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앤드류샤이어 아카데미 수준 높고 재미있는 강의 명성
우리에게 아트, 미술이란 얼마나 가까운 것일까? 한 해를 되돌아보면 문화면에 미술 관련 전시회 기사를 얼마나 많이 썼는지 셀 수조차 없을 정도로 우리 주위에서는 쉬지 않고 아트 쇼들이 열리고 있지만, 막상 전시회 오프닝에 가보면 언제나 마주치는 소수의 얼굴들만 보이는 것이 현실이다. 그러니 전시장 관람을 넘어서 아트를 ‘공부’하겠다고 매주 모이는 한인들이 있다는 사실은 신기함을 지나쳐 놀라움을 갖게 만든다. 그것도 중년이 될 때까지 미술과는 전혀 상관없이 살아온 주부, 직장인, 사업가, 이런 사람들이 말이다.
앤드류샤이어 갤러리(관장 메이 김)의 ‘예술 아카데미’는 2010년이면 만 5년째로 접어든다. 매주 화요일 오전 11시부터 오후 1시30분까지, 점심 먹는 30분을 빼놓고는 꼬박 2시간 열강과 열공이 펼쳐지는 이 아트클래스는 지난 4년 동안 서양미술사, 현대미술, 그리스 신화, 문학과 미술의 만남, 도상학, 미술과 음악, 고흐와 마티스 비교 등을 큰 제목으로 각 10~12주씩의 강의가 펼쳐졌다.
주 강사는 김상의 박사와 메이 정 관장, 그리고 화가 오지영씨와 미술책 전문작가 김영숙씨도 강사로 초빙됐던 이 아카데미는 수준 높고 재미있는 미술 이야기로 아트 좀 좋아한다는 사람들 사이에는 꽤 널리 알려진 명강좌로 자리매김했다. 특히 김상의 박사와 메이 정 관장의 예술 전반에 관한 깊은 이해와 통찰력이 갈수록 빛을 발하며 흥미로운 주제와 소재를 계속 발굴해 온 덕분에, 아트클래스라 하여 미술만을 공부하는 것이 아니라 각 미술사조가 등장한 동시대의 문학, 음악, 철학, 종교와 왕정까지 그 상호관계와 영향 전반을 아우르는 재미있는 역사 강의가 되곤 한다고 학생들은 입을 모은다.
지금까지 배출한 졸업생은 80여명. 이 중 3분의2가 한 코스 이상 이수한 아트 애호가들이고, 또 이중 10명 정도는 4년 동안 모든 클래스에 빠지지 않고 출석한 골수 열혈 학생들이다. 매주 공부하는 분량이 상당하고, 때때로 책이나 영화를 미리 보고 가야 하는 등 숙제도 만만치 않은 강좌임을 감안하면 예술에 대한 이들의 열정에 다시 한 번 놀라게 된다. 얼마나 면학 분위기가 확실하게 조성돼 있는지 언젠가 “아줌마들이 모인다기에 어떤가 보려고 한번 놀러왔다”는 한 여성은 너무도 진지한 수업태도에 깜짝 놀라 옷깃을 여미고 돌아갔다는 이야기도 전해진다.
클래스를 죽 이끌어온 메이 정 관장은 이 시간을 ‘숨구멍’이라고 표현한다.
“같은 취미를 가진 사람들끼리 말이 통하는 숨구멍인 것 같아요. 주위에 친구가 많다 해도 누구하고나 미술 이야기를 즐겁게 할 수 있는 건 아니니까요. 서로 친구도 아니고 개인적 친분이 없는 분들이 만나서 그렇게 친해지는 걸 보면 아트라는 취미를 함께 즐길 수 있다는 사실은 삶을 윤기 나게 해주는 호흡이며 활력소라고 느껴집니다”
사실은 초창기 얼마간 후에 그만 하려고 했던 적이 있단다. 갤러리 업무도 바쁜데 클래스 때문에 일이 너무 많고 학생수도 차츰 적어져서 그만 두려고 했더니 골수 학생들이 들고 일어나 절대 안 된다고 난리를 치는 바람에 지금까지 이어져 왔다는 것이다. 그리고 절대 해산하지 않겠다는 학생들의 결의는 어느덧 미술기행으로까지 연결돼 지난 봄 정 관장의 인도 아래 6명이 파리로 뮤지엄 여행을 다녀오는 사건으로 발전했으며, 내년 봄에는 이탈리아 베니스와 플로렌스로 또다시 미술여행을 떠날 예정이다.
그뿐 아니라 이달 초에는 아트클래스 동창생들의 모임인 ‘아트홀릭’을 결성, 매달 한 번씩 미술 외의 여러 가지 재미있는 주제의 일일강의를 개최할 예정이고, 또 새해부터 좀 더 많은 사람들이 찾아올 수 있도록 입문과정 아트 클래스를 새로 시작하는 등 앤드류샤이어 갤러리는 미술 애호가들의 아지트에서 본격적인 미술 교육기관으로의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화요일 강의는 전부터 클래스를 수강해 온 회원들을 위한 중급 코스로 유지하면서 월요일 강의는 초보자들을 위한 서양 예술사 입문과정을 오전반과 오후반으로 나누어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많은 사람들이 하는 말이 이런 클래스가 없다는 거예요. 그나마 소수의 미술 애호가들이 찾아갈 데가 없다는 것이죠. 물론 미국사회에는 좋은 아트 강의가 얼마든지 있지만 영어로 듣기는 쉽지 않지요. 내년에는 새로운 아트 러버들을 많이 만나게 되길 기대합니다”
# 2010 앤드류샤이어 예술 아카데미
▲서양예술사 입문과정(1월11일 개강-매주 월요일 오전 11시~오후 1시30분, 오후 6시30분~8시30분): 원시미술로부터 중세를 거쳐 르네상스, 인상주의에 이르기까지 수천년의 예술 변천사를 문화사적 맥락에서 살펴보는 시간. 1부 10주씩 4부 코스
▲중급 아트클래스(1월5일 개강-매주 화요일 오전 11시~오후 1시30분): 1부(르네상스의 두 얼굴: 선과 색의 대결)와 2부(서양건축 이야기) 총 11주 코스
-강 사: 김상의, 메이 정
-수강료: 470달러(10주)
-인원: 선착순 15명
-문의: (213)389-2601
<정숙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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