뱅크오브아메리카(BoA)를 선두로 한 사설 금융기관이 지난주 주택 담보 대출을 갚지 못하는 대출자들을 대상으로 원금을 탕감해주는 조치를 발표한데 이어 오바마 정부도 지난 26일 주택소유자들이 주택 압류를 피할 수 있도록 주택가치보다 더 많은 부채를 안은 부동산 담보 대출자들에게 보조금을 지급하는 모기지 대책을 추가로 발표했다.
정부의 모기지 추가 구제책은 현재 주택 모기지를 갚지 못하는 700만 명의 주택소유주들 뿐만 아니라 주택 대출금이 주택가치보다 높은 소위 언더워터(underwater) 상황에 처한 1,100명의 주택소유주를 도와주는 내용까지 포함하고 있어 과거의 어떤 부동산 구제 대책보다 강도가 센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이처럼 정부와 사설 금융기관이 발벗고 새 구제책을 제시한 것은 지난해 말 기준 미국내 모기지 압류주택 1,130만 가구 가운데 24%(250만 가구)가 이미 주택가격보다 채무가 과다한 이른 바 ‘깡통주택’으로 주택시장이 회복되는데 가장 큰 걸림돌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오바마 정부의 모기지 추가 정책
오바마 정부가 발표한 모기지 추가 정책은 주택 대출금이 주택가치보다 높은 깡통주택에 대해 모기지 원금의 일부를 삭감해 주고 이자율이 낮은 연방주택국(FHA) 재융자를 확대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또 실업률이 나날이 높아져가는 상황에서 실직으로 모기지 융자를 갚지 못하는 주택소유주들에게 모기지 월 페이먼트를 일정 기간 유예해준다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이번 정책은 정부가 지난해부터 실시한 주택채무조정프로그램(HAMP)과 주택이 버려지는 것을
막기 위한 주택이전 보조프로그램(relocation assistance)이 큰 효과를 보지 못하는 상황에서 심화되는 주택압류 사태를 막기 위해 마련됐다.
정부는 이 추가 정책을 위해 부실자산 구제 프로그램(TARP)의 예산 7,000억 달러 가운데 총 640억 달러를 투자할 것이며 오는 2012년까지 300~400만 가구의 주택 압류를 방지하는 효과를 낳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자세한 내용을 살펴보면 우선 모기지 총액이 주택시세의 115%를 넘는 깡통주택 소유주 가운데 모기지 페이먼트를 3년 동안 연체 없이 납부할 경우 은행이 그 기간 동안 원금을 단계적으로 탕감해 준다. 또 재정난으로 모기지 페이먼트에 어려움을 겪는 소유주들이 주택가격의 97.75%까지 FHA를 통해 재융자를 받을 수 있게 됐다. 이밖에 실직한 주택소유주들을 대상으로 3개월에서 최대 6개월 동안 모기지 페이먼트를 유예해 주거나 모기지 페이먼트가 월수입(실직수당)의 31% 이하가 되도록 채무를 조정해주기로 했다. 또 주택을 압류당할 상황에 놓인 주택소유주들이 주택을 버리기보다 모기지를 지불하는 조건을 택할 경우 주어지는 ‘주택이전 보조프로그램’의 수혜액을 1,500달러에서 3,000달러로 상향조정했다.
새 지원책의 수혜를 받기 위해서는 해당 주택이 현재 살고 있는 주거지이어야 하며 주택융자 총액이 72만9,750달러 이하여야 한다.
▲사설 금융기관의 주택 대출 원금 탕감 조치
주택시장 침체로 주택융자를 갚지 못하는 대출자들이 크게 늘자 사설 은행이 원금을 탕감해 주겠다는 파격적인 조치를 취하고 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가 선두주자로 지난 24일 일부 모기지 대출자들에게 원금을 최대 30% 수준까지 탕감해주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주택소유주들이 주택가격 하락으로 인해 모기지 대출을 상환하지 않고 주택을 버리는 상황을 막기 위한 것으로 분석된다. 현재 주택대출금이 주택가치 보다 낮아 모기지 대출 원리금을 상환하기 보다는 이를 포기하고 임대를 하다 주택가격이 더 하락하면 싼 가격에 집을 새로 깡통주택 소유주가 많기 때문이다.
뱅크오브아메리카의가 제시한 원금 탕감 비율은 대출 원금의 최대 30% 수준이며 대상은 서브프라임 모기지와 ARM(변동금리모기지) 대출자이다. 이들 가운데 60일 이상 원리금을 연체하고 있는 경우 해당 프로그램 혜택을 받을 수 있으며 대출잔액이 현 주택시세의 120% 수준이 되어야 한다.뱅크오브아메리칸에 따르면 이번 원금 탕감 조치의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고객이 4만5,000여명
이며 수혜자들의 대출 원금 부담을 낮춰주고 채무불이행도 줄어드는 등 은행과 대출자가 서로 이익을 보는 윈-윈 결과를 낳을 것으로 예측된다.
또 한인들도 주택대출시 많이 이용한 시티은행 역시 지난 25일 정부의 주택채무재조정프로그램을 도입한다고 밝혀 희소식이 되고 있다. 시티은행은 프로그램을 통해 총 82만5,000여명의 주택소유주들을 도울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시티은행은 뱅크오브아메리카, 웰스파고, 제이피모건/체이스 은행에 이어 주택채무재조정프로그램에 가입한 마지막 대형 금융기관이다.
<김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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