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권도 받지 않았지만 이름부터 티나로 고쳤다. 한국 이름을 사용하면 손님들이 만만하게 대하기 때문에 ‘빠다’ 많이 먹은 티를 내는 것이 유리하다. 이집은 다른 지압소보다 손님 질이 괜찮다는 소문이 있었고 실지로 일을 해보니 분위기도 좋고 괜찮은 손님들이 많이 왔다.
한 사람앞에 할당된 시간은 엄격하게 한시간이었다. 가끔 지압소라고 하니까 사우나탕 맛사지 팔러로 오인하고 이게 전부야? 하는 속보이는 사람도 있지만 끝마무리를 마치고 나갈때는 흡족한 얼굴로 생각지도 않은 과외팁을 놓고 갈때가 있다.
남자들이 시큐리티 가이드 잡을 한번 잡으면 평생 다른 일을 못하듯이 여자들이 남자들 상대하는 집에서 한번 맛을 들이면 다른일은 못한다. 나는 한국에서 퇴폐 이발소가 생기기 전에 한때 이발소 면도사였다. 그리고 결혼생활에 한번 실패하고 돈벌이 좀 하고 좋은 일이 없나하고 관광객으로 미국에 와서 주저 앉았다. 벌써 6년전이다. 다행히 내가 최수종만큼 얼굴을 보기싫은 죠지부시 대통령이 불법체류자 특별 사면을 해주었기 때문에 이젠 어딜가나 떳떳하다.
나는 처음에 직장도 없고 급한 사정에 ‘마음먹고’ 빠에 나갈까 하다가 테라피스 학원에 들어가서 맛사지를 배웠다. 그건 순전히 한국에서 면도사질 했던 경험이 있기 때문에 나온 본색이었다. 사실 여자들이 남자를 1대 1 상대하는 직업은 돈벌이가 좋아 무엇이든지 할만하다.
나는 차이나타운에서 야리꾸리한 정통 지압도 배웠기 때문에 주인여자가 직접 자기 몸을 맡기는 테스트도 합격했다. 주인여자는 아주 대단하다는 듯이 나를 보며 “그렇다고 까불면 없어.” 하고 미리 엄포를 놓았다. 불경기라지만 남자들이 스트레스 때문이 찌뿌두한 몸을 풀려고 많이 찾아오는 곳이라 주인여자 말처럼 나래비 서있다는 말이 맞는 말이다.
아, 그런데 세상은 참 야릇하지? 내가 이집에서 일한지 두달쯤 됐나? 내가 꿈에도 잊지 못하던 그사람을 만날줄이야.
우리는 수단껏 손님 주머니 돈을 한푼이라도 내것으로 만들어야 한다. 그래서 처음 손님 얼굴을 딱 보고 뿌리겠다 싶은 사람은 아무래도 손이 한번 더 가는 법이다. 그런데 이집에서 최고참격인 수지라는 중국 여자가 지금 저방에 있는 손님 자기 차례지만 싫다면서 나한테 인계했다. 정성껏 해줬는데 시건방 떨면서 팁 한푼없이 그냥 갔나보다. 내가 그 방에 들어가는 순간 우메, 저남자!
나는 솔직히 보기 좋은떡이 먹기 좋다고 고정 손님을 확보하고 수입 많이 올리려고 얼굴을 좀 손봤다. 코를 조금만 올렸는데 어머나, 나 자신도 몰라볼 만큼 다른 얼굴이 되는거 있지? 그러니 그 사람이 나를 못알아 보는 것도 당연했다. 한국에 있을 때 이발소에서 어쩌다 쉬는날 시내버스를 타면 번번히 그 남자를 만났는데 많은 사람들이 가득차 있는 버스 안에서 “어, 오늘 이발소 쉬냐?” 하고 큰소리로 꼭 그렇게 말했다. 사람들이 모두 누군가하고 돌아볼 때 제법 멋있다고 꾸민 이 여자가 바로 이발소 면도사 올시다, 하고 알려주는 꼴이 얼마나 창피한지. 까놓고 말해서 그건 정말 창피한 일이었다.
주인 아저씨 말이 다음에 또 이발소 들먹이며 그런 소리하면 “아저씨 오늘은 똥 안푸세요?” 하고 말해주란다. 오늘은 똥 안푸세요? 누가 들어도 얼마나 창피하고 우스운 말이냐. 그러나 나는 두번이나 더 당했지만 끝내 유치한 그 말을 하지 못했다. 얼마나 분했으면 그때가 언제 일인데 아직도 그 사람 얼굴이 또렷하게 기억날까. 저 사람은 그걸 알까? 비오는 날 밤에 알게된 노주현같이 잘생긴 어느 멋진 남자와 꿈속같이 처음 데이트하던 날 그 남자가 하는 말을 듣고 얼른 눈치채고 두말 않고 돌아서던 그 비참함. 정말 피가나도록 혀를 깨물었다.
나는 입을 벌릴 수 있는 만큼 찢어지게 웃으며 곧장 지압을 시작했다. 그리고 시작 하자마자 조금도 주저없이 그 남자의 천공을 건드렸다. 그것은 특별한 기술을 가진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위험한 짓이었다. “어, 어? 왜이래? 왜 이렇게 아파?” “손님 거기는 아주 중요한 곳이에요. 밤일을 끝내주게 해주는 지혈은 처음에 아프지만 나중에 힘이 솟아나서 저한테 고맙다고 할거에요.” 나쁜놈. 며칠간 허리를 못쓰겠지. 나는 중혈 부분에 다시 지긋히 힘을 주었다. 남자는 너무 갑자기 당하는 일이라 신음소리도 못내고 몸을 뒤틀었다. 아직 멀었다. 오늘은 똥 안푸세요? 그러나 조용하고 너무 착한 여자인 나는 입으로 소리내지 못하고 속으로 안그런 말을 하며 그 남자 몸뚱아리를 마음대로 짓이겼다.
어느날 신문에 실린 사법시험 수석 합격자라는 낯익은 어느 남자의 그리운 얼굴을 보고 너무 분하고 안타까운 마음에 얼마나 울었는지 알어? 내 청춘을 모조리 작살낸 나쁜 놈. 고요한 밤에 천당으로 올라가는 꿈을 꾸어라. 받아라 탕!
“어, 어 안되겠어. 그만해 그만!” 남자가 기여히 소리치며 벌떡 일어났다. 그리고 비틀거리며 나가는 남자를 주인 여자가 발견하고 깜짝 놀라며 물었다. 나는 다른 말보다 내일부터 당장 나오지 말라는 말밖에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그렇게 되는구나. 가게에서 손님한테 이기면 손해보는 쪽은 자기라지만 그래도 좋다. 내가 그 남자보면 죽이겠다고 이를 갈 때 병원에서 귀신손에 끌려가던 어머니가 나를 보며 무섭게 눈을 흘겼다. 나는 애국가 마지막 연주에서 한 구절이 끝나는 순각 모든 관현악기들이 일시에 딱 멈추고 심벌이 쾅! 크게 울리며 대한사람 대한으로 하고 클라이막스로 넘어갈 때 눈물이 핑돌던 것같이 갑자기 목이 메었다.
사실 그 사람은 씨다른 나의 오빠였다.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