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보 특별후원 AYS와 협연무대 바이얼리니스트 새라 장
예쁘고 명랑하고 통통 튀는 아가씨. 새라 장과 인터뷰를 하고 나면 기분이 업 된다. 밝고 환한 목소리로 묻는 질문마다 열심히 대답하면서 자주자주 까르륵 웃는 아가씨, “너무너무 좋아요”와 “너무너무 감사합니다”란 말을 입에 달고 있는 아가씨와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어찌 즐겁지 않겠는가. 오는 22일 UCLA 로이스 홀에서 아메리칸 유스 심포니(American Youth Symphony)와 협연하는 새라 장(28)을 전화로 인터뷰했다. 미국에서 태어났으면서도 거의 완벽하게 한국말을 구사하는 새라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아메리칸 유스 심포니와는 전에도 두 번 연주한 적이 있는데 어떤 인연으로 돕게 됐나요?
▲제가 LA 갈 때는 LA필하고만 연주했거든요. 그런데 오래 전에 주빈 메타가 ‘LA에 가면 아버지(멜리 메타)가 하는 오케스트라가 있으니 연주해 달라’고 부탁해서 처음 했죠. 그러고 나서 얼마 후에 LA필 악장인 알렉산더 트레거가 AYS 뮤직 디렉터를 맡게 됐는데 그는 저의 친한 친구 중 한 명이지요. 그래서 또 연주했어요.
-알렉산더 트레거와도 인터뷰했는데 새라를 일곱 살 때부터 안다며 연주자로도 훌륭하지만 인간성이 아주 좋은 친구라고 칭찬하던데요.
▲어머, 그래요? 너무너무 감사합니다. 알렉스는 정말 좋은 악장이에요. LA필과의 협연 무대에 설 때마다 저의 마음은 알렉스가 리드할 때와 안 할 때가 너무 다를 정도로 중요하답니다.
-LA필과 자주 연주했는데 에사 페카 살로넨이 떠났어요. 섭섭하지요?
▲그럼요. 살로넨은 제가 너무나 좋아했던 지휘자였어요. 하지만 앞으로 유럽에서 함께 연주할 기회가 있을 거예요.
-새 지휘자 구스타보 두다멜은 만나본 적이 있나요?
▲두다멜과는 함께 연주도 많이 했고 아주 좋아합니다. 한 달 전에도 스웨덴에서 그가 지휘하는 고텐버그 심포니와 협연했고, 베네수엘라의 시몬 볼리바 유스 오케스트라하고도 연주한 적이 있어요(두다멜은 LA필 외에도 이 두 심포니의 상임지휘자를 맡고 있다). 그리고 굉장히 오래 전 일인데요, 10년은 안 됐지만 아무튼 우리 둘 다 어렸을 때의 일이에요. 이스라엘에서 8회 연주 스케줄이 잡혀 있는데 바로 그 전에 주빈 메타한테 전화가 왔어요. 어머니가 너무 아파서 연주를 취소했다면서 자기 대신 구스타보 두다멜이라는 아주 어린 지휘자를 세웠으니 절보고 취소하지 말고 꼭 함께 연주하라는 거예요. 어리지만 굉장히 특별한 지휘자니까 자기를 믿고 해달라는 거였죠. 두다멜은 그 때부터 특별했어요.
-이제 두다멜의 LA필과 연주 계획이 있나요? 이번 시즌에는 들어 있지 않던데.
▲2011 시즌의 3월 셋째 주에 브람스 4회 연주가 있어요. 그런데 지휘는 두다멜이 할지, 쿠르트 마주어(Kurt Mazur)가 할지 정해지지 않았어요. 저는 마주어에게 브람스를 배웠기 때문에 그에게 부탁했는데 아직 확실하지 않지요(새라 장은 이달 초 마주어의 드레스덴 필하모닉과 협연한 브람스와 브루흐 음반을 EMI에서 냈다).
-브람스를 마주어에게 배웠다? 그렇게 말하는 이유가 있나요?
▲브람스는 여덟 살 때 줄리어드에서 배웠지만 10년 동안 연주 안했어요. 저는 뉴욕 필과 매년 연주할 때마다 마주어에게 브람스를 하자고 졸랐지만 그는 아직 어리니까 기다리라고만 했죠. 오래 기다려서 스물 몇살이 됐을 때 이제 준비된 것 같다며 해보자고 하더군요. 마주어의 집에 갔더니 학생 때 배운 브람스는 다 잊어버리라고 해요. 그리고 아무 표시도 안 쓰여 있는 깨끗한 악보를 가지고 새로 시작해야 한다고. 그때부터 저를 데리고 마치 손녀딸처럼 굉장히 세심하게, 너무나 집중적으로 곡을 이해할 수 있게 가르쳐 주셨어요.
