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戰時)에서 명령 불복종은 사형(死刑)깜이다. 그런데 나폴레옹이 1802년 제정한 프랑스의 최고 무공훈장 “레종도뇌르(Ordre national de la Legion d’honneur)”는 명령을 어긴자, 명령에 불복종했는데 그것이 결과적으로 아군 승리에 결정적인 공헌을 한 사람에게 주는 훈장이다. 네 판단이 옳다고 확실히 믿으면 명령에 불복종해도 좋다. 그래서 성공을 했으면 최고의 훈장을 받지만 실패하면 넌 총살이라는 뜻이다.
자신이 손으로 직접 쓴 나폴레옹의 작전 명령은 항상 분명하고 간단하다. 그리고 모든 가능한 경우를 고려한 상세하고 정밀한 지침이다. 그러나 나폴레옹은 현지 지휘관이 상황에 따라 판단을 내릴 수 있는 여지를 항상 남겼다. 거기에 덧붙혀 최고의 훈장으로 레종드뇌르를 만들어서 또하나의 여지를 남긴 것이다. “내 작전 명령은 이것이지만 네가 틀렸다고 판단했으면 네 생명을 걸고 불복종해라” 참으로 나폴레옹 다운 발상이 아닐 수 없다.
지난 번 칼럼 “희망의 스탈린그라드”를 준비하다보니까 덤으로 히틀러의 됨됨이를 나폴레옹과 비교하게 되었다. 히틀러 본인의 군사 경력은 오스트리아 군에서 상등병이 고작인데 모르면 가만이나 있지 왜 그렇게 사사건건 당시 최고의 군사교육을 받고 1차 대전부터 전투 경험을 쌓은 기라성 같은 장군들의 발목을 잡았을까? 나폴레옹같은 전략의 천재도 일단 현지 지휘관의 판단을 존중했는데 말이다.
스탈린그라드 전투(1942년 8월 21일부터 1943년 2월 2일까지) 작전 초기에는 독일군이 상대적으로 훈련도 안되고 무기도 변변치 않은 소련군을 거의 압도했다. 그런데 문제는 보급이 따라주지 않는 것이다. 전투에 쫓기면서도 소련군은 독일군의 보급로를 계속 방해하였고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증강된 소련군이 독일군의 측면을 돌파하면서 독일군을 후방에서 역으로 포위했다. 그래서 스탈린그라드에 갖힌 독일군 제6군의 파우르스(Freidrich Paulus: 1890-1957) 사령관은 히틀러에게 병력의 퇴각을 건의했지만 히틀러는 묵살하고 실탄과 식량이 고갈될 때까지 현 위치를 고수하라고만 다구쳤다.
나중에는 퇴각할 기회까지 놓친 절망적인 상황에서 파우르스가 소련에게 항복하겠다고 승인을 요청하니까 히틀러는 독일 역사상 원수가 항복한 예가 없다고 하면서 파우르스를 원수(元帥)로 승진을시켰다. 항복하지 말고 자살하라는 의미였다. 그러나 파우르스는 원수로 승진된 바로 다음날 소련군에게 항복하였다.
각종 문헌 차료에 의하면 스탈린그라드 전투에서 독일군의 병력 손실은 동맹군인 루마니아, 이탈리아, 항가리 군을 포함하여 85만명. 그리고 항복하면서 남긴 각종 무기와 장비도72개 사단을 무장할 수 있는 분량이였다고 하니까 독일은 이 전투에서 거의 회복 불능의 타격을 받은 것이다. 뿐만이 아니다. 아직 참전 여부가 불투명했던 터키가 스탈린그라드 전투 결과를 보고 독일의 주축국 팀에서 발을 뺀 것이 아마 독일로써는 제일 큰 손실이였을 것이다.
6군의 지원군으로 파견되었던 SS 장갑군단의 하우저(Paul Hausser:1880-1972) 원수는 하라코프를 사수하라는 히틀러의 엄명을 어기고 부대를 후퇴시킴으로 귀중한 전력을 보존(保存)하였다. 그리고 후퇴한지 한달후 이것을 바탕으로 지엽적이긴 하지만 전세를 뒤엎었다. 물론 히틀러는 하우저 장군을 군법에 넘겨 총살시킨다고 노발대발했지만 그러나 하우저 장군은 자기의 판단과 소신에 생명을 걸었던 것이다. 아마 독일의 최고 사령관이 히틀러가 아니고 나폴레옹이였더라면 분명히 하우저 장군은 레종도뇌르 훈장을 받았을 것이다.
2차대전사를 읽으면 히틀러의 무능과 아집이 전국(戰局)을 그르쳤던 경우를 많이 본다. 당시 독일군 장성들의 작전 능력과 군의 전투력은 세계 최고 수준이였는데 히틀러는 그런 전력을 잘 운용하지 못하고 전쟁에 지고 나라를 폐허로 만듬과 동시에 자신은 자살로 생을 마감했다.
전쟁이나 사업이나, 그리고 큰 사업이나 작은 사업이나 이것을 운용하는 원칙은 꼭같다고 생각한다. 사업 확장에는 신중에 신중을 기하고, 그리고 이것이 아니다라고 판단되면 더늦기 전에 투자 자금이라도 보존하여 다음 기회를 보는 것. 그러나 경영자는 자기의 판단에 생명을 거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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