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북가주 테마여행
▶ 생굴 바비큐·1주일 숙성 스테이크‘별미’
2009년을 마감하는 세모의 달 12월, 라디오에서는 캐롤이 울려 퍼지고 거리마다 들어선 크리스마스 테코레이션이 할러데이의 분위기로 마음을 들뜨게 한다. 이럴 즈음, 도시의 온갖 유혹을 뒤로하고 연인이나 가족들과 함께 겨울바다나 포구 그리고 조용한 농경지 등을 찾아 소중한 시간을 보내면 어떨까? 이런 여행에 맛깔스러운 음식을 포함시킨다면 온 가족이 함께 한해를 보내고 힘찬 새해를 계획하는데 더 이상 좋은 기회가 아닐 수 없다. 하나투어는 지난 추수감사절 연휴 라디오 서울 특별 협찬으로 캘리포니아의 유명 관광지를 순회하면서 그 지역의 특산품들을 맛보는 ‘캘리포니아 맛 기행’ 투어를 실시했다. 와인향 흐르는 중가주의 보석 파소 로블즈(Paso Robles)와 한국의 서해안을 연상시키는 북가주 굴 생산지 토말레스 베이(Tomales Bay) 그리고 캘리포니아 최고의 스테이크 하우스로 명성이 높은 중가주 해리스 랜치(Harris Ranch) 등을 도는 이번 여행은 먹거리와 놀거리 그리고 볼거리가 완벽하게 조화된 멋진 2박3일을 만들어냈다.
LA-중가주 와인밸리 초겨울 낭만 코스
200년 이상 된 와이너리서 명품 시음도
▲ 파소 로블즈
LA에서 3시간 거리에 있는 가장 아름다운 드라이빙 코스를 선정하려면 남가주 해변에서 중가주로 이어지는 101번 하이웨이와 퍼시픽 코스트 하이웨이를 꼽을 수 있다.
LA에서 100여명의 맛 기행 여행객을 태운 버스는 잔잔한 가을의 정취를 즐길 수 있는 벤추라와 옥스나드의 농경지대를 지나 절경의 채널 아일랜드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샌타바바라 해안을 가로질러 해변 관광지 피스모비치와 아빌라비치를 지났다.
이어서 와인으로 유명한 에드나 밸리와 인근에 있는 샌루이스 오비스포 그리고 파소 로블즈 지역으로 들어서면서 중가주 와인 도시들의 아름다움을 만끽했다.
LA에서 중가주 와인 밸리로 이어지는 드라이빙 코스는 남가주의 퍼시픽 코스트 하이웨이와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방문객을 맞는다. 바다 위에 크고 작은 바위들이 점점이 떠 있어 오리건의 바닷가 마을을 연상시키는데, 깨끗한 태평양의 해변과 가을바람이 나무들 사이로 가볍게 지나가는 크고 작은 숲들 그리고 포도를 포함한 각종 과일 나무들이 줄지어 선 완만한 구릉 등의 전경이 전혀 부담 없이 다가와 여행객들의 눈을 즐겁게 한다.
파소 로블스는 샌루이스 오비스포(San Luis Obispo) 카운티 북쪽 지역에 다소곳 숨어 있는 와인 생산지이다. 남가주의 테메큘라밸리나 북가주 나파밸리에 비해서 그 유명세가 낮은 포도원 지역이지만 200년 넘는 와인 역사를 조용히 그리고 그윽하게 간직하고 있는 중가주의 보석 같은 관광지이다.
나파밸리는 규모가 방대하고 양조장의 수도 많은 반면 거리상 멀고 주변 호텔 숙박료가 비싸 경비가 많이 드나, 파소 로블즈는 가깝기 때문에 연휴 코스로 그만이다.
이곳에는 팔을 축 늘어뜨리고 여유 있게 서 있는 떡갈나무들이 많은데 이들 떡갈나무 사이사이에 포도밭들이 질서정연하게 줄을 서 있다.
