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파미술상 수상작가 조숙진이 LA시 문화국의 위촉으로 제작한 공공설치미술작품 ‘소원의 종: 보호와 봉사를 위하여’(Wishing Bells/To Protect and to Serve)가 17일 오후 4시30분 LA시청 옆 새로 완공된 LA 메트로 구치소(LA Metro Detention Center) 광장에서 개막된다. 2004년 위촉돼 5년만에 선보이는 이 작품은 수백년된 나무와 한국에서 제작된 동종들로 만들어진 영구 설치작으로, 화합과 희망을 상징하는 아홉 개의 나무기둥과 각각의 소망을 적은 108개의 종들로 이루어졌다.
카파미술상 수상작가 조숙진 설치작
17일 LA메트로 구치소 광장서 개막
개인전 ‘의자들’도 내달까지 열려
아울러 이 프로젝트와 연계한 조숙진의 개인전이 10월17일부터 11월28일까지 사비나 리 갤러리에서 열린다. ‘의자들’(Chairs)이란 제목의 이 전시회에서는 작가의 의자 설치작업과 사진, 그리고 ‘소원의 종’ 드로잉 4점이 소개된다.
오랫동안 나무에 관하여 드로잉, 콜라주, 사진, 조각, 퍼포먼스, 장소특수적 설치작업을 해온 조숙진은 뉴욕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는 작가로, LA에서 처음 갖는 이 전시회에서 지난 10년 동안 모은 70여개의 다리 없는 의자들을 통하여 나무와 인간의 역사를 보여준다. 나무가 심어지고 자란 환경을 포함하는 자연으로서의 나무의 히스토리와, 그 나무를 잘라 사용한 인간의 히스토리가 만나 새로운 세계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작가는 폐물 더미 혹은 주위 사람들이 더 이상 사용하지 않는 의자들을 가져다가 쓸모없어 버려진 사물들 속에도 생명이 내재함을 이야기하고 있으며, 강철이나 플라스틱과는 달리 거칠고 투박한 나무의 감각을 통해서 숭고한 아름다움을 나타내고 있다.
각자 모양과 재질이 다른 나무 의자들을 모두 다리가 잘린 채 마치 벌을 받고 있는 것처럼 서로 어울리지 않는 조합으로 격자를 이루게 배치하면서 작가는 겸손한 우아함과 명상적인 평온함을 창조한다. 이 단순한 행동은 우리가 잃어온 것과 사라진 시대, 우리의 기억에 담겨있는 장소들과 사람들을 상기하며 경의를 표할 수 있게 하는 기회를 제공한다.
“버려진 것들에는 세월이, 인간의 흔적이 그리고 삶과 죽음의 질서가 깊이 배어있는 슬픈 아름다움이 있다. 길거리나 쓰레기 더미에 묻혀있는 더 이상 사용될 수 없어 폐기 처분되어버린 나무 조각, 합판, 그리고 문짝 등을 주어오면서 하나의 귀한 생명을 구한 것 같은 느낌을 갖는다. 쓸모없이 버려진 것들, 산업화로 소외되어 가고 있는, 자연으로부터 온 인간과 친근했던 재료들. 비록 겉으로는 더럽고 추하고 불안전하게 보이지만 그곳에 숨겨있는 아름다움을 찾아내고, 회화적, 조각적 요소를 발견하면서 완전하고 숭고한 작품으로 만들어 감은 단순한 기쁨 이상이다”(조숙진)
조숙진은 홍대 미대 대학원과 프랫 인스티튜트를 졸업하고 1988년부터 뉴욕에서 활동해왔으며 1990년 이후 뉴욕의 유명화랑인 OK 해리스 웍스 오브 아트의 전속작가로 활동하며 미술 전문잡지 ‘아트 투데이’에 세계적인 작가 신디 셔먼, 제니 홀저, 사이 톰블리 등과 함께 이 달의 작가로 소개되면서 주류 미술계에 알려졌다.
서울, 마이애미, 스위스, 폴란드, 브라질 등지에서 24회의 개인전과 100여회의 그룹전을 가진 그녀는 스톤 퀘리 힐 아트 파크(뉴욕), 에리 미술관(펜실베니아), 한국 국립현대미술관, 아르코 미술관(서울), 국립현대미술관, 후사토닉 미술관(코네티컷)에 작품이 소장되어 있으며, 뉴욕 뿐 아니라 캔사스 대학, 브라질, 인도 등 여러 나라에서 인류애, 평화, 화합 등의 주제로 장소특수적인 야외 공공조형물 프로젝트를 많이 진행해 왔다.
‘위싱 벨스’ 개막식은 LA메트로 교도소 입구 광장(180 N. Los Angeles St. LA, CA)
전시회 오프닝 리셉션은 17일 오후 6~9시.
사비나 리 갤러리 주소 971 Chung King Road, LA, CA 90012, 문의 (213)620-9404
<정숙희 기자>
LA메트로 구치소 광장에 설치되는 ‘소원의 종’
조숙진의 ‘의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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