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개혁의 ‘정상을 향한 경주(Race to the Top)’에서 테네시와 델라웨어가 승리를 거두었다.
무너져가는 미국의 공립교육을 바로잡기 위해 오바마 행정부가 선언한 개혁정책은 우선 두 가지다. 하나는 부시의 대표적 교육개혁 정책인 낙제학생 방지법(No Child Left Behind)에 대한 대폭 개선으로 개정안 청사진이 2주전 연방의회로 송부되었다. 금년 내 통과를 목표하고 있는데 금융규제와 이민, 기후변화 등 다른 어떤 개혁과제보다 초당적 합의가 가능한 이슈이지만 아직 전망은 불투명하다.
다른 하나가 ‘정상을 향한 경주’다. 교육개혁을 중대과제로 천명한 오바마의 연방교육부는 역대 어느 교육부보다 보이스가 강력하다. 안 던컨 교육부 장관이 오바마의 농구 친구라서가 아니다. 돈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성사된 7,870억 달러의 경기부양자금 중 무려 1천억 달러가 교육환경 개선에 배정되었다. 물론 대부분은 각 주에 분배되었지만 던컨장관은 이중 43억5천만 달러를 따로 떼어 개혁 프로젝트를 신설하고 그 상금으로 내걸었다.
요즘같은 예산 가뭄에 단비같은 수억 달러 기금이라니! 각 주를 대상으로 한 교육개혁안 콘테스트라 할 수 있는 ‘정상을 향한 경주’엔 미국 내 40개주와 워싱턴 DC가 참가해 치열한 경쟁을 벌였고 3월초 예심을 거쳐 지난 29일 최종 승자로 2개주가 선정된 것이다. 학생수 93만명의 테네시엔 5억달러, 12만명의 델라웨어엔 1억달러가 주어진다.
지난 주말 2천여명 교사 감원 대신 1주일의 수업일수 단축을 잠정결정한 LA를 비롯해 캘리포니아 전체 각 교육구들은 전례없는 대규모 예산삭감으로 잔뜩 위축되어있다. 젊은 교사들뿐 아니라 중견교사들에까지 번진, 혹시 다음은 내 차례인가 싶은 불안감이 학교안팎에서 가시지 않는다.
이런 캘리포니아에게 테네시의 5억달러 ‘보너스’는 부러운 뉴스가 아닐 수 없다. 그러나 테네시의 경사는 그저 얻어진 것이 아니다.
과감한 개혁플랜이 필요했다. 무엇보다 교사의 평가를 학생의 성적과 연계시키도록 기준을 강화해야 했고 부실학교를 전환시키고 차터스쿨을 적극장려하며 효과적인 학생-교사 데이타 시스템도 구축해야 했다. 관계법을 개정해야 하는 쉽지않은 과제였다. 그러나 미 전국에서 교육수준 40위 이하로 바닥을 헤매온 테네시에겐 놓쳐서는 안 될 기회이기도 했다.
민주당인 필 브레드슨 주지사가 선두에 나서 공화당 다수인 주의회의 특별회기를 소집했다. 교육개혁을 당파대립의 이슈로 삼을 수 없다는 리더들의 의지는 초당적 합의를 가능케 했고 필요한 관계법들은 일사천리, 단 4일만에 모두 통과되었다.
넘어야 할 산은 그 다음이었다. 중요한 심사기준은 개혁안에 대한 주내 각 교육구들과 교사노조의 동의였다. 테네시의 개혁안엔 교사 평가기준의 50%는 학생성적과 연계시킨다는 성과급 조항이 포함되었다. 교사의 자질을 학생의 성적과 연계시키는 평가기준 도입은 오바마 교육개혁의 핵심 중 하나로 전국의 교사노조가 거세게 반대하는 부분이다. 주저하던 테네시 교사노조에게서 100%에 가까운 지지를 이끌어낸 것은 주지사와 노조가 지난 몇 년간 쌓아온 신뢰와 협조였다. 평가제는 공정하고, 결코 징벌적으로 남용되지 않을 것이라는 주지사의 설득이 주효했다.
바닥에서 정상으로 질주한 이번 승리는 관계자 모두가 한 마음이 된 ‘팀워크의 결과’라고 치하한 브레드슨 주지사는 “내일부터는 개혁안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주 전체가 함께 소매를 걷어부치고 나설 것이다. 그러나 오늘을 마음껏 축하하자”며 하루종일 만나는 사람마다와 하이파이브를 날리기에 바빴다.
그 어느 주보다 기금이 아쉬운 캘리포니아도 노력은 했다. 그러나 41개 신청자 중 27위로 예심에서도 탈락했다. 관계법 개정을 했지만 정치적 이해관계를 외면못해 개혁안 자체도 약했고 무엇보다 교사노조의 지지를 얻지 못했다. 선정되었더라면 최고 7억달러의 기금을 받을 수 있었을 것이다.
아직 기회는 있다. ‘정상을 향한 경주’엔 34억 달러의 기금이 남아있다. 10~15개주를 선정할 계획인 2차 콘테스트의 마감은 6월이다. 과감한 플랜과 함께 관계자 모두, 특히 교사노조의 전폭적 지지가 관건이다. 테네시도 했는데 캘리포니아가 못할 이유가 없다.
회원들의 직업 안정성을 보호해야 하는 교사노조의 입장은 이해가 된다. 노조의 주장대로 교육의 책임이 교사에게만 있는 것은 아니지만 교사의 주 업무는 공부를 가르치는 것이고 얼마나 잘 가르쳤는가를 알 수 있는 객관적 평가는 시험성적이다. 평가제 남용을 우려해 반대할 게 아니라 평가제의 공정한 운영방법을 함께 모색해야 할 때다.
현실적으로도 미국교육 개혁의 방향은 정해졌다. 교육전쟁을 선포한 오바마의 ‘우수교사 확보, 무능교사 퇴출’은 빈말이 아니다. 어느 주, 어느 교육구도 이 새로운 바람을 피해가기는 힘들 것이다.
박 록 / 주 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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