우리가 찾은 곳은 ‘서머 우드’(Summer Wood) 와이너리. 규모는 다른 양조장들에 비해 작지만 수준급 와인을 생산하는 곳으로 유명하다. 일반 와이너리들이 테이스팅을 할 때 자사가 생산하는 여러 와인 중 중간급을 내놓은 것이 보통인데 이곳에서는 중간급은 물론 가격이 115달러에 달하는 ‘프라이빗 리저브’(private reserve) 와인도 시음회에 포함시킨다.
그라운드에 들어선 수십년생 대형 메이플 트리들이 가을 낙엽을 떨어뜨리고 있는 서머 우드는 101번 하이웨이에서 1마일 정도 떨어져 있으며 크리스마스를 제외하고 1년 내내 오픈하고 있기 때문에 누구나 쉽게 방문할 수 있는 양조장이다.
파소 로블즈와 인근 템플턴(Templeton)에는 모두 40여개의 양조장들이 모여 있다. 양조장마다 각각 생산하는 포도주의 질과 맛이 다르고 시음실들도 서로 독특하게 꾸며져 있어 한 곳에만 들르지 말고 여러 곳의 양조장을 방문하는 것이 좋다.
이 지역에서 가장 오래된 토빈 제임스(Tobin James)는 꼭 방문해 볼만한 양조장이다. 서부영화에서 나오는 술집처럼 꾸며진 시음실로 카우보이 음악을 들으면서 들어가면 이 지역을 찾은 유명인들이 찍은 사진들이 벽을 가득 채우고 있다. 100여년 전 이 지역을 오갔던 역마차 역이 쓰러질 듯 시음실 옆에 서있다.
중가주에서 가장 규모가 큰 양조장인 머리디안(Meridian) 역시 빼놓을 수 없고 지하 터널에 운치 있는 식당이 만들어진 에벌리(Eberle), 이탈리아 와인을 전문으로 하는 마틴(Martin) 브라더스, 포도밭 한 가운데 시음실이 만들어진 와일드 호스(Wild Horse) 등도 유명한 양조장이다.
문의: 파소 로블즈 관광청(805-239-8463, www.pasowine.com), 하나투어(213-736-1212, www. usahanatour.com).
서머우드 와이너리를 방문한 이번 맛 기행 여행객들이 양조장 투어에 참여하고 있다.
포도나무에 단풍이 들면서 가을의 정취를 한껏 느낄 수 있는 파소 로블즈 포도원.
바다 안개에 조용히 둘러싸인 구릉
단풍진 포도넝쿨 이랑 끝없이 이어지고
▲ 토말레스 베이
샌프란시스코 북쪽으로 금문교를 넘어서 한 시간 정도 거리에 있는 포인트 레이스(Point Reyes) 반도는 국립공원과 주립공원 그리고 산림지역들이 모여 있는 북가주 유명한 관광 지역이다. 토말레스 베이는 이곳에 있는 작은 만인데 물이 잔잔하고 수질이 좋아 캘리포니아뿐만 아니라 미 전국에서 이 곳 굴을 구매할 만큼 굴 양식지로 그 명성이 높다.
여행 이틀째 샌호제 숙소에서 이른 아침 101번 프리웨이를 통해 토말레스 베이로 나선다. 갑자기 버스 창문 밖으로 가을비가 주룩주룩 내린다. 이런! 오늘 스케줄은 야외에서 굴을 바비큐 하는 특별한 날인데 비가 내리는 것이다. 가이드의 말로는 연말 전형적인 샌프란시스코 날씨이기 때문에 큰 걱정할 필요가 없단다.
그의 말을 그냥 믿어보기로 했는데 과연 목적지에 가까워질수록 빗줄기가 가늘어 지면서 오히려 가랑비가 바깥 경치를 더욱 아름답게 포장한다. 특히 101번 프리웨이에서 토말레스 베이로 빠지는 루카스 밸리 로드(Lucas Valley Rd.) 산간 도로는 남가주에서는 결코 볼 수 없는 신비스런 분위기의 늦가을을 정취를 한껏 선사한다.
