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사님은 사역하시면서 어디에 가장 많이 시간을 할애하세요?” 어떤 장로님이 목사님께 물었다. 뭐 별로 심각한 분위기에서 묻는 것도 아니고 해서목사님도 가볍게 대답했다. “목회자 마다 다르겠지만 내 경우에는 설교 준비가 아닌가 싶네요.” “그런데요, 나는 목사님 설교를 20 여년이나 듣고 있습니다만 뭘 듣었는지 듣을 때 뿐, 지나고 나면 하나도 생각이 안납니다.그렇게 기억도 못하는 설교를 위해 그 많은 시간을 허비하느니 차라리 예배시간에서 설교 순서를 빼면 어떨까요. 목사님은 그시간에 다른 중요한 일을 더 할 수 있을 겁니다.” 이런 넉빠진 장로같으니! 성질 같아서는 한대 줘어 박고 싶었지만 목사님은 꾹 참고 일주일 내내 기도한 다음, 주일 설교로 이 말에 대답을 하였다.
“나는 내 아내와 결혼한지 40년이 되어갑니다. 나는 외식을 좋아하지 않아서 대부분 아내가 해 주는 밥을 먹습니다. 하루 세 끼 40년을 계산해보니 대강 4만 3천 8백 끼를 얻어 먹었더군요. 그런데 식사도 먹을 때 뿐, 돌이켜 생각하면 내가 그동안 뭘 먹었는지 하나도 생각이 안납니다. 그러나 하나 분명한 것은 매 끼 아내가 정성스럽게 준비한 음식을 먹지 않았더라면 오늘날 내 이 건강은유지되지 못했를 것입니다.” 어느 조크집에 실린 글이다.
<아내는 예배 시간마다 내가 혹시 졸을가봐 늘 불안하다. 눈을 지긋이 감으면 더 정신을 집중해서 목사님 설교를 듣을 것같은데, 아내에겐 이런 것 안통한다. 내가 눈만 감았다 하면 일단 조는 것으로 간주하고 옆구리를 사정 없이 질러댄다. 일하면서 공부하느라고 항상 잠이 모자랐던 나의 유학생 시절, 교회 성가대석에 앉아서도 가끔 코를 골았던전과(前科)가 있기 때문이다. 목사님이 선포하시는 진리의 말씀만이 회중에 낭낭한데 성가대 뒷 편에서 은은하게 들리는 남편의 코고는 소리, 그래서 지휘자로 맨 앞줄에 앉았던 자기가 얼마나 챙피했는지를 아내는 몇 십년이 지난 지금까지 얘기한다. 같은 베스 파트로 내 바로 옆에 앉았던 친구 집사 녀석은(나중에 목사님이 되었다) 사태가 그쯤 되었는데도 “재미가 있어서” 일부러 안깨웠다. 그날 예배후 목사님이 찡끗 내게 윙크하면서 하신 말씀, “오늘 내 설교에서 가장 많이 은혜를 받은 사람은 김 집사(당시) 같애. 얼마나 평강했으면 코까지 골았노?”
<어떤 목사님은 설교 준비같은 것 아예 안하시고 강대상에 올라가신 다음에야 “성령이 인도하시는대로” 말씀을 전한다는데,그건 은총이 지나치게 ‘각별하신’ 경우이고 대부분 목사님들은 자신의 모든 학식과 지식과 경험과 철학과 신앙과 기도를 총망라하여 설교를 준비한다. 그래서 설교 하나 하나가 목사님의 피를 말리는 작품인데, 그렇게 준비한 영의 양식을 우리같은 평신도들은 너무 쉽게만 얻어 먹는다. 그나마 먹으면서졸기까지한다.
<내가 대학교 1학년 때 어느 기독학생 모임에서 강원용 목사님이 시편 57장 “내가 새벽을 깨우리로다”는 주제로 말씀하신 내용을 나는 지금도기억한다. “시간만 지나면 당연히 찾아 오는 것이 새벽이지만 앉아서 기다릴 순 없다. 내가 먼저 쫓아 나가서 새벽을 깨우겠다”는 다윗의 각오였다. 그래서 목사님은 갓 대학생이 된 우리들에게 도전적인 목표 설정, 적극적인 사고(思考), 그리고 부지런한 생활 습관을 말씀하셨다. 강목사님은 그 많은 집회를 인도하시면서 하신 설교를 다기억 못하실 것이다. 그러나 어느 때 듣은 그 한 말씀을 평생의 지침으로 삼는 나같은 성도도 있다.
< 어머니 태(胎) 중에서부터 장로교 신자인 내가 유년 주일학교 시절부터 지금까지 들은 설교로 치면 아마 수천 수만번이 넘을 것이다. 그걸 일일히 다 기억하냐고? 그건 고사하고 지난 주 들은 설교도 솔직히 가물가물이다. 그러나 오늘의 나 된 것은, 그 많은 말씀 한구절 한구절이 모두다 내 생명의양식이 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매 끼 먹는 밥을 맛있게 먹고 잘 소화시키는 것이 바로 최고의 보약이드시 우리가 격는 평범한 일상사가, 맨날 만나 부디치는 바로 이 사람들이, 그리고 주일마다 당연한 듯 듣는 이 설교 말씀이 실상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를, 오늘도 예배중 내내 생각했다.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