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UCLA 파울러 뮤지엄 ‘한국현대 도예작가 5인전’ ‘한국의 부장품전’
“한국현대 도예작가 5인전은 굉장히 자랑스런 기획전입니다. 5명의 작가들이 모두 각자 개인전을 열어도 모자랄 만큼 한국서 유명한 도예가들인데, 이번에 기꺼이 함께 참가해주는 것에 감사하고 있지요. 아시아에서는 도예가 굉장히 중요한 예술로 취급돼왔지만 미국에서는 세라믹 아트의 중요성을 잘 모르는 편입니다. 특히 한국 도예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싶어서 이 전시회를 마련했습니다”
은은한 곡선미 도자·투박한 맛 나무 부장품 등 다양한 한국미술 소개
파울러 뮤지엄의 전시 및 소장 업무를 총괄하는 로이 해밀턴 수석 큐레이터는 오는 8월22일 시작되는 한국의 도자전과 부장품 전시회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LA에 한인 인구가 많고 커뮤니티도 무척 크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며 이번 쇼를 통해 한인사회와 더 가까워지기를 원한다는 그는 “파울러 뮤지엄은 한국학과와 한국 미술사학으로 명성 높은 UCLA의 캠퍼스에 위치해 있기에 이번 전시회의 우수성과 예술성이 더욱 돋보일 것이며, 나아가 한국 현대 도자예술을 세계 속에서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도예전은 해밀턴 큐레이터의 아이디어로 버글린드 융만 교수가 큐레이트 했다. 처음 동기는 뉴욕 코리아소사이어티가 주관하는 부장품 순회전시의 마지막 투어를 파울러 뮤지엄에 유치한 것. 그리고 이를 계기로 좀더 좋은 한국관련 전시를 해보자는 데서 출발했다.
“나무로 깎아 만든 19세기 부장품과는 대조적인 재료와 형태를 가진 한국미술품을 보여주는 전시회를 열고 싶었다”는 해밀턴 큐레이터는 이를 UCLA에서 11년째 한국미술사를 가르치고 있는 융만 교수에게 의뢰했고, LACMA 한국관 큐레이터를 역임한 융만 교수는 한국의 전통과 현대예술이 일상생활 속에 가장 잘 녹아있는 도예전을 만들었다.
“한국 도자기가 아시아 도예에 끼친 영향을 알리고 싶었습니다. 일본의 차 문화가 한국서 건너간 다기들로 인해 꽃피웠다는 사실은 많이 알고 있지만 중국에서도 한국의 도자기를 귀하게 취급했다는 사실은 모르는 사람이 많지요. 나의 연구에 의하면 12세기 성나라 시대에 한국서 나오는 고려청자를 사다 모았다는 기록이 있습니다. 이처럼 훌륭한 한국의 도자기가 세계 미술계에서 인정받기를 바랍니다”
융만 교수는 전통에 닿아있는 한국 도예의 현재 모습과 함께 예술이 일상의 삶과 연결되는 기능적인 아름다움도 함께 보여주는 전시회로 기획했다. ‘도자 속의 삶’(Life in Ceramics)이라는 제목은 그런 의도에서 만들어진 것이다.
김익영, 윤광조, 이강효, 이인진, 이영재, 도예가 5명은 모두 한국의 전통을 잇는 컨템포 작품을 하는 작가들이다. 현대적인 형태 속에도 어딘가 전통의 선이 흐르는 작품들은 국내외에서 높이 평가받는 작품들이며 생활 용기로서도 각광받고 있다.
융만 교수는 “개성있는 작가들의 다양한 작업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하고 “독일에서 활약중인 이영재의 유럽적인 컨셉이 가미된 작품과 캘스테이트 풀러튼에서 공부했던 이인진의 캘리포니아 적 실험성이 돋보이는 작업 등 국제감각을 가진 작가들과 전통감각으로 일해온 작가들의 작품을 한자리에서 볼 수 있게 된다”고 설명했다.
