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가 자녀에게 “하지말라”는 것을 자녀가 한 경우와 , “해라”는 것을 안한 경우 어느 쪽이 더 화가날까? “하지 말라”는 것을 자녀가 한 경우일 것이다. 기독교에서는 이 경우를 적극적인 죄 (Commisive Sin)라고 하고, “해라”는 것을 안한 경우를 소극적인 죄 (Omissive Sin)라고 한다. 성경에서 하나님이 “먹지말라”한 선악과를 먹은 인간의 죄는 적극적인 죄에 해당된다. 이 인간의 적극적인 죄를 용서하시고자 하나님이 직접 인간의 몸으로 오신 날이 크리스마스이다.
군대에서 장교 교육은 사병 교육부터 시작한다. 장교가 되려면 사병의 마음도 알아야한다는 것이다. 만약 그리스도가 장성한 사람으로 이 세상에 홀연히 나타났다면 어떻게 될까? 1960년대 한국에 나타났다면, 누군가가 간첩이라고 신고했을 것이다. 요즘이라면, 인터넷으로 뒤져보는 누리꾼들이 난리법석을 떨었을 것이다. 그래서 그리스도는 우리의 전 과정대로 잉태되어서 사람으로 태어났다. 태어나서부터 헤롯왕으로 부터 피신을 경험했고, 가난도 경험했으니 사람을 더 잘 이해하실 수 있는 위치에서 공생애를 시작하셨다.
한국에서 불알 친구들이 만난 적이 있었다. 모두들 머리가 희끗희끗했지만 마음만은 수십년 전으로 돌아간 것 같았다. 우연히도 대부분이 막내였다. 대화의 주제가 유산을 다 떼어먹은 형들이었다. 노신사들이 되어서 그런지 형들을 성토하는 친구들이 없었다. 다들, 유산을 다 챙긴 사람들 치고 잘된 사람들을 못보았다는 것이다. 유산을 못받아 이를 갈며 평생을 적개심으로 산다면, 이는 자기 자신을 해치는 일이다. 떼먹은 형이 한가닥의 양심이라도 있었다면, 처음부터 그런 행동을 저질렀을까? 그는 하등의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못하고 산다는 것을 알아야할 것이다. 동생만 매일 이를 갈며 사는 어리석음에 빠져있는 것이다.
때때로 교회에서 간증을 들으면, 하나님이 무슨 천일 야화에 나오는 알라딘 램프의 지니 (Genie)처럼 자신의 생각대로 움직이는 식으로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있다. 소속된 교회에서 한 젊은 여자의 간증을 들었다. 자신을 강간한 아버지로 인해 매일 잠을 못이루고 지낸 그녀는 예수 그리스도를 영접하고, 드디어 짐승같은 아버지를 용서하겠다는 것이었다. 용서는 자신을 해방시켜준다.
성령이 임하면 해방(release)을 초래한다. 그래서, 눈물이 나고 자신을 얽메는 것들로부터 풀려난다. “욕듣는 사람이 오래산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남에게서 욕을 듣고도 아무런 생각이 없으니 신경성 질환이 생길 여유가 없는 것이다. 그러므로 그런 사람은 밥 잘 찾아먹고 잘 잔다. 이러한 사람과 이해관계가 얽히게되면, 매일 분해서 수면 장애가 오게되고 급기야는 들어눕게된다. 이러한 사람을 용서한다는 것은 불가능해보인다. 하지만, 나 자신이 살기 위해서는 용서해줄 수 밖에 없다. 이것을 내적 치유라 부른다.
용서를 못하고 이를 갈면, 홧병이 온다. 욕심쟁이 놀부 형보다는 흥부가 더 잘되는 이야기가 어디 하루 이틀만에 생겨난 이야기일까? 오랜 세월 인간의 역사를 통해 이미 공감대가 형성된 이야기가 아닌가?
톨스토이의 “하나님은 진실을 아신다. 그러나 기다리신다 (God sees the truth, but waits.)”라는 단편 소설을 보면, 주인공인 악쇼노프 (Aksionov) 는 어느날 아내의 꿈자리가 뒤숭숭해서 말리는데도 행상 길을 떠났다. 중간에 만난 다른 행상과 함께 여관에 투숙했다가 그 사람이 변을 당해 죽었고, 악쇼노프는 누명을 쓰고 감옥으로 갔다. 26년 뒤, 우연히 같은 감방에 새로 들어온 죄수와 이야기하다 그가 바로 26년 전의 살인 진범임을 알게된다. 모든 진실이 밝혀지고 석방 명령이 났을 때엔 악쇼노프는 숨을 거둔 뒤였다. 이 단편 소설을 통해 적개심이나 우울증으로 부터 해방되는 크리스마스가 되길 바란다.
그리스도는 이땅에 우리를 용서하러 오셨다. 자신의 피조물들을 너무 사랑하신 나머지 자신의 내적 치유를 위해 오셨다. 이제, 우리도 우리를 괴롭힌다고 생각해왔던 사람들을 용서해주자. 우리 자신의 평안을 위해서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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