-이번에 AYS와 비발디의 4계를 연주할 때 새라가 지휘도 하는 걸로 돼 있는데요.
▲아니에요. 그런 거 아니고, 지휘자 없이 그냥 하는 거예요. 비발디 사계는 체임버 같아서 지휘 없이도 할 수 있거든요. 저는 지휘 타입도 아니고 배운 적도 없어서 절대 안 해요.
-LA에 오면 한인 청중이 많아서 좋지요?
▲너무너무 좋아요. 꼭 한국에 간 것 같아요. 한국 분들은 너무나 따뜻하게 환영해 주시는 분위기라 너무너무 감사해요. 그리고 세계 곳곳을 다니면서 보면 유럽의 아주 작은 도시에도 꼭 한국 분들이 있는데 너무너무 좋아요. 그리고 감사해요.
-바이얼린은 어떤 것을 쓰나요?
▲과르넬리 델 제수 1717년이에요. 소리가 너무 좋아요. 물론 다른 악기도 많지만 주요 연주장에서는 이걸 쓰지요. 가끔 밖에서 연주하거나 날씨가 너무 나쁠 때는 다른 것을 쓰고, 또 사진 찍는 용이 따로 있고 그래요.
-드레스는 특별히 선호하는 디자이너가 있는지요.
▲제가 샤핑을 너무너무 좋아하거든요. 그래서인지 드레스도 누구 한 사람 걸 좋아한다기보다 저한테 맞는 스타일이면 다 잘 입는 편이에요. 돌체 가바나와 로베르토 카발리를 좋아하고, 또 여러 디자이너에게 많이 맞추죠.
-연주자로서 행복한 순간은 언제인가요.
▲연주하는 순간이에요. 무대에 서서 좋아하는 곡을 호흡이 잘 맞는 심포니와 지휘자와 함께 연주하는 행복은 무엇으로도 비교할 수 없어요. 음악가라는 사실이 너무나 자랑스럽답니다. 음악은 참 단순해요. 무대에 나가서 좋은 연주를 잘 하든지 못 하든지, 아주 정직한 작업이거든요.
-유명한 연주자로서 힘든 때도 있겠죠.
▲여행이 너무 작아서 공항에서 보내는 시간이 너무 많아요. 거의 하루걸러 공항 라운지에서 사는 것 같답니다. 지금은 결혼도 안했고 아이도 없기 때문에 괜찮지만, 그래도 집 떠나 돌아다니는 게 쉽지는 않지요.
-결혼하고 아이 가지려는 계획은 있어요?
▲물론 하게 되겠죠. 구체적인 계획은 없지만, 언젠가는요.
-어떤 곡을 좋아하나요.
▲지금은 브람스 콘첼토를 제일 좋아해요. 쇼스타코비치도 좋고, 시벨리우스도…
-모두 좀 무겁고 진지한 곡들이네요.
▲저는 진지하고 복합적인 곡들을 좋아해요. 이런 곡들은 무대에서 더 보람(rewarding)을 느끼지요. 오케스트라 리허설도 제대로 하고요. 부르흐나 멘델스존 같은 곡은 리허설 한번만 해도 급하게 무대에 설 수 있지만 이런 곡들은 지휘자들도 리허설을 2개 이상 요구해요. 그게 연주자 입장에서는 더 좋지요. 오케스트라의 소리도 더 잘 알게 되니까요.
-바이얼린 연주자가 되려는 학생에게 해주고픈 이야기가 있나요.
▲음악가라는 게 단순히 음악만 하면 되는 게 아니라는 걸 말해주고 싶어요. 제가 처음에 음악 세상에 들어왔을 때는 연주만 하면 되는 줄 알았어요. 야사 하이페츠나 블라디미르 호로비츠 같은 뮤지션들이 활동하던 옛날에는 순수하게 음악만 했겠죠. 그런데 지금은 라이프스타일이 너무 빠르고 인터넷 세상이라 음악을 떠나 해야 되는 일이 너무 많아요. 연주는 가장 심플한 것이고 가는 곳마다 인터뷰, 포토 세션, 오케스트라 모금행사 그런 일들에 불려 다니느라 시간이 너무 없어요. 이런 건 아무도 저에게 알려주지 않았던 이야기랍니다.
<정숙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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