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나를 찾는’ 여행을 갈망하는 사람들이 무척 늘고 있다. 바쁜 일상생활에 쫓기다 보면 문득 자기만의 사색을 하고 싶다고 느낄 때가 있는데, 아무도 찾아오지 않는 곳에서 간간이 들려오는 새소리와 종소리만을 들으면서 마치 잠을 자듯이 깊은 명상에 빠지며 온갖 속세의 고뇌와 피로를 풀고 싶어질 때가 있다. 그런 느낌을 주는 계절이 지금이 아닐까?
혼자서 혹은 가족과 함께 찾아 몸보다는 마음이 쉴 수 있는, 마치 심산유곡의 조용한 암자 분위기를 풍기는 곳. 이런 분위기의 여행지를 원하는 사람들에게 남가주 곳곳에 있는 명상센터들을 권한다. 불교 사원과 가톨릭 수도원 등 대부분 종교 활동을 목적으로 시작된 이들 명상센터는 시끄러운 도시에서 벗어나 심신의 치유를 원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명상 프로그램은 물론 숙박까지 제공하는 휴양시설로 발전하고 있다.
특히 샌타모니카 북쪽 퍼시픽 팰리세이즈에 있는 레익 슈라인(Lake Shrine)은 도심 한가운데 자리를 잡고 있어 멀리 여행을 떠나지 않아도 만날 수 있는 유명한 명상센터이다. 레익 슈라인을 포함한 종교를 떠나 하루 또는 며칠을 지낼 수 있는 남가주 지역의 유명 명상센터들로 ‘자신을 찾는’(self-realization) 여행을 떠나보자.
LA 도심서 20~30분 거리
새소리·종소리만 귓전에
■ 레익 슈라인
많은 앤젤리노들은 도심에서 가까운 곳에 이렇게 아름다운 곳이 있다는 것을 알지 못한다.
선셋 블러버드가 태평양을 만나는 곳 인근에 위치한 레익 슈라인은 누구나 부담 없이 방문해 바쁜 일상으로 어지러워진 마음을 정리하기 매우 좋은 곳이다. 한때 할리웃 영화세트로 사용되었던 곳으로 10에이커의 언덕에 황금연꽃 아치, 선큰 가든, 고풍스런 16세기 네덜란드 풍차, 여러 종교를 상징하는 조형물과 동상들 그리고 바위 사이로 떨어지는 멋진 폭포 등 마음을 다스리기 위한 명상 장소들이 여러 개 마련되어 있다.
레익 슈라인에 가장 큰 장점은 누구든 일반 공원 같이 이곳을 쉽게 방문할 수 있다는 점이다. 입장료부터 없는데, 아무도 개종을 권하거나 요가에 대해 설명해 주겠다고 나서지 않는다. 요가에 대한 세미나 참석을 요구하지도 않으며 입구에 있는 안내자들이 방문의 목적도 묻지 않는다.
1시간이든 5시간이든 마음의 여유를 찾고 싶은 도시인들은 아무런 부담 없이 이곳에 들어와 눈과 마음으로 경치를 즐기고 자신만의 사색의 시간을 가지면 된다. 기독교 신자나 불교 신도 등 종교와 상관없이 마음의 평화를 위한 시간을 마련하면 되는 것이다.
호수를 둘러 만들어져 있는 메인 트레일에는 작은 나무 조각들이 깔려져 있어 산책을 하면서도 일반 하이킹과는 다른 느낌을 받는다. 호수 곳곳에 여러 종교 조형물들이 있는데 중앙에 있는 대형 아치 슈라인에는 인도의 성인 간디의 화장재가 안치되어 있다.
수백 마리의 비단잉어가 헤엄을 치고 있는 중앙 연못에는 두 마리의 백조와 수십 마리의 오리들이 한가롭게 물위를 가르고 있다. 수백 종의 꽃나무들로 정원이 가꾸어져 있으며 트레일 사이로 설치된 벤치들은 마음을 식히기 위해 이곳을 찾는 방문객들에게 덧없는 안식처를 제공한다.
풍차를 개조한 아담한 채플(chapel)은 창문으로 들어오는 햇살과 각종 조형물로 특별한 아름다움을 만들어낸다. 도심에서 한없이 흩어졌던 마음이 예배당에 들어서면서 사뭇 경건해 진다. 종교를 떠나 속내를 비운 다음 조용해 무릎을 꿇고 마음 깊숙이 담았던 고뇌를 신에게 고백하게 된다.
할리웃의 여러 스타들이 자주 방문하는 곳으로도 유명한데 한때 엘비스 프레슬리가 12년 동안 이곳을 단골로 찾았으며 최근 세상을 떠난 비틀즈 조지 해리슨의 장례식이 이곳에서 열리기도 했다.
주말에 이곳에 오면 빛이 잘 드는 사원의 고요함 속에 수백 명의 요가 수행자들이 척추를 반듯하게 세우고 앉아 천천히 호흡하며 기를 모아 신에게 몰두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이들은 일요일마다 모여 노래하고 명상하며 ‘SRF’(Self-Realization Fellowship)의 선각자들에게 경의를 표한다.
그 중에서도 가장 존경받는 선각자인 파라마한사 요가난다라(Paramahansa Yogananda)는 인도의 수행자로 1920년에 미국에 고대 힌두의 요가 테크닉을 들여온, 서양 요가의 창설자로 알려져 있다.
요가난다는 1893년 1월5일 인도의 고락크푸르에서 태어났다. 어린 시절 매운 조숙했던 그는 11세부터 인생의 비밀과 신의 섭리에 대해서 알아보겠다며 집을 떠나서 여러 성자들을 찾아다니다가 마침내 숙명적으로 스승 스리 유크테스와르를 만나게 된다.
