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밴쿠버와 토리노에서 한국 팀은기성세대들이 상상할 수 없었던 성적을 냈다. 왜 갑자기 한국이 동계 스포츠 강국이 됐다고 보나?
기적은 늘 하루아침에 이뤄지는 게 아니다. 동계올림픽에서의 성과는 멀리 장기영, 민관식씨 등 체육계의 선구자들이 갖고 있던 한국 체육의 설계와 비전이 바탕이 돼 가능했다고 본다. 여기에 급성장한 경제력과 국력에다 빼어난 선수들의 자질과 과학적인 훈련법 등이 결합돼 좋은 결과를 이끌어낸 것이다.
-다시 관심은 2018년 동계올림픽으로 쏠리고 있다. 대한민국(평창), 독일(뮌헨), 프랑스(안시)의 유치 전쟁이 불을 뿜을 전망인데 평창 유치 가능성은 있나?
좋은 전략과 조직, 홍보라는 3박자가 조화를 이루면 반드시 이긴다.
-현재 경쟁국들의 움직임과 스포츠계 내부 분위기는 어떤가?
유럽표의 향배가 관건이다. 독일은 세계 스포츠계에 혜성처럼 떠오른 IOC 위원인 토마스 바흐가 전적으로 뛸 것이다. 그는 자크 로게 IOC 위원장과 친분이 두터울 뿐 아니라 현재 법사위원장이란 중책도 맡고 있다.
2012년 하계올림픽 유치전에서 프랑스와 런던이 경쟁을 했는데 프랑스가 유리하다는 예측에도 불구하고 영국이 이겼다. 동계올림픽 개최지 결정시 이것이 프랑스 동정표로 몰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프랑스에 우호적인 IOC 위원들이 많다. 유럽 표는 항상 같이 움직인다. 독일과 프랑스, 두 나라가 계속 경쟁하게끔 해야 한다.
-내년 7월에 개최지 결정이 난다. 대회 유치를 위해 한국은 어떤 전략을 구사해야 한다고 보나?
지난 2차 도전 당시 1차 투표에서는 평창이 이겼으나 과반수를 못 넘겨 2차에서 러시아 소치에 졌다. 유럽표가 소치로 간 것이다. 이번에 한국은 과반수를 얻어 반드시 1차 투표에서 끝내야 한다.
-1, 2차 대회 유치에 실패한 이유로 한국의 미약한 스포츠 외교가 꼽힌다. 평창 유치를 위해 어떤 홍보 전략을 짜야 한다고 보나?
1차는 김운용 씨의 사심 때문에 평창을 희생시켰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2차는 이미지 전에서 실패했다. 이번이 세 번째 기회다. 내년 7월 행사에서 참석자들의 가슴이 찌릿하도록 감동작전을 준비해야 한다.
먼저 평화와 친교의 상징인 올림픽을 평창의 이미지와 연결시키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이다. 한국은 그동안 동계올림픽을 한 번도 개최하지 않았지만 국가 차원의 지원으로 동계스포츠를 크게 발전시켰다. 그 결과가 캐나다에서의 성적이다. 선수들의 열망을 초월해 국가와 전 국민의 염원과 후원 아래 결실을 거둔 것이다. 이런 기본 전략을 갖고 이젠 동계올림픽을 우리(한국)에게 달라는 강력한 메시지를 전해야 한다.
-그럼에도 한국은 분단국에 동계스포츠의 불모지 등 여러 가지 불리한 점을 안고 있다. 한국이 내세울 장점이 있나?
첫째, 김연아를 최대한 활용해야 한다. 대한민국의 그간의 노력과 열망을 김연아가 상징적인 퍼포먼스로 호소하는 것이다. 우리가 이만큼 해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둘째, 대륙별 안배가 포인트다. 그간 유럽 14번, 북미가 6번이나 개최했다. 아시아는 일본의 2번 외에는 없다. 한국은 2번이나 실패했지만 그 열망이 식지 않고 다시 도전하고 있다. 올림픽의 정신인 페어플레이 차원에서도 이번에는 아시아에 기회를 줘야 한다는 점을 부각시켜야 한다.
셋째, 한국이 분단국임을 긍정적으로 승화시켜야 한다. 분단이 장애가 될 수도 있지만 분단국에서의 대회야말로 올림픽이 갖는 진정한 평화 무브먼트임을 강조해야 한다.