<정숙희 기자>
버글린드 융만 UCLA 한국미술사 교수
로이 해밀턴 파울러 뮤지엄 수석 큐레이터
아시아·아프리카 예술품 주력
조각작품·인형 등 15만점 소장
▲파울러 뮤지엄은
해머(Hammer) 뮤지엄과 함께 UCLA를 대표하는 미술관으로, 서양미술를 제외한(non-Western Art) 아프리카, 아시아, 태평양 연안국가, 남미, 아메리칸 원주민의 예술품을 전문으로 연구하고 전시하는 박물관이다. 미 대학 뮤지엄 탑4 중 하나로 꼽히는 이 미술관은 다른 뮤지엄에서 시도하지 않는 세계 곳곳의 독창적인 컬처를 찾아내 기획전시하는 곳으로 유명하다. 10만 스케어피트의 공간에 5개의 갤러리와 325석 오디토리엄을 갖추고 있으며 1963년 설립된 이래 소장품이 15만점이 넘을 정도로 빠르게 성장해왔다.
회화보다는 오브제 위주의 미술관으로 텍스타일, 조각품, 마스크, 인형, 전통 액세서리 등의 콜렉션에 치중하고, 대학 뮤지엄이므로 연구 목적의 소장품 수집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해밀턴 큐레이터는 “세계 여러 대학에서 연구하러 오기도 하고, 파울러 콜렉션을 대여해주기도 하므로 ‘가장 좋은 것’보다 다양하고 많은 샘플을 모으기 원한다”고 말했다.
그동안 파울러 뮤지엄에서 열린 한국관련 전시회는 1997년 고려대학교 박물관 주최로 미 대학 뮤지엄들을 순회한 조선시대 서예전(‘Fragrance of Ink’)이 열렸고, 그 외의 다국적 기획전들-2003년 ‘쌀의 예술’(Art of Rice), 2007년 ‘옷감의 선택’(Material Choices), 2009년 ‘다도’(Art of Tea)에서 한국의 쌀 문화와 삼베옷, 다기 등을 소개한 적이 있다.
전체 15만 점의 소장품 중 한국 것은 100점 이하로 다른 나라 콜렉션에 매우 빈약한 편이다. 탈, 봉황, 전통의상 정도일 것으로 추측하는 해밀턴 큐레이터는 “한국 콜렉션이 많지 않아 무척 유감”이라며 “이번 기회에 한인들이 파울러 뮤지엄에 대해 알게돼 좋은 전시들을 많이 관람하면서 여러 문화의 다양성을 즐기게 되고, 그럼으로써 한국미술품 콜렉터나 커뮤니티 차원의 후원도 이루어지면 좋겠다”는 기대를 표시했다.
◆한국의 부장품: 저승길의 동반자 (8월22일~11월28일)
Korean Funerary Figures: Companions for the Journey to the Other World
19세기 말부터 20세기 초까지 장례문화 속에 자리잡았던 부장품 전시회로 74점의 각종 나무 꼭두들을 볼 수 있다. 손으로 깎은 꼭두들은 광대, 호랑이, 장군, 인형 등의 각양의 모습과 의상, 표정 등이 당시 한국문화의 죽음에 대한 성찰과 영적 역동성을 잘 보여주고 있다.
◆도자 속의 삶: 현대한국작가 5인전 (8월22일~2011년 2월13일)
Life in Ceramics: Five Contemporary Korean Artists
김익영: 순백의 청결미를 극대화하면서 단아하고 절제된 스타일의 백자로 유명
윤광조: 대범함과 조용한 파격, 그리고 자유분방하고 투박한 멋의 분청사기 도예가
이강효: 탁월한 조형미와 힘이 넘치는 선, 절제된 색감의 항아리와 차사발이 유명
이인진: 과거의 조형감각과 새로운 도자조형을 오늘의 삶과 접목시키는 불의 작가
이영재: 바우하우스 전통의 도자기에 조선 백자의 단아함을 접목시키는 재독 작가
나무꼭두 부장품
김익영의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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