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월 디즈니 홀 데뷔 공연’ 피아니스트 조이스 양
이제 스물세살인데 그녀의 이야기는 무척이나 사려깊고 성숙하다. 세계적으로 우뚝 선 연주자들과 이야기를 나눌 때 느끼는 공통점인데, 나이에 관계없이 느껴지는 겸손함과 성숙함, 인생에 대한 깊은 이해 같은 것들이 순간순간 인터뷰어를 깜짝 놀라게 한다. 아마 그러한 인간적 성숙 없이는 사람의 마음을 만지는 연주를 할 수 없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피아니스트 조이스 양(Joyce Yang·양희원). 지난해 9월 할리웃보울 무대에 성공적으로 데뷔했던 그녀가 3월12, 13, 14일 월트 디즈니 홀에서 에도 데 바르트(Edo de Waart)의 지휘로 LA 필하모닉과 베토벤 피아노 콘첼토 3번을 협연한다. 그녀의 디즈니 홀 데뷔가 될 이 공연은 2009/10 시즌 오프닝 때만 해도 프로그램에 포함돼있지 않았으나 나중에 공연에 초대됐다. 지난 해 할리웃 보울에서의 연주가 대단히 만족스러웠다는 뜻이라고 볼 수 있는데, 그때 조이스 양은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 콘첼토 2번을 ‘백만볼트의 연주자’라는 별명답게 열정적으로 연주해 열화같은 박수갈채를 받았었다. 이제 막 떠오르는 신예, 로린 마젤 전 뉴욕 필 상임지휘자가 ‘차세대 음악계 리더’라고 격찬한 바 있는 조이스 양을 지난달 전화로 인터뷰했다.
에도 데 바르트 지휘 12~14일 LA 필과 베토벤 콘첼토 3번 협연
“음악의 정수 느껴지는 곡… LA 한인들에 최고의 연주 선사할 것”
-이번 LA필과의 연주 스케줄은 언제 잡혔나
▲지난해 말에 협연 초대를 받았다. 원래 연주 예정이었던 첼로 콘첼토가 취소되면서 그 프로그램에 내가 들어간 것이다.
-에도 데 바르트와는 호흡이 잘 맞나
▲그는 아주 훌륭한 지휘자이며 함께 세번 연주한 적이 있다. 홍콩 필하모닉, 밀워키 심포니, 그리고 3개월 전쯤 암스테르담에서도 함께 연주했다.
-지난해 여름 LA필과의 협연은 어땠나
▲너무 좋았다. 공연 몇시간 전에 만나 리허설을 충분히 못 했는데도 즉흥적으로 호흡을 맞춰 연주했다. 마치 실내악 연주하듯이 서로 주고받으며 환상적인 대화를 나누었고 너무나 즐거웠으며 굉장한 조화와 일치를 경험했다. 이번 디즈니홀 무대는 처음이라 영광이고 너무 기쁘다.
-이번에 연주하는 베토벤 협주곡은 어떤 곡인가
▲믿어지지 않을 만큼 훌륭한 피아노 곡 중의 하나다. 이 곡은 나 자신이 연주할 때마다 달라지고 오케스트라의 반응도 매번 달라지는 것을 느낀다. 그 안에 엄청난 힘과 에너지가 들어있는 매스터피스로, 연주가 끝나고 나면 마침내 퍼즐을 다 맞췄다고 느껴지는 위대한 곡이다. 중요한 것은 베토벤을 연주하면 음악의 정수를 느낄 수 있다는 것이다.
-5년전 밴 클라이번 콩쿠르에서 준우승했을 때의 기분이 어땠나
▲나는 내가 은메달을 받으리라고는 꿈도 꾸지 않았다. 국제대회는 처음이라 어떻게 해야되는지도 잘 몰랐고, 그저 다른 연주자들과의 만남을 갖는 경험이라고만 생각했다. 다들 너무나 연주를 잘해 놀라웠고, 그들의 연주를 청중 입장에서 들으며 즐기고 있었다. 무대에 올라갔을 때 나는 단지 음악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내가 하고 싶은 연주방식대로, 심사위원들보다는 청중에게 다가가려는 마음으로, 본능에 따라 연주했다. 그것은 그저 자연스럽게 나온 것이었다. 그런데 수상자로 불렸으니, 정말 충격 그 자체였다. 나는 그때 어렸고 호기심과 모험심에 가득찬 아이였는데, 입상하고 난 후 모든 것이 달라지고 새로운 세계가 열리기 시작했다.
