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초만 해도 한국은 아랍 에미리트의 (UAE, United Arab Emirates) 원자력 발전소 입찰 지원자들 중 제일 힘없어 보였다. 그러나, 크리스마스 다음날 전해오는 소식은 한국이 해냈다는 것이다. 미국은 반대 여론의 강세로 원자력 산업이 내리막길로 치닫고 있었다. 그러나,기름 한방울 안나는 한국으로서는 이 원자력 산업에 혼신의 힘을 쏟아붓고 있었다. 한국으로의 낙찰은 오히려 당연한 것으로 받아진다.

프랑스의 아레바 (Areva), 미국-일본의 GE-히타치 연합 등 고래 사이에 있는 한국의 모습이었다. 그러나, 작은 고추가 맵다고 한국의 손이 치켜진 순간 흐뭇하기도 했었다. 평생을 원자력 발전소 용 핵연료 설계와 발전소 안전 설계에 종사해온 나로서는 그런대로 한국 원자력 산업의 발전상을 잘 알고 있었다.

1962년 트리가 마크-2 (TRIGA MARK-II)라는 연구용 원자로를 시작으로 힘겹게 쌓아온 실력이 오늘의 영광을 가져왔다. 가진 것도 없고 아는 것도 별로 없이 보릿고개를 넘던 시절, 한양 공대는 1958년에 서울 공대는 1959년에 원자력 공학과를 신설했었다. 그러나 학교에서 배운 것이라고는 공학이 아닌 별로 비용이 안드는 순수 물리학과 수학이었다. 다행히도, 서울 공대 원자력과 졸업생들중 70% 정도가 프랑스로, 미국으로 유학을 갔었다. 일부는 아직도 해외에 남아있으나, 대부분이 한국으로 돌아가 한국 원자력 산업의 기둥 역할을 하고 있어 더 흐뭇하다.

1979년 미국의 스리 마일 아일런드 (Three Mile Island, Bobcock & Wilcox 사 설계)라는 원자력 발전소에서 사고가 나서, 노심의 일부가 핵반응으로 녹아내리는 사고가 났었다. 같은 시기에 제인 폰다 (Jane Fonda)와 잭 레몬 (Jack Lemon) 이 주연한 영화 차이나 신드롬 (China Syndrome)이 나와 불난데 부채질하는 격이었다. 이 영화의 줄거리는 원자력 발전소의 사고로 인해 노심이 녹아내리게되고, 급기야는 이 녹은 우라늄 덩어리가 지구 반대편인 중국까지 도달한다는 것이다. 이후, 미국의 원자력 산업은 사양길을 걷게 되었고, 새 발전소 계약도 다 취소되는 불운을 맞이하게 되었다. 많은 엔지니어들이 전업을 했고, 학생들 사이에도 인기가 없으니 자연히 대학들도 원자력 공학과를 폐쇄하게되었다. UC 버클리도 원자력 공학과를 기계 공학과에 부속시키게 되었다.

닷컴이 붐을 이룰 때, 원자력 산업에 종사하는 엔지니어들은 전업을 위한 이력서에 되도록이면 원자력이란 말을 안쓰려고 노력했었다. 잭 웰치 (Jack Welch)가 회장으로 있던 GE 원자력 사업은 겨우 발전소 수리와 연료를 파는 정도의 미미한 사업으로 전락했다. 칠천명이나 고용해서 산 호세 지역 경제에 상당한 영향력을 과시하던 GE원자력 산업은 이제 산 호세에서 미미한 존재로 남아있다. 1970년대 이후로 새 발전소를 세운 경험이 없으니, 원자로를 제작할 설비가 없다.

친환경이라는 말이 나오고, 유가가 상승하자 원자력의 르네상스라는 말이 돌고있다. 그러나, 경험자가 거의없는 미국으로서는 꾸준히 연구 개발해온 한국과, 프랑스의 아레바 및 일본의 도시바 등에 자리를 내주고 있다. 이제야 비로소 미국에서는 원자력계의 노병 (老兵)들을 우대해주는 풍조가 조성되고 있어서 원자력 엔지니어들에게 천대받던 지난 세월들을 잊게해주고있다.

실력도 실력이지만 정치력도 국제 사회에서 한 몫을 한다는 것을 배웠다. 이 명박 대통령의 현대 건설의 원자력 발전소 건설 경험이 주효했다. 한국의 야당은 이 국가적인 일에 아무런 반응을 내놓지않고 있다. 기뻐할 때에는 다 동참하는 것이 정치인인데, 그저 사색당쟁의 후예로 트집잡을 일 찾지않기를 바란다. 아이러니하게도, 군 제대를 앞두고 현대 건설에 지원했으나 서류 전형에서 떨어졌었다. 당시 원자력 공학과 졸업생들은 현대 건설아니면, 한국 전력 밖에 갈곳이 없었다.

이제 한국 원자력계는 해야할 일이 많이 남았다. UAE의 환경과 해수 온도는 한국과 차이가 많다. 이에 맞는 설계와 발전소 운전 요원의 훈련도 확실하게해서 사고가 나지 않도록 만전을 기해야, 또 다른 수출을 기약할 수있다. 입찰에서 떨어진 GE사와 아레바사의 경험자로서 이 명박 대통령과 한국 원자력 산업을 이끌고있는 후배들에게 축하의 박수를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