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의 자유 <폴 손>
미국의 수도인 워싱턴 DC에는 최고층 건물이 국회의사당이다. 법에는 아무런 규제가 없어도,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이 민주주의의 상징인 국회의사당보다 더 높은 건물을 짓지않는다. 국회의원들의 패싸움도 없고 보면, 정말 민주주의, 특히 “언론의 자유”라는 말의 의미를 되새긴다.
또한, 미국에서는 생존 인물을 화폐나 우표에 포함시키지 않는다. 지미 카터 등의 현존 전직 대통령은 미국 우정성에서 발행한 우표에 포함되어 있지 않다. 화폐의 고액권에는 그리 유명한 인물의 초상화가 없다. 위조가 많아 자주 바뀔 수 있기 때문이다. 저액권에는 조지 워싱턴이나 아브라함 링컨같은 저명한 역대 대통령의 초상화가 들어있다. 위조 지폐범들이 그리 신경 쓰지 않는 화폐이기 때문이다.
“닥쳐! (Shut up!)”이라는 말이 국어에도 영어에도 있는 것을 보니, 동서양 역사에서 입을 틀어막는 일은 다반사였던 것 같다. 그러면, 우리들의 가정 교육은 어떤가? 미국에서 오래살아 미국화 되었다고 말하는 사람들은 많은데, 정말 그럴까?
한번은 어느 한글 학교에서 말안듣는 십대들을 맡아달라는 부탁이 왔다. 첫 시간에 그들에게 이런 저런 질문을 해봤다. 그들을 통해서 그들의 부모가 노출되고 있었다. 밖에서는 정말 좋은 사람으로 통하는 부모들도 가정에서는 자녀들을 말로 졸라매는 독재자들이 있다. 집에서 언론의 자유 (Freedom of Speech)가 있는지 물었다. 모두가 없다고 답했다. 부모들이 자녀들과 대화 중, “어디서 말대꾸야? (Don’t talk back!)”라는 말을 제일 많이 쓴다고 했다. 부모들은 자녀들의 말대꾸를 권위에 대한 도전으로 생각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도 지금 급변하고 있고, 미국 직장에서는 상관에게 말한마디 안하면 자기 밥그릇도 제대로 못챙긴다.
영어라는 언어는 개인을 중요시하는 언어다. 그래서 대통령도 유(you)라고 부르고, 회사 보스도 유라고 한다. 개인적으로 이름을 부르는 것이 더 친근감을 느끼게하는 언어다. 교회에서도 담임 목사더러 이름을 부르니, 한국인들이 들으면 상놈의 언어가 영어라고 하겠다. 그러나, 화장실에서도 서로 옆으로 서서 편하게 나눌 수 있는 언어가 영어이다. 그러므로 자녀들이 표현을 잘못했을 때에는 고쳐주고, 말문을 틀어막는 일은 금해야하겠다. 이것이 그들이 커서 성공할 수 있는 발판이 된다. 그렇지 않으면, 훗날 자녀들에게 큰 댓가를 지불할 때가 온다. 나이들은 부모가 말하는 것을 가만히 듣기만이라도 해주는 자녀들이 효자요, 효녀다.
우리 동네에서 제일 오래산 노인이 한 분 있다. 치매가 조금씩 오는지, 지나가다 집 밖에 있는 나를 보면 얼른와서 지난번 들었던 이야기를 또 되풀이한다. 시간가는 줄 모르고 계속 이야기한다. 그만큼 대화의 상대가 필요한 것이 노인들이다.
한번은 중국인 프로 사진 작가를 알게되었는데, 이혼한 후로 자녀들은 결혼하고 혼자서 살고 있었다. 나를 만나서 얼마나 기뻐하는지, 점심 시간이면 빠지지 않고 전화를 했다. 한 시간씩 혼자서 이야기를 하곤했다. 말할 상대가 없었던 것이다. 자녀들도 짝맞춰 놓으면, 부모는 그들의 관심 밖이다. 부모와 함께 있으려하지도 않을 뿐더러, 세대가 바뀔수록 젊은이들은 더욱 더 이기적이다. 그래서 대화가 통하지 않는다. 같은 이야기를 되풀이하면 싫어하고, 잊고 히던 이야기를 다시 하게되면, “그 얘기 또 하시는데…” 하며 나가버린다.
서울에서 30여년간 내과 의원을 하는 친구가 있는데, 이제는 한곳에서 터줏대감이라 연로하신 분들이 많이 찾는다고 한다. 무슨 특정한 육체적인 병보다는 속병을 가진 노인들이 많다고한다. 고부간의 갈등, 부자 간의 갈등 등등 속의 것을 털어놓고 가는 환자들인 것이다. 그러므로 특정한 의술이 필요한 게 아니라 듣기만하는 의술도 필요한 것이다. 많은 한인 교회들이 중보 기도 팀을 운영하고 있지만, 교인들의 스트레스를 들어주는 사역도 필요하다. 특히 노인 사역이 필요한 것이다.
자녀들은 어릴 때 부모와의 대화를 오래도록 간직한다. 그러므로, 자녀를 양육할 때에는 언론의 자유를 최대한 보장해줘야 하겠다. 부모들은 늙으면, 언론의 자유는 있어도 들어주는 사람이 없다. 그래서 노년의 인생은 “외로움”이라는 한 단어로 표현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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