그 이후 세계를 특히 미국 등 서양을 돌면서 요가의 진리를 전달하는데 신, 평화, 미소, 불멸, 빛, 기쁨, 겸손을 이야기하며 무수한 영혼을 구원의 길로 인도한다. 1952년 그가 세상을 떠나기 2년 전에 지은 곳이 바로 레익 슈라인이다.
명상센터의 입구에는 작은 선물점이 있는데 그 안에 조그만 갤러리를 꾸면 요가난다의 생전 모습과 공사 현장을 찍은 많은 사진들이 전시되어 있다.
조용히 자신을 되돌아볼 수 있는 좋은 명상의 장소가 있다. 샌타모니카 인근 퍼시픽 코스트 하이웨이 옆에 있는 레익 슈라인.
황금 연꽃아치는 인도 전통의 건축 양식으로 설계되어 구리로 된 노란 기둥 위에는 성인 마하트마 간디의 재가 봉헌되어 있다.
메인 트레일에는 작은 나무 조각들이 깔려져 있어 산책을 하면서도 일반 하이킹과는 다른 느낌을 받는다.
수백마리의 비단잉어들이 호수에 서식하고 있어 방문객들에게 또 다른 볼거리를 선사한다.
# 가는 길
- LA 한인타운에서 10번 프리웨이 웨스트를 타고 가다가 샌타모니카에서 1번(PCH) 북쪽(말리부 방향)으로 향한다. 1번을 타고 약 10분 정도만 가면 선셋 블러버드(Sunset Bl.)가 나오고 이곳에서 우회전, 약 100야드 정도 가면 오른쪽으로 레익 슈라인 정문이 보인다.
쪾개장시간: 화~토요일 오전 9시~오후 4시30분, 일요일 정오~오후 4시30분. 입장료 및 주차 무료. 주차는 입구에 있는 주차장에 하면 되는데 파킹랏이 비교적 작기 때문에 스페이스가 없으면 입구 근처에 길에 해도 된다. 월요일은 문을 닫는다.
*주소: 17190 Sunset Bl.
*문의: (310)454-4114
남가주 기타 명상센터
▲오하이 파운데이션
남가주에서 가장 오래되고 명성이 높은 곳이다.
추마시 인디언들이 신의 땅이라고 명할 정도로 영롱한 자연미가 넘치는 오하이밸리 언덕에 세워진 명상센터는 대지의 정기로 인간의 정신건강을 보살핀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개인이나 단체를 위한 프로그램이 정신과 학자와 인류학자들에 의해 직접 실시되는데 숙박시설이 완벽하게 갖추어져 며칠씩 머물면서 심신을 안정시킬 수 있다.
450에이커 대지에 세워진 명상센터는 수백 종의 꽃나무들로 정원이 가꾸어져 있으며 떡갈나무 사이에 있는 산책로는 마음을 식히기 위해 이곳을 찾는 방문객들에게 더 할 수 없는 안식처를 제공한다. 오하이밸리의 절경이 한눈에 들어오는 로스파드레스 산맥을 등지고 있는 언덕에 자리 잡고 있는데 노을이 지는 저녁은 더없이 아름다워 하루나들이 장소로도 손색이 없다.
방문객이 도자기를 직접 구우면서 명상을 즐기는 프로그램이 있으며 불교 암자와 기독교 예배당도 만들어져 있다. 이용료는 프로그램에 따라 차이가 있기 때문에 직접 문의하는 것이 좋다.
가는 길LA서 5번 노스를 타고 매직마운틴을 지나 126번 웨스트로 바꿔 타고 150번 노스를 만나 산길로 들어선다. 언덕을 넘어 오하이밸리에 도착 Ojai Valley School Rd.서 우회전하면 명상센터에 도착한다.
주소: 9739 Ojai-Santa Paula Rd.
문의: (805)646-8343 www.ojaifoundation.org
▲엔시노 홀리 스피릿 명상센터
LA에서 멀지 않은 밸리 엔시노 언덕에 자리 잡은 홀리 스피릿 명상센터에 들어서게 되면 밸리의 전경을 한 눈에 접하게 된다. 11에이커에 달하는 대지에 정원 및 호수가 아름답게 조성된 곳으로 종교적인 목적이 아니어도 한 번 방문해 마음을 안정시키기 더없이 좋은 곳이다.
센터가 제공하는 각종 프로그램에 참가해 교육을 받을 수 있으며 개인적으로 성직자들을 만나 카운슬링을 받을 수도 있다. 물론 비신자들도 환영한다.
주소: 4316 Lanai Rd. Encino, CA
문의: (818)784-4515 www.hsrcenter.com
▲디 폴 센터
공업/주택단지인 커머스와 몬테벨로가 만나는 곳에 있는 디 폴 센터(De Paul Center)는 험악한 도심 속에서 마치 오아시스처럼 방문객을 맞는 곳이다. 과연 이런 곳에 이렇게 고요하고 아름다운 곳이 있을까 의심이 갈 정도로 밖과 안의 모습이 상반된다.
디 폴 센터는 한 때 성직자를 키우는 신학교였다. 그러나 점점 신학생 수가 줄어들면서 학교로서의 역할을 하지 못하자 폐교 위기에 처했다가, 명상센터로 다시 태어났다.
종교단체는 물론 비종교단체도 숙식시설과 컨퍼런스 시설이 완벽해 각종 행사로 센터를 이용하고 있다.
14에이커의 넓은 대지에 세워진 센터는 혼자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는 가든과 미로, 채플(chapel), 기도관, 상담소 등이 마련되어 있다.
주소: 1105 S. Bluff Rd.
<글·사진 백두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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