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은 나의 자작 시. ‘헨티 가는 길목에서’. 몽골에 있을 때 칭기스칸의 고향 헨티를 방문하려다가 결국은 가지 못하고 칭기스칸을 생각하며 지은 것이다.새털구름 솜털구름 뭉게구름/잔잔히 떠오르는 초원의 하늘/영웅 하나 말달리며/대망을 꿈꾸던/그 벌판/나는 러시아제 푸르공 둔탁한 버스를 달리며/ 그 흔적을 찾는다/황량한 들판에 서서 /그대의 발자취를 더듬어 보는데/ 그대도 보았을 저 구름만 보일뿐/칭기스칸 칭기스칸/그대 어디 있는가/큰 소리로 외처 보는데/살랑이는 바람에 구름만 일렁인다/13세기 그 옛날/지구의 절반을
달려가/저쪽 구름을 넘보고 온 사나이/100마리 소가 끄는 이동식 게르에서/세계를 호령했던 그 소리 아직 남아있네/ 오늘 나와 맞짱 한번 뛰어보자/그대/뛰놀던 이 헨티벌에서.
이제는 한낱 한줌의 재가 되어 땅속에 묻혀있을 칭기스칸을 생각하니 갑자기 서러운 생각이 든다. 인생은 흙에서 왔으니 흙으로 돌아간 것뿐이라고 넘겨버리기에는 너무나 아쉬운 칭기스칸이다. 더욱이 오늘날 그의 후손들이 세계 최빈국으로 하루에 세 끼를 다 못 먹을 정도로 비참하게 살아가는 것이 칭기스칸이 흘리게 한 피에 대한 업보이려니 생각하니 너무나 안타까운 마음에 울음이 왈칵 나온다. 칭기스칸이 세계의 절반을 정복했고 지구 곳곳에 자신의 생물학적 흔적을 남겨놓았으며 100마리의 소가 끄는 전천후 이동막사를 타고 호령한 것이 오늘 날 몽골의 현실에 무슨 보탬을 주고 있는가? 참으로 아쉬운 마음이 든다.
도대체 칭기스칸의 가치관은 무엇인가? 그의 사상이 인류사회에 무엇으로 공헌했는가? 그의 어록중에서 우리의 심금을 울릴 수 있는 말이 무엇이 있는가? 그는 단지 약육강식의 논리를 더욱 확인시켜주었을 뿐이지 않은가? 약자와 더불어 사는 공동체 건설을 위하여 그가 한 것은 과연 없는 것일까? 오늘의 몽골은 정치적으로 매우 부패한 나라중의 하나다. 전직 대통령 아무개는 엄청난 부정으로 울란바타르 시의 금싸라기 같은 땅에 거대한 빌딩을 가지고 있다. 그는 몽골정부의 핵심요직을 두루 거친 인물이다. 종종 신문에 몽골정부의 장관급 관리들의 부정부패 스캔들이 화려하게 장식한다. 한 때는 모든 각료들의 비리가 보도되었지만 감옥으로 간 자는 없다. 왜냐하면 끼리끼리 나누어 먹기 때문이다. 누구를 감옥에 보내고 누구를 안보내고 할 구분이 없는 것이다.
해먹을 수 있는 자리에 있을 때 해먹을 수 있는 만큼 해먹는 것이다. 이것이 현재 몽골의 풍토다. 그래서 몽골의 남자들은 돈을 벌고 출세를 하면 조강지처를 쉽게 버리고 젊고 예쁘게 생긴 새 아내를 맞이한다. 여자들은 아예 그러려니 한다. 윤리 도덕의 개념이 없는 것이다.
