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우습다. 그 교회에 나오는 늙은 여자가 자기 남편이라는 영감보고 꼭 아빠라면서 많은 사람들 앞에서 아빠! 하고 그렇게 불렀다. 얼마나 웃기는지 아빠라고 부르는 늙은 여자 목소리가 너무 고와 팔뚝에 숨은 비늘이 부르르 떨릴 정도다.
젊은 사람들이 그렇게 말하는 소리를 TV에서 봤나? 아빠라고 부르는 말도 지나간 유행이고 요즈음은 오빠라고 하는데, 늙은 할마시가 자기 영감보고 오빠! 하고 부르는 것보다 낫긴 하지만 자기들이 웃기는 말을 하는지 전연 모르는 것 같다.
두 사람이 그 교회에 온 것은 꼭 한 달이 된다. 그러니까 네 번째인데 처음 온 신자들은 모두 다 신경 쓰고 돌봐주느라고 옆에 서 있다가 한번씩은 그 소리를 들었다. 평소 낮은 목소리로 속삭거리며 남의 비밀 까발리기 좋아하는 바짝 마른 여 집사가 다른 사람들의 참여를 기다리는 목소리로 “새로 맞이한 세컨드 아니야?” 하면서 음흉하게 눈알을 굴리지만 교회에서 모두 점잖은 척 해야 하기 때문에 말은 못하고 입가에 의미 있는 웃음만 지었다. 몇몇 젊은 여자는 교회니까 좋은 소리 한다고 어머나 어머님, 정말 듣기 좋으세요 하고 부러운 목소리를 내지만 속으로 “아나살찐아!” 하고 동그랗게 혀를 쏙 빼는 것이 눈에 다 보였다.
교회 안에서 큰소리를 내면 금방 천벌이 내릴 줄 아는지 하여간 교회 안에 있는 한 두 시간은 모두 다 천사고 하늘에서 뚝 떨어진 아기동자다.
그 교회는 미국교회를 사용하는데 예배시간이 다른 교회 설교 모두 끝내고 친교시간쯤 그때 시작한다. 어마, 정말 우리 교회도 건물이 있어야지 건축설계는 언제 하는 거야? 하고 어디 갈데도 못 가고 하루 시간 다 뺏겼다고 불평하는 사람은 대부분 헌금 적게 내는 사람이라고 옛날 신앙계 잡지에서 읽은 적이 있다. 미국에서 아무리 주간지 교회 신문이라도 누가 그런 말 하나? 한국에서 발행하는 잡지니까 그런 소리 할 수 있지.
어쨌던 그 교회는 사정상 누가 먼저 입이 쩍 벌어지게 뭉칫돈을 척 내놓고 자 우리도 이제 셋방살이를 면해 봅시다 하는 말이 나오기를 서로 눈치 보는 그런 때인데 아, 어느 날 난데없이 아빠라고 간지럽게 말하는 늙은 그 부부가 폭탄선언을 했다. 그날은 교회재정 보고하는 임시 총회날이었다.
“여러분 나는 지금 사랑에 빠졌습니다.”
남자가 일어나서 불쑥 그 말을 하자 누구야? 저 노인이 상대하는 또 다른 사람이 있나? 하고 서로 어리둥절하며 돌아보는데 “아빠 , 그건 제가 말하지요”하고 옆에 있던 부인이 일어났다.
그 부인 말이 자기 남편이 예수 믿은지 그 교회에 출석한 날짜와 똑같이 한 달 조금 넘었는데 그 동안 자기가 눈물로 기도한 결과라고 했다. 성경에서 하나님 아버지를 ‘아빠 아버지’라고 표현하는 말은 아빠라는 다정한 말이기 때문에 평소 기도하면서 아빠라고 부르던 말을 남편에게 하나님 부르듯이 그렇게 했더니 교회에 나오게 되었다고 했다. 교회안은 숙연해지면서 핀 하나만 떨어져도 다 들릴 정도로 갑자기 조용했다.
“우리는 지금 예수님과 사랑을 속삭이느라 정신이 하나도 없습니다. 그래서 이몸 바쳐 성전을 꼭 건축하고 싶습니다. 우리가 가진 돈은 없지만 5십만불 헌 금하겠습니다.” 아이구 돈 있는 사람이네 요즈음 같은 불경기에.
주위는 어떤 감동의 물결에 휩싸여 아멘, 아멘 하면서 술렁거리고 목사님은 너무 좋아 벌어진 입이 턱에 걸려가지고 다물지를 못했다. 바야흐로 교회는 건축위원회를 구성하고 이제 시작할 새롭고 힘든 역사에 모두 들떴다.
그런데 이상한 풍문이 떠돌기 시작했다. 누가 차를 타고 가면서 봤는데 새벽녁에 두 늙은 부부가 쓰레기 통속에서 먹고 버린 빈 캔을 줏는 것을 봤다는 것이다. 아무려면? 그 말이 사실이라면 참새 한마리가 육지를 바닷물로 채우겠다고 태평양 바다를 건너가서 입에 물 한방울 물고 다시 날아와서 땅에 떨어트린 것과 똑같이 너무 무모하고 어리석은 일이었다. 빈 깡통을 팔아 5십만불을 만들겠다니? 재정을 맡고 있는 안수집사한테 확인했더니 분명히 헌금 수표를 내놓았단다. 그렇다면?! 그런데도 너도 나도 봤다는 사람들이 생기면서 묘한 숙덕거림이 계속되자 어느 날 목사님이 의문에 싸였던 충격적인 고백을 했다. 두 부부가 바친 헌금 수표는 은행에 입금 날짜가 앞으로 만 7년 후로 되어 있다는 것이다.
그 교회는 오늘 목사 설교 어떻게 하는지 두고 보자고 팔짱을 끼고 꼬투리만 찾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 그런 교인들이 하루 아침에 개과천성 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지만 놀라운 일은 그 사실에 감동받은 사람들이 그날 너도 나도 작정헌금을 했다. 그런데 그 자리에서 확인해보니 정확하게 5십만불 이었다. 이게 어떻게 된 일이냐?
누가 봤는데 미국 TV에 나오는 추적 60분 프로에서 7년 전에 생긴 아직도 미스터리로 남아 있는 부녀자 유괴범 동양사람 남자 얼굴이 바로 그 노인하고 똑같드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그 부인이 바로 납치된 장본인?! 그러나 그 사람을 경찰에 신고한 교인은 아직 아무도 없고 이상한 것은 입빠른 한국 사람들인데 감쪽같이 모두 지퍼를 채우고 다른 교회에서는 아직 아무도 모른다는 사실이다. 실리콘밸리에 있는 교회라는 말만 들었다. 종교는 아편하고 똑같다고 아인슈타인이 말했지만 알 수 없는 것은 거기서 밖앝 세상과 분리된 기이한 현상들이 언제나 일어난다는 것이다. 그것은 정말 좋은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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