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재미한인산악회 티벳-네팔 횡단 등반기 <4>
달라이 라마가 이사 가버린 포탈라 궁은 그저 문화유산의 껍데기로 보였다. 제14대 달라이 라마는 지난해 2009년 나이 77세, 모택동이 쳐들어 왔을 때 10대 소년이었다. 자국에서 달라이 라마로 통치한 건 겨우 10년뿐, 1959년 중국 공산당 라싸 침공 때 인도로 망명해 지금껏 무저항 비폭력으로 티벳 해방운동을 시행해 오고 있으며, 달라이 라마란 이름을 세계에 알리게 한 장본인으로 하인리히 원작 ‘티벳에서의 7년’이란 영화에 소개됐다. 노벨 평화상 수상자이기도 하다.
달라이 라마 중심 독립의 꿈 아직 멀어
한족에 상권 뺏겨 티벳인의 생활은 빠듯
현대화 물결 속 티벳문화 훼손 안되길
티벳 역사상 500여년의 전통을 가지고 있는 영적 세속적 통치자의 명칭을 달라이 라마로 부르는 것이다. 여기서 ‘달라이’란 몽골어이며 ‘라마’는 것은 ‘스승’이란 뜻, 혹은 선지자, 지도자의 의미를 포함한다. 라마는 일반 승려와는 명확히 구별되는데 모든 불경에 통달하고 학문과 지식을 고루 수학한 이후 탄트라를 수행할 수 있는 경지에 이른 영적인 능력을 인정받은 경우의 초고차원의 승려에게만 칭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티벳에선 석가모니를 수반하는 천수관음보살이 인간으로 환생한 것을 믿는데. 이 천수관음보살의 현존이 또한 바로 달라이 라마라 한다. 지금까지 500여년에 걸쳐 14대 달라이 라마가 계승되어 오고 있는데 이 달라이 라마는 모두 영적인 환생을 통해 이어져 오고 있다고 한다.
티벳 불교의 특징이라면 ‘환생’ 바로 그것이다.
티벳에는 뛰어난 환생자들이 많은데 그 중 가장 뛰어난 환생자가 바로 달라이 라마로 믿고 있다. 새로운 환생을 통해 달라이 라마를 찾아내고 교육하는 방법은 달라이 라마와 그의 스승이 세대개간의 차이를 두고 연이어 환생하기 때문에 그들의 세계에선 이것이 어려울 것이 없다. 실제적인 예로써 현재 인도에 망명중인 14대 달라이의 스승이 환생했는데 77세의 14대 달라이 라마 스승은 공교롭게도 10대 소년이다.
티벳에선 이러한 환생자를 린포체라 칭하며 이들을 통틀어 ‘투르크’라고 한다. 영적으로 끝없이 환생이 계승되어 오는 달라이를 보며 일부는 이 달라이 라마를 전지전능하신 수퍼맨으로 착각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를 걱정한 현재의 14대 달라이 라마는 이렇게 말한다.
“달라이 라마도 한 인간일 뿐입니다. 단 우리 인간은 육적인 존재가 아니라 명확히 영혼을 가지고 있는 존재이므로 단지 육체라는 껍질을 쓰고 있을 뿐 우리는 모두 같은 영혼들입니다. 단, 이 영혼 중 우주를 성찰하며 깊은 명상으로 선을 행하고 사는 삶의 지혜를 갖춘 영혼이야말로 창조주가 기뻐하시는 참 영혼이기에 우리는 끝없는 구도의 길을 걸어 영혼을 살찌워야만 합니다. 모두가 부처가 될 수 있고 더욱 깊은 명상에 들어가면 절대 진리와 교감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진 영혼들이니 모든 자들마다 절대 진리의 잠재력을 키워 나간다면 우린 모두 하나요, 달라이 라마와 별 다를 것이 없는 것입니다”
포탈라 궁의 부처는 이사를 갔다. 정치적 전략으로써 자본과 쾌락이 지배하는 곳에서 탈출한 것이다. 웅장한 전각들과 화려한 황금 부처는 이미 관광상품으로 전략한 지 오래되었다. 군홧발로 짓밟히고 황금에의 욕망이 휩쓸고 간 법당에 어찌 부처께서 남아 있겠는가. 부처는 저 광활하고 텅 빈 고원의 자연 속으로 또는 자연을 빼닮은 순진무구한 티벳의 민중 속으로 법당을 세운 것일까. 멀리 이사 간 것은 아닐 것이다. 수천 킬로미터 떨어진 먼 곳에서부터 몇 년에 걸쳐 오체투지로 포탈라 궁이나 조캉 사원의 경배 드리러 오는 민중 속에 살아 있는 것이다. 수백 수천 번 오체투지를 하고 순례길을 쫓아 염원이 담긴 마니챠를 돌리면서 꿋꿋이 걷고 있는 것이다. 마음으로부터 뜨겁게 묻고 있는 수많은 사람들이 아직 살아 있다. 입으로 차마 내놓지 못하는 달라이 라마의 귀환을 간절히 빌고 있는 것이다.
“옴 마니 밧메훔!”
티벳 사람들이 가장 많이 암송하는 진언으로 한 번 암송하면 경전을 한 권 읽은 것과 같은 효과가 있으며 순수한 본성의 상태로 마음자리를 옮겨 놓을 수 있다고 믿는다.
라싸는 빠른 속도로 발전을 한다. 하지만 라싸의 오랜 주인인 티벳 사람들의 살길은 점점 힘들어지고 있다. 한족들이 상권을 장악하기 시작하면서 티벳 사람들은 더 이상 턱없이 높아진 물가로 집 등 소유할 수 없는 것이 많아졌다.
추운 들판에서 밤을 세워야 하는 유목민의 삶보다는 레스토랑의 웨이터가, 호텔의 객실 청소부, 식당의 접시 닦기, 기념품 판매원, 심지어는 어린 소녀들은 마사지까지 하며 들과 산을 떠나 문명의 꿀맛을 알아가기 시작했다. 어쨌거나 온갖 허드렛일은 힘없는 티벳인들의 몫이다.
티벳의 풍경 속에서는 어디서든 주황색 가사를 입은 승려들을 쉽게 만날 수 있고, 조금 높은 곳이면 기도 깃발 타르쵸를 걸어 두고 있다. 티벳의 자유의 정책 이후 허용한 종교적 관용 속에서 야크 버터를 가지고 사원을 방문할 수 있고, 마니챠를 가지고 코라를 돌 수도 있고, 심지어는 오체투지하는 것에 제한도 없는 듯하다. 하지만 중국의 그 위대한 관용은 종교적 열정을 드러내는 모습이 보이는 것을 묵인하여, 티벳 불교를 외화벌이용 관광자원으로 이용하기 위함이라 비춰보는 것은 지나친 비약일까.
현대화의 물결을 막을 수는 없다 해도 중국화가 아닌 티벳 문화가 훼손되지 않기만을 바라고 싶다. 내일은 달라이 라마의 여름궁전, 죠캉 사원과 팔각거리 등 라싸 시내의 문화를 보기로 한다.
<수필가 정민디>
장엄한 포탈라 궁을 배경으로 원정 대원들이 한자리에 모여 기념촬영을 했다.
포탈라 궁 외곽에서 ‘코라’를 돌며 ‘마니챠’를 돌리는 티벳인들. 어쩌면 이들은 중국에서 해방돼 독립국의 지위를 찾아오고 싶은 소망을 빌고 있을지 모른다.
포탈라 궁 내부의 벽화. 오랜 세월이 지났지만 잘 보존돼 관광객들을 맞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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