드디어 토말레스 베이에 도착했다. 한국 서해안의 갯벌을 연상시키는 넓은 해안선이 눈에 들어온다. 추수감사절 연휴인데 비가 와서 그런지 방문객은 우리 일행뿐이다. 각자 테이블 당 50여개의 생굴이 담겨 있는 자루를 받아 차콜 위에 굴을 올린다.
몸을 꽁꽁 잠그고 꼼짝도 않던 굴들이 불 위에 오르자 조금씩 입을 열고 향긋한 바다 냄새를 풍기기 시작한다. 껍질 사이로 바닷물이 섞인 굴즙이 흘러나오기 시작한다.
차콜에 즙이 떨어지면서 연기가 솟아오르는데 제법 바비큐 냄새가 시장을 불러일으킨다.
투명한 색을 띠던 굴이 점점 하얀색으로 변하면서 먹음직스럽게 익어간다. 준비해 온 초장과 핫 소스를 살짝 발라 한입에 큰 굴을 입에 넣는다. 입안 가득히 바다의 향을 느낄 수 있다. 부드러운 육질, 고소하면서도 한국산 굴보다는 강한 맛을 선사하는데, 한두 번 씹히지도 않고 목을 넘는다.
아이들이 굴 껍질을 열면서 내용물을 신기하게 들여다본다. 자루에 들어있던 50여개의 굴들이 어느새 모두 껍질만 남았다. 준비한 감자와 소시지를 후식으로 맛보면서 굴 바비큐 파티는 2시간 이상 계속됐다.
맛 기행 여행객으로 토말레스 베이를 방문한 한 가족의 엄마가 굴 껍질을 열자 아이들이 내용물을 신기하게 들여다보고 있다.
▲ 에드나 밸리
샌루이스 오비스포 카운티에 있는 또 하나의 와인 생산지이다.
파소 로블즈에서 남쪽으로 50마일 거리에 있는 이곳은 와인은 평화와 번영의 상징이라는 가르침 아래 프란시스칸 수도자들이 처음 미사의 성찬용으로 포도나무를 심으면서 와인 생산지가 시작됐다.
에드나 밸리는 전원의 넉넉함과 아름다움이 뒤섞어 품위 있는 주말 나들이 장소로 안성맞춤인 곳인데 구석구석에서 평화스러운 유럽의 정취를 듬뿍 느끼게 된다.
오전에는 인근 피스모비치 해안에서부터 시작된 바다 안개가 구릉을 넘지 못하고 포도밭을 포옹하듯 서서히 언덕을 휘둘러 싸면서 동쪽으로 향하는 모습이 아름답다 못해 슬프기까지 하다.
수십만 그루의 포도나무들이 결코 높지 않는 구릉에 편히 누워 있는 모습으로 줄지어 서서 싱싱한 열매를 맺고 있다. 언덕 위로 길게 정돈돼 끝없이 펼쳐진 포도밭은 보기에도 후련한데 물결처럼 둥글둥글 이어진 구릉 위로 세워진 고풍스러운 양조장 건물이 도심에서는 좀처럼 느낄 수 없는 정겨움을 자아낸다.
에드나 밸리는 해발 1,500피트의 낮은 구릉지대로 연중 일조율이 높아 한낮의 기온도 높지만, 매일 오후면 어김없이 해풍이 불어와 더위를 식혀주고 밤이면 내륙의 차가운 밤공기가 감돌면서 양질의 포도를 생산할 수 있는 최상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
이곳에는 30여개의 양조장과 포도원이 있다. 지난 10년간 72%의 와인생산 증가율을 기록하면서 미국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발전하고 있는 포도원 지역으로 알려져 있는데 시중에서 쉽게 구입할 수 있는 코벳 캐년(Corbett Canyon), 에드나 밸리(Edna Valley) 등의 양조장들이 모여 있다. 인테리어 디자이너들의 손을 거친 각 양조장의 시음실은 주위 경관에 맞춰 세련된 감각으로 치장을 하고 방문객들을 맞이한다.
전원의 넉넉함과 아름다움이 뒤섞어 품위 있는 주말 나들이 장소로 안성맞춤인 에드나 밸리.
<글·사진 백두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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