비서로 데리고 있었던 러시아 유학파출신의 여자는 몽골 적십자사의 고위직 직원인데 몽골의 최대 절인 간등사 옆에 큰 부지가 있어서 매입할 수 있는 방법을 알아보라고 했더니 그런 일은 절대로 할 수 없단다. 부처님이 노하셔서 어떤 벌을 받게 될지 모르기 때문에 다른 사람을 통해서 알아보라고 하는 것이다. 이것이 몽골 지성인들의 사고방식이요 현실이다. 힘이 있는 자는 더욱 힘이 생기고 부자는 더욱 부자가 되고 그러면서도 대다수 국민의 복지와 행복에는 무관심한 동토의 땅 몽골에 봄은 과연 언제 찾아 올 것인가? 몽골의 부자들은 비행기를 타고 북경으로 샤핑하러 간다. 아침 비행기를 타고 베이징에 가서 고급요리를 시켜먹고 사우나에서 놀다가 저녁이면 돌아오는 것이다. 이런 자들은 벤츠가 몇 대나 되는 지 모를 정도이다. 그들은 자식을 미국에 유학을 보낸다. 전직 대통령 아무개도 자식을 미국에 보냈다. 그리고 일본으로 유학을 보낸다. 러시아로는 이제는 보내지 않는다. 한물간 국가로 보기 때문이다. 한국으로 유학을 오는 자들은 머리는 좋지만 돈이 없는 집안의 아이들이다.
그러나 시골에서 양을 치며 사는 목동들은 그져 짐승처럼 산다면 너무나 그들을 무시하는 말일까? 아니다 나는 그들을 절대로 무시하지 않는다. 그들은 하루 세끼를 다 찾아 먹고 살 형편이 아니다. 억지로 유학을 보낸 그들의 자식들은 아침은 굶거나 수테 차 한잔으로 때운다. 점심에도 굶는 학생들이 부지기수이다. 그나마 저녁 한끼도 먹는 둥 마는 둥이다. 그들은 그래서 늘 허기져있다. 언제나 어깨가 쳐져 있다. 그래서 형편이 되면 나는 그들을 위하여 무언가 하고 싶다. 지금 서울에는 외국인 근로자들을 위한 선교회가 여러 개 있다. 현지에 가서 선교하는 것보다는 한국으로 온 외국인에게 복음을 전하는 것이 훨씬 쉽다. 서울에 가서 복음을 접한 몽골인을 몽골에서 만나서 계속 관계를 가지게 되었는데 서울에 가서 돈을 벌어 온 몽골인들은 그렇지 못한 동족을 멸시한다. 냄새가 난다는 것이다. 한 번은 같이 야유회를 갖게 되었는데 서울출신 몽골인들이 한명도 오지 않은 것이다. 냄새나는 그들과 어울릴 수 없다는 것이다. 참으로 가소로운 일이었다.
당대의 영웅 칭기스칸을 만나서 인생이 달라진 사람들이 과연 몇이나 될까? 칭기스칸은 진정으로 인류사회에 무엇으로 기여했는가? 과연 그럴만한 철학이나 사상이 그에게 있었을까? 아무리 생각하고 자료를 찾아보았지만 그럴만한 것들을 아직 찾아내지 못했다. 그는 그저 타고난 용맹과 머리와 뱃장을 가지고 세계를 침략하여 정복하는 것으로 그치고 말았다. 지구의 절반을 정복한 것이 그의 큰 공로라고 하더라도 그 후에 그가 남긴 것이 무엇인가? 그리고 그것이 지금까지 남아 있는 것인가? 대답은 전혀 아니올씨다이다. 자기가 먼저 죽이지 않으면 죽음을 당할 수밖에 없는 초원의 싸움판에서 무조건 칼을 휘두르며 싸우고 또 싸웠던 것이다.
