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특별기고 윤영미(평택대 교수, 통일부 정책자문위원)
지난 9일 한일 정상회담을 위해 하토야마 유키오 일본 총리가 한국을 방문했다. 하토야마 총리는 취임 후 양자외교 차원의 외국 방문은 처음이며 이명박 대통령과의 회담은 지난달 뉴욕회담 이후 두 번째다. 예상대로 양국 정상은 상대에 대한 각별한 이해와 신뢰를 보여줬다. 특히 그는 이 대통령과 북핵 해결을 위해 확실한 공조(共助)라는 성과를 달성했다. 가장 시급하고 중요한 과제인 북핵 문제 해결에 대해 하토야마 총리는 이 대통령이 제안한 “그랜드 바겐(북핵 일괄타결)” 방안을 “정확하고 올바른 방안”이라며 전적인 공감을 표시했다.
이처럼 일본 총리의 대북 인식이 그 어느 때 보다 강경해졌고 한일 양국은 역대 어느 정부보다도 가까워질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게 되었다. 북핵 공조를 통해 이 대통령과 하토야마 총리가 새로운 한일 관계를 열 것인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는 반면에 과거사와 이 대통령이 제안한 일왕 방한이나 재일동포에 대한 지방참정권 부여 문제와 같은 구체적 현안 과제에 대해 하토야마 총리는 여전히 신중하며 유보적이었다. 예컨대 그가 언급한 한일관계는 “가깝고도 가까운 관계가 돼야 한다”는 인식을 우리정부 역시 환영하며 실질적인 성과를 거둘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이어 지난 10일 한국, 중국, 일본의 3국 정상들은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정상회담을 개최했다. 한중일 정상회의는 지난 1999년 “아세안(ASEAN)+3” 정상회의로 시작되어 현재 안보와 경제 등 주요 분야에서 그동안 포괄적 관계에서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형성하게 되었다. 3국 정상은 지역 평화와 협력 확대를 위한 구체적인 실천 과제를 담은 “한중일 협력 10주년 기념 공동성명” 및 “한중일 지속가능 개발을 위한 공동성명”을 채택했다. 이번 3국 정상회담을 계기로 향후 10년간 상호 존중, 평등, 공동 이익, 개방성, 투명성 및 다양한 문화 존중의 원칙아래 선린 우호, 상호 신뢰, 포괄적 협력, 상호 이익 및 공동발전의 방향으로 협력을 도모하기로 했다. 또한 3국간 정상회의는 독립된 회의체로 한 차원 격상되었고 이번 회의를 통해 정례화 되었다. 내년 3국 정상회의는 한국에서 개최하기로 합의했다.
한중일 3국 합의사항 중 가장 주목되는 점은 우선 동북아의 평화와 안정을 위해 북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6자회담의 조속한 재개에 뜻을 같이 한 것이다. 이는 북한에 대해 가장 강력한 영향력을 갖고 있는 중국이 한반도 비핵화에 강한 의지를 표명해 큰 의미를 내포한다. 이 대통령이 북핵 일괄타결 방안인 “그랜드 바겐”에 대해 중일 정상이 원칙적인 공감대를 형성하고 적극적으로 협의하기로 했다. 3국 정상은 북한이 과거의 잘못된 패턴을 반복하는 사태를 막기 위해 근본적이고 포괄적인 북핵 해법을 추구해야 한다는데 한 목소리 냈다. 특히 중국은 그랜드 바겐을 중국식으로 “대교역(大交易)”이란 용어로 칭하며 많은 관심을 표명했다.
둘째, 3국 정상은 이 대통령이 제안한 “사이버 사무국” 설치도 합의했다. 또 하토야마 총리가 주창한 아시아 중시 외교 즉 동아시아 공동체 구상에 대해 “장기적인 목표로서 공개성, 투명성, 다양성의 원칙을 기반으로 원칙적인 합의에 도달했다. 아울러 3국은 아시아의 평화, 안정 및 번영 증진을 위해 아세안, 아세안+3, EAS(동아시아정상회의), ARF(아시아지역안보포럼), APEC(아태경제협력체) 등 지역협의체의 발전 도모에도 합의했다.
셋째, 향후 실질적인 성과 도출을 위해 3국은 정치, 외교분야에서 고위급 접촉, 전략적 대화노력을 지속하기로 했다. 아울러 국제적 금융 및 경제위기 대응과 내년 11월 한국에서 개최되는 주요20국(G20) 정상회의의 성공적인 개최 협력 모색과 경기의 회복, 보호무역주의 반대 및 무역자유화 다자간 회담인 도하개발어젠다(DDA)협상 타결 등 글로벌 경제 무대에서 3국이 공동보조를 더욱 강화하기로 한 점도 눈여겨볼 대목으로 간주된다.
넷째, 또한 3국 정상은 미래지향적 협력 강화차원에서 청소년을 비롯한 차세대 대상의 포괄적 인적교류 강화, 비즈니스 정상회의 개최(Business Summit), 항공안전 분야 협력 강화 및 재난관리, 관광, 스포츠 교류 등의 협력 모색에도 합의했다. 더욱이 친환경 성장주의인 “녹색경제 성장” 분야의 협력을 강화하고, 수자원과 산림 관리에 대한 노하우를 공유키로 한 점 등도 중요한 성과로 주목되며, 2010년 한중일 제12차 환경장관회의에서 채택될 3국 공동행동 계획 수립을 촉구하기도 했다.
강조하자면 3국은 지역적?문화적 동질성을 바탕으로 실질적인 이익을 위해 공조의 틀을 마련했으며, 이전과 달리 “가능한 것부터 합의하자”는 실용주의가 중요한 촉매제로 작용했다. 세계 총생산의 16%를 차지하고 있는 동아시아 3대 강국이 명실 공히 경제공동체를 넘어 정치안보 분야까지 포괄하는 “전략적 동반자관계”로 격상되었다. 이제 한중일 3국을 중심으로 “하나의 아시아(One Asia)”를 향한 신시대의 첫 행보가 시작되었음은 자명한 사실이다. 동아시아를 넘어 글로벌 세계경제와 정치안보에도 그 영향력을 확대하는 세계 평화를 위해 기여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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