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이야기: 일상의 회화들, 1765~1915
오래전 미국의 화가들은 대단한 이야기꾼들이었던 것 같다. 그들의 그림은 모두 이야기로 가득 차 있다. 그것도 재미있고 극적이며 역동적인 이야기들이. 설명을 읽어보면 더 재미있고, 그림 속 사물과 배경들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더 흥미롭다.
LACMA 5월23일까지 특별 전시회
메리 카사트 그림 등 100여점 통해
18~19세기 미국 문화와 풍습 조명
‘미국 이야기: 일상의 회화들, 1765~1915’
(American Stories: Paintings of Everyday Life, 1765~1915)
2주전 르누아르 전시회를 오픈한 LA카운티미술관이 마련한 또 하나의 대형기획전이다. 지난해 10월12일부터 지난 1월24일까지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에서 성공적으로 전시를 마친 ‘미국 이야기’는 라크마에서 2월28일 시작돼 5월23일까지 계속된다.
이 전시회는 미국의 식민지 시대로부터 제1차 세계대전 이전까지 약 150년 동안 화가들이 기록한 미국의 모습과 미국인의 삶을 생생하고 드러매틱하게 소개하고 있다. 전시회는 역사, 신화, 문학작품을 주제로 한 이미지들은 배제하고, 개척시대 미국인들의 생활상, 문화와 풍습, 자연과 가정과 패션에 이르는 일상적 풍경들을 담은 작품들만 미 전국의 미술관과 콜렉터들로부터 모았다.
18세기와 19세기 미국인들의 모습을 미화하거나 과장하지 않은 채 사실적으로 그린 작품들은 다소 투박하고 거칠지만 정말 미국적이다. 전쟁, 인종문제, 여성문제에 도전한 듯한 그림도 보이고, 해학과 풍자로 웃음을 자아내는 그림도 있으며, 당시 아주 드문 여성화가 릴리 마틴 스펜서의 작품들은 그 자체로 도발적이다.
잔 싱글턴 코플리, 메리 카사트, 윈슬로우 호머, 윌리엄 시드니 마운트, 조지 칼렙 빙햄, 토머스 이킨스, 조지 벨로우스 등 귀에 익은 이름도 있지만 잘 알려지지 않은 화가들까지 50여명이 그린 100여점의 작품들은 시대의 흐름에 따라 5개의 주제 별로 전시돼있다.
▲미국 이야기의 시작(Inventing American Stories, 1765-1830): 패트론과 주변 사람들의 초상을 주로 그렸던 초창기 미국 화가들의 인물화들을 볼 수 있다.
▲대중의 이야기(Stories for the Public, 1830-1860): 1830년대 이후부터 화가들은 일상에서의 사람들의 모습을 그리기 시작했다. 이스트맨 존슨의 ‘남부 흑인들의 라이프’(Negro Life at the South)는 가난과 노예생활 속에서도 낙천적인 흑인들의 모습과 끈끈한 가족의 유대 같은 모습을 훌륭하게 포착하고 있다.
▲전쟁과 화해의 이야기(Stories of War and Reconciliation, 1860-1877): 남북전쟁으로 큰 상처를 입은 시기에 화가들은 애써 정치와 경제, 군사적인 주제를 피하고 소소하고 인간적인 모습들을 캔버스에 담았다. 전쟁으로 많은 남자가 죽은 후 그들의 역할까지 짊어진 여성들을 많이 등장시켰으며 도시화와 산업화의 시기에 화가들은 시골의 풍경을 더 많이 그렸다. 윈슬로우 호머의 ‘목화 따는 처녀들’(The Cotton Pickers, 1876)은 종전 후 버지니아 목화밭에서 2명의 흑인 아가씨가 일하는 모습을 그린 걸작으로 남아있다.
▲세계와 솔직한 이야기(Cosmopolitan and Candid Stories, 1877-1900): 1870년대 중반 이후 여행이 쉬워지면서 유럽의 일상까지 그리게 된 화가들은 과거보다 덜 사실적이고 애매모호한 기법과 내용의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다. 메리 카사트의 그림들에서처럼 화가들은 여성을 어머니이며 가사의 책임자이고, 문화의 선도자로 묘사했다. 이때쯤부터 카우보이가 미국 남성과 개척자의 상징으로 등장한다.
▲도시의 이야기(Stories of the City, 1900-1915): 1900년대 이후 도시가 그림의 주요 소재가 됐다. 도시에 사는 이민자들과 서민들의 모습과 일상이 많이 그려진 한편 일부 화가들은 추상으로 돌아서기 시작한다.
▲캘리포니아 이야기(California Stories): 라크마 전시만을 위해 추가된 섹션으로 캘리포니아를 주제로 한 작품들을 모아놓았다. 골드러시와 여행, 아름다운 자연 등을 묘사한 그림이 많은데 요세미티 산정, 레익 타호의 에머럴드 호수, 카탈리나 섬, 산타모니카의 100년전 모습을 볼 수 있다.
미국에 살면서도 미국을 그린 미국작가들만의 전시회를 볼 기회는 흔치 않다. ‘미국 이야기’ 전은 화가들이 표현한 진짜 아메리카의 모습, 미국의 교과서에 등장하는 기념비적 그림들을 직접 볼 수 있는 특별한 기회다. 자녀들과 함께 공부 삼아 관람하기를 권한다.
미국 이야기 전은 르누아르 전과 마찬가지로 특별기획전이므로 티켓이 20달러(18세 이하 무료)이다. 2개의 전시회를 함께 볼 수 있는 티켓은 25달러이며 두 전시를 같은 날 보지 않아도 된다.
구입문의 (877)522-6225 lacma.org
주소 5905 Wilshire Blvd. LA, CA 90036
<정숙희 기자>
잔 싱글턴 코플리의 ‘왓슨과 상어’ (Watson and the Shark, 1778)
잔 조지 브라운의 ‘카드 트릭’(The Card Trick, 1880-89)
메리 카사트의 ‘졸린 아이를 씻기려는 어머니’(Mother About to Wash Her Sleepy Child, 1880)
윌리엄 제임스 글래큰스의 ‘샤핑하는 여인들’(The Shoppers, 190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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