-그 이후 공연이 많은가
▲뉴욕필, BBC와 아시아 순회공연을 두차례 가졌고, 주로 미국내 연주가 많지만 전세계를 다니며 연주한다. 일년이면 50~60개 콘서트 스케줄을 소화하느라 학업도 자주 쉬게 되어 줄리어드 졸업도 늦어졌다. 오는 5월에 마침내 끝마치게 된다.
-한국에서의 공연은 어땠나
▲한국에는 가족이 있기 때문에 공연하는 느낌도 언제나 특별하다. 마치 신랑 없이 결혼식을 하는 것 같다고 할까. 나를 아는 모든 사람이 연주장에 찾아와 한꺼번에 다 만나고 축하해줘서 너무 기분 좋다.
-LA 연주에 대한 기대는
▲한인들이 많다고 해서 역시 기대가 크다. 롱아일랜드에 사는 어머니도 친구들과 함께 이번 연주를 보러 오신다고 했다. 최선을 다해 연주할 것이다. 베토벤의 곡은 널리 알려진 곡이라 연주가 부담스럽지만 가장 잘 컨트롤 된 나의 최고의 연주를 보여줄 계획이다.
-좋아하는 작곡가는
▲슈만을 좋아한다. 그의 음악은 언제나 내 안에 살아있다. 뭐라 설명하기 어렵지만 슈만을 연주할 때 나는 가장 내가 되는 것 같다. 내 마음대로, 내 느낌대로, 어떻게 연주해도 될 것같은 자유스러움을 느낀다. 브람스도 좋아해서 혼자 있을 때 많이 연주한다.
-어떤 음악가가 되고 싶은가
▲연주자는 작곡가와 청중 사이의 메신저라고 생각한다. 나는 작품을 재해석하려거나, 나의 공연을 보여주려 하기보다 그저 음악을 전달하려고 한다. 뭔가 대단하고 뭔가 색다른 것을 찾지 않는다. 피아니스트는 가장 오개닉하고, 가장 자연스럽게 음악을 전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숨을 쉬듯, 물이 흐르듯, 있는 그대로 음악의 본질이 청중에게 어필하도록 전하는 것이 연주자의 임무라고 생각한다.
-피아니스트 지망생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말은
▲연주회를 많이 가라는 것이다. 또 CD를 많이 듣기 바란다. 직접 음악회에 가고, 많이 들으면 전혀 다른 연주자가 될 수 있다. LA같은 대도시에는 좋은 연주회 기회가 많으니 가서 듣고 배워야 한다. 클래식뿐 아니라 다른 장르의 콘서트에도 자주 가서 잠들어 있는 감각을 깨우라고 조언하고 싶다.
<정숙희 기자>
◆조이스 양은
19세때 ‘피아노 올림픽’인
밴 클라이번 콩쿠르 준우승
4세때 피아노를 시작, 11세때 미국으로 와 줄리어드 예비학교를 거쳐 현재 줄리어드 음대에 재학중이다.
19세 때인 2005년 ‘피아노 올림픽’으로 불리는 밴 클라이번 콩쿠르(1962년 창설된 후 4년에 한번 열리는 대회)에서 대회 역사상 최연소이자 최초의 한국인으로 준우승하면서 함께 베스트 실내악 연주상과 베스트 뉴욕 연주상 등 3개상을 수상해 일약 스타로 떠올랐다. 그 외에도 여러 콩쿠르에서 우승했고, 링컨센터, 케네디센터, 애버리 피셔홀에서 연주했으며 2008년 번스타인 페스티벌의 오프닝 나잇에 로린 마젤과 함께 번스타인의 ‘불안의 시대’를 연주해 뉴욕타임스로부터 ‘넉아웃’ 연주였다는 평을 들었다. 시카고 심포니,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 볼티모어 심포니, 홍콩 필하모닉, 밴쿠버 심포니, 헤이그 심포니 등 전세계 수많은 오케스트라와 협연 무대를 가졌고 초청연주회 및 다수의 독주회도 가졌다.
“사람들의 마음을 울리는 감수성과 서정성을 지닌 연주자, 여유 있고 힘 있는 명료한 터치와 치밀한 테크닉으로 연주를 수월하게 헤쳐 나가는 피아니스트”라는 평을 듣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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