-평창 유치를 위한 조직위원회가 구성됐지만 맨 파워나 활동력이 미약하다는 지적이 많다.
평창 유치를 위해 세계 스포츠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게 활동할 수 있는 인물은 이건희 IOC 위원이다. 법의 형평성도 중요하지만 외교적 차원에서 너무 오래 묶어두어 그의 영향력과 시간을 허비한 게 안타깝다. 올림픽 무브먼트가 활발한 건 결국 재정이다. IOC의 10대 스폰서 기업의 총수이자 위원 자격을 지닌 이건희 씨에 정부에서 힘을 실어줘야 한다. 그를 간판으로 내세워야 하며 대통령과 이 위원, 국제축구연맹 부회장인 정몽준 대표가 만나 지원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정부 조직체계의 문제점은 없나? 국가 스포츠 외교를 담당할 체육부가 없어 통합적이고 체계적인 지원이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스포츠가 국가적 조직체계에서 얼마나 중요한가는 조직으로 나타난다. 정부 정책의 얼굴은 부서다. 체육이 문화와 관광의 하위개념으로 있어서는 안된다.
체육청소년 부서를 독립시켜 그 이미지를 획기적으로 바꾸어야 한다. 또 대회 유치를 위해 국내 인사들은 물론 국외의 스포츠 외교 능력을 갖춘 인사들도 최대한 활용해야 한다.
-화제를 태권도로 돌리겠다. 개척자적 사범들의 노력으로 미국에서 태권도가 우뚝 섰으나 아직 폐쇄적, 분열적 구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제는 수많은 한인 태권도 단체들을 통합시켜야한다. 미 올림픽위원회의 인정을 받는 조직, 체계로 힘을 길러나가야 한다. 상호 갈등과 알력이 사라지지 않으면 한인 태권도에 대한 나쁜 이미지를 불식시킬 수 없다.
-올림픽에서의 태권도 퇴출설이 심심찮게 흘러나와 불안케 하고 있다. 원인이 뭔가?
한국 스포츠 외교의 무능에다 김운용씨의 ‘부활’과 관련돼 있다는 분석들도 나온다. 세계태권도연맹은 세계의 주요한 스포츠 기구다. 한국 정부의 지원이 필요하며 국가적 차원의 정책 프로그램이 만들어져야 한다. 특히 일반 매니저 프로그램, 커리큘럼을 개발, 제공해야 한다. 직원의 언어 능력도 개선되어야 하고 국제적 감각을 갖춘 스포츠인들이 더 많아져야 한다. 세계화를 전담하는 국기원을 이대로 방치해서도 안 된다. 정부 산하로 넣어야 한다.
이종국 기자
■양동자 박사는 누구
경희대에서 한국체육학 석사(1호)를 받고 1966년 도미한 양 회장(69세)은 하워드대에서 스포츠 상담심리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1967년부터 2007년까지 하워드대 교수로 재직했으며 미 태권도연맹, 팬 아메리카연맹 회장, 세계태권도연맹 법사위원장을 역임하면서 태권도의 국제화에 크게 기여했다. 현대 올림픽 운동 연구에도 세계적 권위자로 꼽히며 미국 올림픽위원회(USOC) 상임위원으로 활동했다. 지금껏 미 올림픽위 상임위원으로 활동한 한국인은 새미 리, 김위생씨와 양 회장 단 3명뿐이다.
2003년에는 아시안으로 세계체육학회(ICHPER-SD) 회장에 선출된 후 2007년 재선돼 활동 중이다. 1958년 로마에서 창립된 세계체육학회는 전 세계 체육 교수들의 조직으로 회원 수만 24만명의 세계 최대 규모의 학술단체다. 유엔의 유네스코와 국제올림픽조직위원회(IOC) 협력기관으로 보건과 건강교육, 레크리에이션, 스포츠, 댄스 등 스포츠 교육 및 진흥에 주력하고 있다.
세계 본부는 버지니아 레스턴에 있으며 회원 중 IOC 위원이 20여명이나 될 정도로 양 회장이 스포츠계에서 갖는 영향력은 지대하다는 평가다.
양동자 회장은 2차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를 위한 명예 홍보대사를 지냈으며 현재 미국의 태권도 발전사와 세계 태권도 발전을 위한 저서를 집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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