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대방 음식문화에 대한 바른 이해
글로벌 비즈니스 ‘기본 중의 기본’
음식을 나눠먹는다는 건, 국적과 시공을 초월해 인류의 가장 오래된 사교 행위이다. 그런데 함께 음식을 먹는 자리에서 어쩔 수 없이 ‘문화적인 충돌’이 벌어질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테이블 매너의 기본은 상대방과 음식을 대하는 태도가 아닐 수 없다. 천천히 다른 나라의 음식을 즐기면서 담소를 나누며 상대방의 음식문화에 대한 경의를 표하는 건 기본이다. 하물며 비즈니스 현장에서 상대방 회장 부인이 자신의 집으로 초대해 직접 만든 음식이라면 말할 것도 없다.
여기에서 바로 프랑스인들이 말하는 문화에 대한 존중, 톨레랑스의 한 단면을 엿볼 수 있다. 음식이 입맛에 맞지 않는 경우가 있더라도 그들은 ‘맛이 없다’는 식으로 얘기하지 않는다. 다만 ‘내 입맛에 맞지 않는다’는 것뿐이다. 이렇게 한다면 서로간의 차이를 존중하는 톨레랑스의 정신을 체득하고 있는 상대방은 불쾌한 감정없이 상황을 이해했을 것이다.
이탈리아인들은 맛있는 음식을 먹었을 때, 손가락을 모아 입술 끝에 대고 뽀뽀를 하는 동작으로 “음식 맛이 키스를 한 것처럼 맛이있다”는 최고의 찬사를 표현한다. 서구인들의 음식 맛에 대한 표현에 보다 적극적이며 음식맛의 구체적인 언급은 음식을 준비한 이에게 접대한 보람을 느끼게 해준다. 이것은 우리가 돈을 지불하고 음식을 사먹는 레스토랑이라고 해서 달라지는 것은 아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손님이 왕이지만 프랑스의 경우에는 오히려 정반대로 파리의 레스토랑에서 웨이터에게 반말을 하고 그들을 무시했다가는 문밖으로 쫓겨나가기 십상이다. 또 웨이터에게 “이 집에서 제일 비싼 것 가져와라” 또는 “빨리빨리”하며 허세를 부리고 성급하게 구는 것은 거의 행패에 가까운 것이다.
이렇게 글로벌 비즈니스를 제대로 하기 위해서는 단지 와인만 알아서는 안되고, 다인(dine: 테이블 매너 및 음식을 포괄하는 개념)과 함께 그 나라의 문화를 이해해야 한다. 식사를 함께 하는 자리는 몸으로 체득된 그런 것들이 테이블 위에서 식사라는 과정을 통해 자연스럽게 나타나기 때문이다. 와인은 따로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음식과 그 음식 속에 녹아 든 문화와 함께 자리한다.
글로벌 비즈니스를 제대로 하기 위해서는 그 나라의 음식 문화를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프랑스의 리오넬 푸알렌이란 이름의 제빵업자가 사망했을 때, 주요 신문과 방송이 일제히 추모기사를 내보냈던 것은 프랑스인들이 음식을 그저 먹고 마시는 정도로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예술로 다루고 있음을 보여준다. 또한 1960년대 중엽 음식점 가이드책인 ‘미슐랭(Michelin)가이드’에 평점이 떨어지자 자살을 하고야 만 루레라는 요리사의 이야기 역시 요리사로서의 자존심이 얼마나 대단한가를 보여주는 사례이다. 따라서 초대를 받아 음식을 먹을 때 테이블 매너의 가장 중요한 것 하나는 만들어준 사람의 정성을 최대한 배려하는 마음가짐이다.
소금, 후추 등 양념의 문제 서브된 음식을 맛보기도 전에 소금이나 후추부터 치는 것은 요리한 사람의 실력을 못 믿는다는 뜻으로 오해되기 십상이다. 물론 음식이 서브되면 일단 맛을 본 후에, 자신의 기호에 따라 소금이나 후추를 칠 수 있다. 또한 상대방을 배려한다고 멀리 떨어진 양념통을 스르로 팔을 쭉뻗어 집어오는 것은 타인의 공간을 침범한 것으로 간주되어 무례함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이때는 반드시 옆 사람에게 집어달라고 부탁 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일이다.
우리는 흔히 수프를 메인 요리로 들어가기 전에 대충 허기를 달래는 것쯤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지만 수프는 사실 요리사가 선보이는 음식 솜씨의 정수가 숨겨져 있다.
수프는 조리 과정이나 종류가 대단히 복잡하게 구성되어 있어 요리사의 높은 음식 솜씨가 숨겨져 있는 유일한 음식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수프는 레스토랑의 수준을 가늠할 수 있는 기준이 되기도 한다. 그러므로 정성껏 만들어준 수프에 대해 경의를 표하는 것이 기본이다.
‘성공 비즈니스를 위한 와인 가이드’ (김기재 지음·넥서스 Books)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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