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진 때문에 무서워서 살겠나. ‘빅원’(규모 6.7 이상 지진)이 정말 오면 어떡하지?“
지구촌 전체가 불청객처럼 갑자기 찾아오는 지진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요즘, 주위 한인들로부터 심심찮게 들려오는 소리다.
지난 1월12일 중남미의 최빈국 아이티의 수도 포르토프랭스에서 일어난 규모 7.0의 강진으로 50만명의 사상자와 180만명의 이재민이 발생했고 지난 4일에는 LA에서 남동쪽으로 180마일 떨어진 국경도시 멕시칼리에서 규모 7.2의 강진이 발생, LA와 샌디에고 등 남가주 전역이 심한 진동을 느꼈다. 이 지진은 수차례 여진이 이어지며 1분간 흔들림이 지속됐다. 멕시칼리 지진의 영향으로 LA에서는 한 주민이 고장 난 엘리베이터에 갇혀 구조를 요청하는 아찔한 해프닝이 발생했고 애나하임 디즈니랜드에서는 안전을 고려해 롤러코스터 운행이 일제히 중단됐다.
그런가 하면 지난 14일 중국 북서부 칭하이에서도 규모 7.1의 강진이 일어나 사망 및 실종자가 1,000명에 육박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남가주 주민들에게 지진은 공포의 대상만이 아닌 ‘발등에 떨어진 불’이 된지 오래다. 1994년 72명이 사망하고 9,000여명이 부상당한 노스리지 지진의 상처와 후유증이 아직도 주민들의 가슴속에 남아있는 것이 현실이다. 사람이 느낄 수 있을 정도의 규모는 아니지만 매일 25~30차례나 남가주를 찾아오는 지진은 어디를 가나 최대의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실제로 하루가 멀다 하고 지진관련 뉴스들이 신문지면을 장식하고 내일이라도 당장 일어날지 모르는 빅원에 대한 불안과 공포는 수많은 주민들의 일상을 잠식하고 있다.
연방지질조사국(USGS)이 미 전역의 지진위험지역을 분석한 결과 지진이 많이 발생하기로 유명한 샌 안드레아스 단층대와 인접한 LA가 가장 위험한 지역으로 꼽혔다. 그 다음으로 샌프란시스코, 시애틀, 솔트레익시티, 세인트루이스 등의 순이었다. LA카운티 주민 10명중 9명이 지진위험에 노출돼 있다고 하니 우리 모두가 살얼음판을 걷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지진학자들은 향후 30년 내 캘리포니아주에 빅원이 올 확률이 99.7%에 달한다고 말한다. 가슴을 쓸어내릴 정도로 섬뜩한 예측이 아닐 수 없다. 빅원은 한마디로 시간문제라고 과학자들은 확언한다. 이런 대재앙이 바로 내일, 모레 닥치는 경우를 상상해 보면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다.
지난 3월 중순 지진연구에 있어 세계 최고권위를 자랑하는 칼텍 지진연구소를 취재차 방문, 남가주에 빅원이 발생할 경우 어떤 피해가 예상되는지 알아봤다. 비록 가설이었지만 칼텍측이 제시한 규모 7.8의 빅원 시나리오는 매우 충격적이었다. 1분 가까이 흔들림이 지속되는 동안 건물들이 속속 붕괴되고 도로가 갈라지며 곳곳에서 화재 및 홍수가 발생한다. 지진이 해안지역을 강타할 경우 쓰나미가 도심을 덮칠 수도 있다. 예상 사망자는 2,000명, 부상자는 5만명에 달하며 피해복구에만 2~3년이 걸린다.
많은 영화팬들은 지난해 세계적으로 인기를 끈 롤랜드 에머리히 감독의 할리웃 재난영화 ‘2012’를 기억할 것이다. 2012년 지진, 화산폭발, 쓰나미 등 잇단 자연재해로 지구가 멸망위기에 처하자 인류는 우여곡절 끝에 우주선처럼 생긴 노아의 방주를 타고 피신한다는 내용이다. 세계 각지에서 지진이 연이어 발생하자 영화 속 내용이 머지않아 현실이 될 것이라는 섣부른 ‘지구종말론’까지 등장해 사회 혼란을 부추기고 있다.
프리미엄이 비싼 지진보험 가입은 차치하고라도 지진이 발생할 경우 현명하게 대처할 준비가 되어 있는지 수시로 점검하는 것은 필수라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비상시 개스, 전기, 수도를 차단하는 방법과 대피할 장소를 알아두는 등 행동요령을 숙지하고 최소 3일분의 비상식량과 비상 구급약품을 미리 준비하는 것 등은 당장 취할 수 있는 조치들이다. 노력하지 않고 두려워만 해서는 소중한 생명과 재산을 절대 보호할 수 없다. ‘무비’ 상태에서 큰 일 터지고 후회하는 것 보다는 ‘유비무환’ 정신으로 준비태세 확립에 최선을 다하는 지혜를 발휘해야할 때다.
구성훈 / 기획취재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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