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이민생활을 하고 있는 한인 부모에게 “고국을 뒤로 하고 미국으로 이민 온 이유가 무엇입니까”라고 물으면 십중팔구는 “자녀 교육 때문에…”라고 대답할 것이다.
그만큼 한인의 대부분은 자녀에게 좋은 교육 환경을 제공하는 것이 그 무엇보다 중요하고 또 소중하다고 생각한다. 자녀에게 보다 나은 교육 여건을 마련해주기 위해 이민을 왔지만 하루하루 정신없이 살아가는 한인 부모들의 마음은 편치 않다. 미국이라는 곳이 세계 최강대국이며 지구상에서 가장 부유한 나라 중에 하나임은 틀림없지만 사회 곳곳에 범죄의 위험이 도사리고 있어 한시도 안심할 수 없기 때문이다.
많은 한인부모들은 자녀가 명문대에 입학하는 것을 가문의 영광으로 여기며 이를 너무나 자랑스러워한다. 하버드나 예일, 프린스턴 같은 아이비리그 대학에서 입학허가 통지서가 날아들면 온 동네 사람 다 불러 잔치라도 벌일 판이다.
그러나 자녀를 소위 ‘명문대’에 보냈다고 방심했다가는 큰 코 다친다. 지난달 UCLA 캠퍼스 인근의 남학생 사교클럽 파티장에서 발생한 흉기 폭행사건은 ‘아이를 좋은 학교에 보냈다고 안심하면 절대 안 된다’는 교훈을 일깨워준 상징적인 사건이라 할 수 있다.
미국에서 대학 생활을 해본 사람이면 잘 알겠지만 대학 사교클럽 파티는 요란스럽기로 악명이 높다. 혈기왕성한 청춘남녀들이 어울리는 파티에 가면 너나 할 것 없이 음주를 하게 된다. 또 갱 단원 등 초대받지 않은 외부인들이 드나들 수 있고 술기운에 젊은이들끼리 시비라도 붙으면 순식간에 큰 사건으로 확대될 수도 있다.
청소년 관련 범죄를 수시로 취급하는 한 형사법 전문 변호사는 “올 들어 갱 범죄, 강·절도, 마약, 흉기폭행(ADW) 등 각종 범죄혐의로 체포된 후 변호를 요청하는 한인 청소년이 작년보다 2배 정도 늘었다”고 전하며 청소년 범죄의 심각성을 지적했다. 청소년 비행이 증가하면 사회 전체가 엄청난 손실과 비용을 감수해야 한다. 술과 마약, 섹스에 찌든 10대들이 거리를 배회하며 범죄의 길로 들어서면 결과는 불을 보듯 뻔하다.
아직도 많은 한인부모들이 바쁜 일상에 쫓겨 자녀 문제에 대해서는 ‘무관심’으로 일관하고 있다. “아이들과 많은 시간을 보낼 수가 없으니 물질적으로라도 팍팍 밀어주자”라며 10대 자녀에게 고급차와 명품 액세서리를 척척 사주는 부모들도 있다. 가장 무서운 것은 다름 아닌 ‘무관심’이다.
교육 전문가들은 얼굴도 자주 보지 못하는 자녀에게 돈을 쏟아 붓는 것 보다는 바쁜 시간을 쪼개 아이들과 식사라도 한번 하는 것이 훨씬 더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온다고 강조한다. 일부 한인 부모들은 ‘에이 술 좀 마시면 어때?’ ‘나도 고등학교 다닐 때 싸움 많이 해봤어’ ‘마약 한번쯤 해봐도 괜찮아’라며 자녀의 일탈을 애써 외면하는 태도를 보이는 경향이 있어 문제를 악화시키고 있다.
문제아 주변에는 반드시 문제부모가 있다. 아이가 누구와 어디서 무엇을 하든, 내 볼일만 보면 된다는 사고방식을 가진 그런 부모 말이다. 청소년 비행은 두말 할 필요도 없이 부모-자녀 간 대화 및 소통의 부족 또는 단절이 가장 큰 원인이다. 너무 바빠서 아이 얼굴 볼 시간조차 없는데 언제 마음 터놓고 대화를 하겠는가. 안타깝게도 청소년들의 탈선을 막고 이들을 올바른 길로 인도하는 현명한 어른은 극히 드문 것이 현실이다.
얼마 전 서울의 한 고등학교 교실에서 남학생이 여교사의 어깨에 팔을 걸치면서 ‘누나, 사귀자’라고 말하는 부적절한 행동을 담은 동영상이 인터넷을 통해 유포돼 많은 부모들이 혀를 내둘렀다.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르다’는 말이 있다.
미국에서 이민생활을 하는 절대다수의 한인부모들은 가족의 행복과 번영을 위해 너무 오랫동안 앞만 보고 달려왔다. 잠시 브레이크를 밟고 가정 안을 꼼꼼히 들여다보자.
부와 명예를 쟁취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보다 더 중요하고 소중한 것은 자녀가 엇나가지 않도록 풍부한 대화를 통해 건전한 가치관을 심어주는 일이다. 문제부모가 되지 않도록 어른들은 노력해야 한다.
구성훈 사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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