나는 예수 그리스도를 만났기 때문에 나의 팔자가 달라진 사람이고 또 그 분 때문에 몽골이라는 곳을 가게 되었다. 그 분이 그 곳에 가도록 강권하였기 때문이다. 나는 그 분을 나의 주(主)로 모시고 산다. 그 분이 죽으라면 죽어야 하고 가라면 간다. 나는 예수를 만났기 때문에 오늘 이정도나마 인격을 갖추고 산다. 그러나 예수, 그 분은 칭기스칸처럼 칼을 휘두르지 않았다. 오히려 검을 쓰는 자는 검으로 망한다고 검객들에게 일찍이 경고하였다. 그 분의 무기는 사랑이다. 그분의 사상도 사랑이다. 그분의 철학도 사랑이다. 그 사랑이 이 세상을 지배하고 있다. 그 사랑이 사람들을 변화시키고 있다. 예수! 생각만 해도 가슴이 떨려온다. 그분은 죽어가면서도 자신을 죽이려는 자들을 용서했다. 모든 인간들이 행복하게 잘 살기를 바란 분이다. 칭기스칸은 그 수를 헤아릴수 없을 정도로 많은 사람을 죽이며 지구의 절반을 점령했지만 예수
는 오히려 자신이 죽음으로써 지구를 점령해 버렸다. 예수는 한 사람도 죽이지 않았지만 오히려 많은 사람들이 그 분을 위하여 스스로 죽었고 지금도 죽으려고 한다. 누가 진정한 영웅인가? 예수인가? 칭기스칸인가?
다음은 내가 초등학교를 다닐 때 아버지의 손을 잡고 교회에 갈 때마다 들었던 대한민국의 5,60년대의 최고 애창곡 복음 송가이다. 성결교회의 이명직 목사님이 지으셨고 역시 성결교회의 이성봉목사님께서 열창하신 노래이다. 그 어린 시절 무엇을 알았으랴마는 두고두고 불러보지만 그럴수록 맛이 있는 노래이다. 이 복음 송 허사가 (虛事歌)의 노래 말로서 몽골체험기를 마치려 한다. 그간 귀한 지면을 할애하여 주신 뉴욕한국일보에 감사드리며 성원해주신 독자여러분께 충심으로 사의를 표한다.
“영웅호걸 열사들아 뽐내지 마라”
홍안소년 미인들아 자랑치말고 영웅호걸 열사들아 뽐내지마라 유수같은 세월은 널 재촉하고 저적막한 공동묘지 널 기다린다 세상만사 살피니 참 헛되구나 부귀공명 장수는 무엇하리요고대광실 높은집 문전옥답도 우리한번 죽으면 일장 춘몽 인생일귀 북망산 불귀객 되니 일배황토 가련코 가이 없구나 솔로몬의 큰영광 옛말이 되니 부귀영화 어디가 자랑해볼까추초중에 만월대 영웅의 자취 석양천에 지난 객 회고의 눈물 반월산성 무너져 여우집 되고 자고새가 울 줄을 뉘 알았으랴 인생백년 산대도 슬픈 탄식뿐 우리생명 무엔가 운무로구나그 헛됨은 그림자 지남 같으니 부생낭사 헛되고 또 헛되구나 한강수는 늘 흘러 쉬지않건만
무정하다 이인생 가면 못오네 서시라도 고소대 한번 간후에 소식조차 막연해 물거품이라 년년춘색 오건만 어이타 인생 한번가면 못오니 한이로구나 금일양원 노든객 내일 아침에 청산매골 마른뼈 한심하구나 요단강물 거스릴 용사 있으며 서산낙일 지는해 막을 자 있나하루가고 이틀가 홍안이 늙어 슬프도다 죽는길 뉘면할소냐 토지많아 무엇해 나죽은 후에 삼척광중 일장지 넉넉하오니 의복많아 무엇해 나떠나갈 때 수의 한벌 관 한 개 족하지않나 땀흘리고 애를써 모아논 재물 안고가고 지고가나 헛수고로 다 빈손들고 왔으니 또한 그같이 빈손들고 갈 것이 명백치 않나 모든 육체 풀같이 썩어버리고 그의 영광 꽃같이 쇠잔하리라
모든 학문 지식도 그러하리니 인간일생 경영이 바람잡이뿐 우리희망 무엔가 뜬세상 영화분토같이 버리고 주님 따라가 천국낙원 영광중 평화의 세계 영원 무궁하도록 누리리로다 .<끝>
(NJ Fort Lee 한사랑교회 담임목사moneun@gmail.com)
수많은 사람을 죽여 지구의 절반을 점령한 징기스칸(위쪽)과 자신이 죽음으로써 지구를 점령한 예수.누가 진정한 영웅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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