려 다시는 슬픈 동화를 쓰지 않고 즐겁고 아름다운 5월의 동화를 쓸수가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하며, 하얀 뭉게구름이 피어 오르는 5월의 하늘을 하염 없이 바라 보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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