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조가 원소(袁紹 ?-202)와 함께 동탁 타도의 깃발을 내걸고 의병을 이르켰을 때 원소가 조조에게 물은 적이 있다. “만일 우리의 거병이 실패한다면, 그때 근거지로 삼을 만한 곳이 어디 있겠소:” 그러자 조조가 원소에게 되 물었다. “당신 생각은 어떻습니까?” 원소가 대답하기를 “남쪽으로 황하를 방패로 삼고 북쪽으로는 연燕과 대代를 울타리로 하여 북방 융적의 무리를 아우르겠소. 그런 다음 남쪽을 향하여 천하의 패권을 다툰다면 아마 성공하지 않겠소?” 원소의 말을 듣고 조조가 말했다. “나는 천하의 지혜롭고 용감한 사람들에게 의지하여 도리로써 그들을 이끈다면, 어디서인들 패권을 이루지 못함이 없으리라 생각합니다.”
원소는 지정학적으로 대전략을 논했지만 조조는 인재를 모으는 것이야 말로 천하를 얻는 일의 지름길이라고 생각했다. 옥(玉)에 티가 좀 묻은 들 옥이 아니랴” 품행이 좋지 않아도, 다소 인격적인 결함이 있어도, 그리고 실수한 전력(前歷)이 있어도 그 사람이 능력 있으면 발탁을 해서 적재적소에 썼다. 또한 마음을 열어 참모들과 의논하고 그들의 의견을 겸허하게 받아드렸다. 조조는 참으로 인간경영으로 천하를 얻은 것이다.
삼국지의 흐름을 바꾼 서기 200년의 관도(官渡) 전투. 전쟁 초반에 몇 번 작은 전투에서 조조군이 승리했지만 그런 것들은 아직 오픈 게임이고 양군의 주력이 마주치는 관도에서의 전력(戰力) 은 원소가 10대 1로 우세했다. 그래도 조조의 군사가 워낙 잘 싸우니까 양군은 일진 일퇴. 그러면서 전투가 장기적인 소모전 양상을 띠어가니까 다급해 지는 것은 조조 쪽이였다. 병력이 딸리고 군량이 모자라는 것이다.
이제 조조는 “후방으로 더 물러나야 하나?”를 고민하게 되면서 수도인 허창을 지키고 있는 순욱(荀彧163-212)에게 편지를 보내어 의견을 구했다. 순욱은 답했다. “공은 적의 10분의 1의 병력으로 벌써 반년이 넘도록 잘 싸우고 계십니다. 원소는 인재를 모을 수는 있지만 기용해서 쓸줄은 모릅니다. 기다리다 보면 어떤 위기가 틀림없이 그들에게 닥칠 것입니다. 공은 신무(神武)와 지혜에 의지하고 천자를 받들어 반군을 토벌한다는 명분을 가지고 있습니다. 어찌 이기지 못하겠습니까? 기회를 놓치면 안됩니다.” 조조는 순욱의 의견에 따랐다.
원소의 참모였던 허유가 “오소에 원소군의 군량이 집결되어있다”는 특급 비밀을 가지고 투항했을 때 대부분 조조의 참모들은 그 정보의 진실 여부를 의심했다. 이것이 만약 조조를 유인하기 위한 역정보라면 적 후방의 병참 기지 오소를 공격하는 것이 바로 자살행위가 되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조조는 참모 곽가의 의견을 쫓아 대담하게 병력을 이끌고 오소를 기습하여 성공했다.
조조의 무덤이 발견되었다는 기사를 보면서 진수(陳壽)가 쓴 정사(正史) 삼국
지를 다시 들춰본다. 나관중이 쓴 소설인 삼국지 연의(演儀)는 조조를 악랄한 모사꾼으로 묘사했지만 진수의 정사에서는 보다 정확한 인간 조조의 면모를 보여주기 때문이다. 조조의 아들 조비(나중에 위(魏)의 문제文帝)는 항상 책을 읽고 있는 모습의 아버지 조조를 기억한다. “아버지는 평소 시서(詩書)와 문적(文籍)을 좋아하셨다. 비록 병력을 이끌고 출동중일 때에도 아버지는 손에서 책을 놓지 않으셨다. 아버지는 우리에게 특히 고전을 많이 읽으라고 당부하셨다.” (조비의 展論自敍에서)
위서(魏書)에는 조조가 쓴 여러 글이 수록되어있다. “기탄없이 건의하라”는 말이 여러 글에 나와 있고, “전몰 장병의 가족을 돌보라” “극빈 가정을 돌보라”는 관심과 배려가 자주 눈에 띄인다. “천하의 지혜를 모아라” 그래서 각 방면에 인재를 찾는 글, 공을 세운 부하를 아낌없이 칭찬하고 격려하는 글, 옛 친구에게 안부를 묻는 편지, 부하의 죽음에 마음 아파서 쓴 글 등, 읽으면 읽을 수록 조조는 참으로 자상한 사람이라는 느낌이 든다. “사람을 쓰되 의심이 나면 쓰지 말고 쓴 사람은 의심하지 말아라”는 인사 지침서도 있다. 삼성의 이병철 회장이 평생 좌우명으로 삼은 구절이다. 조조의 키는 지금의 칫수로162cm, 작은 키에 체구 역시 가는 편이였다. 시문(詩文)에 능했고 무예 또한 출충했는데 특히 활을 잘 쏘았다고 한다.
조조가 그 시절의 난세를 극복했다면 지금에 사는 우리가 극복해야할 과제는 불경기. 상황이 어려울 때 일수록 경영인에게 필요한 것은 신의(信義)이고 건실한 인간 관계이다 싶어 조조를 읽으며 나를 돌아본다. 나는 지금 내 사업과 일상 생활에서 어떤 차원의 인간 경영을 하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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